Chelsea Simpson

[소설-일반]맛 by 로알드 달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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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알드 달 지음
출판사
| 2005-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야기의 귀재, 로알드 달“로알드 달은 철두철미한 프로다. 그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오 헨리, 모파상, 서머셋 몸이 함께 들어 있다. 그만큼 단단하다. …(하략)"

라는 <뉴욕 타임즈>의 평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로알드 달은 훌륭한 작가이다.

오 헨리보다 위트 넘치고, 모파상보다 통쾌하며, 서머셋 몸보다 능청스럽다(물론 나는 세 작가도 매우 좋아한다).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를 묻는다면 물론 파트리크 쥐스킨트라고 답하겠지만,

최고의 이야기꾼, 재치 넘치는 입담의 소유자를 묻는다면 주저없이 로알드 달의 이름을 입에 올리리라.

 

로알드 달(Roald Dahl)은 영국의 사우스웨일스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는 노르웨이계의 이민자들이었다.

그의 작가적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영국 공군에 지원했다가 중령으로 종전을 맞이한 이후부터이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겪었던 경험들을 녹여내어 그의 번득이는 재치를 가득 담은 작품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에드가 앨런 포'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전력이 있다.

또한 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등의 동화로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권위를 비틀어버리는 익살스러움이 느껴져 독자로 하여금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위대한 것이 반드시 어려울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정글북  리뷰를 하면서 러디어드 키플링과 로알드 달이 어떠한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쓴 적이 있는데,

키플링의 <바로 그 이야기들 Just to stories>을 읽어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달의 동화에 등장하는 그 익살스러움과 풍자가 키플링의 작품 속에서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 <맛>은 <맛>을 포함한 달의 소설 10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순서대로 <목사의 기쁨>, <손님>, <맛>, <항해 거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남쪽 남자>,

<정복왕 에드워드>,<하늘로 가는 길>, <피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이 실려 있다.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 어떠한 곤경에 처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문학의 전개방식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따르는 것이 고전적인만큼, 별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달의 단편들은 글을 다 읽고나면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다.

그 인물이 그럴만한 귀책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됐지만 고소하군.'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어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결말을 제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맛>에 실린 단편 <맛> 의 일부이다.

일부만 소개해보자면 한 미식가와 어떤 부부가 포도주의 맛을 보고 그 품종과 연도를 맞추는 내기를 하는데,

대개는 포도주 한 상자에서 끝나던 판돈에 불이 붙어 부부의 열여덟살 난 딸까지 걸게 된다는 줄거리.

넘치는 와인, 날아다니는 콧수염 사내, 안경을 쓴 하녀까지 등장하는 표지가 내용을 어느 정도 대변해주고 있다.

 

소설의 일부를 사진으로 올렸지만 사실 달의 소설에서 문체나 표현 방식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 말은 달의 표현이 부족하다거나, 어딘가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의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이야기의 귀재'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결말에 도달하는 독자들의 흥미를 극대화시킬 트릭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

훌륭한 재담꾼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떠벌리는(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의미로)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가 손동작을 취하거나 이야기를 재현하는 와중에 탄식을 뱉고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는 마디마디마다

주위의 구경꾼들이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의 얘기를 귀담아듣는지.

달의 소설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데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이야기꾼이 풀어놓는 모험담 같은 흥미진진함이 있다.

다만 그가 동화 <제임스와 거대 복숭아>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보여주는 유쾌함과 <맛>에서 보여주는 풍자성은 노선이 다르다. 그의 동화 속에서는 못된 어른을 혼내주고 고소해하는 통쾌함이 있지만, 이 단편집에서는 우스우면서도 묘한 씁쓸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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