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음식]대구 by 마크 쿨란스키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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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물고기의 역사

<대구>. 이 책은 대구 중에서도 '대서양대구'라는 단일어종에 대해 파헤쳤다(이하 '대구'로 통칭함). 저자는 한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를 자랑하던 대구가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어떻게 위기를 맞고 전멸 직전까지 갔는지, 그리고 급감한 대구 개체수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무려 7년간의 밀착취재를 통해 저술하였다. 학생 때 구입하려고 했었는데 절판되는 바람에 포기하고 잊어버렸는데, 몇년 전에 재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최근에 접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 가지 소재를 놓고 파고드는 책을 좋아하는데(예컨대 창해ABC 시리즈 같은 것), 미시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구입하게 되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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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마크 쿨란스키의 이력이 흥미롭다. 그는 어부 집안 출신이면서 버틀러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해 극작가, 어부, 항만노동자, 요리사 등을 거쳐 지금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쿨란스키는 대구잡이 어선에 승선했던 경험을 살려,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으로 있는 동안 대구의 생태, 요리법, 역사 속의 대구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여 『대구(Cod)』를 집필했다.

 

"우리는 굳이 발을 적시지 않고도 대구의 등을 밟으며 대서양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한번에 수백만 개의 알을 산란하는 대구의 번식력을 보고 알렉상드르 뒤마[각주:1]는 위와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흰살생선의 대명사인 대구. 영국 음식의 백미(...)로 꼽히는 피시앤칩스의 주재료 역시 대구이다. 대구는 잡식성인데 탐욕스럽기까지 해서 다양한 식량 자원을 먹이로 삼고, 질병과 추위에 강할 뿐만 아니라 근해에 서식해서 낚아올리기도 용이하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업용 물고기인 셈이다. 머리와 몸통은 물론이고 부레, 알, 간, 껍질까지 먹을 수 있고, 내장과 뼈는 비료로 쓸 수 있으니 버릴 게 없는, 소 같은 생선이다. 허나 대구는 그보다 더 탐욕스러운 포식자 '인간'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된다.

 

그 많던 대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

대구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잡아들이기도, 가공하기도 편리하고, 염장만 제대로 해주면 오랜 시간 버텨주는 대구의 매력을 알아챈 유럽인들은 경쟁적으로 대구 어장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그 이점을 톡톡히 누린 곳은 뉴잉글랜드 지역이었는데, 이곳은 17세기 중반,대구 무역 덕분에 상업 중심지가 되었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 세력을 '대구 귀족'이라 일컫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후의 기업형 어업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했다.

산업혁명 이후의 대구잡이는 1.5km 길이의 낚싯줄에 천여 개의 낚시바늘이 달린 주낙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는 저인망 어선을 기본 형태로 하는 트롤선이 널리 보급되면서, 각 유럽국가는 공격적으로 대구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1946년 버즈아이가 급속 냉동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이 경쟁적인 고기잡이에 가속도가 붙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이 세 가지 혁신(고성능 선박, 저인망, 냉동 생선)이 결합하여 대구 어획량은 폭발적인 속도로 증가했다. 물고기 떼가 나타나면 트롤선이 그 해역을 싹쓸이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고, 대구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구의 수가 줄어들자, 각국은 해역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였고, 이 과정에서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세번에 걸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1975년에 아이슬란드는 자국의 해안으로부터 200해리 내에서는 자국 어선만 어업할 수 있다고 선포했고, 다른 국가들도 앞다투어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1992년, 대구가 상업적으로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캐나다 정부는 뉴펀들랜드 근해, 그랜드 뱅크스, 세인트로렌스 만 대부분에서의 해저어업을 무기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조지스 뱅크를 비롯한 근해에서 매년 139일만 해저 어류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서양대구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 책이 기대했던 것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대구라는 어종이 나에게 낯선 것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책 내용 전체가 대구 연대기처럼 서술되어서 내용을 압축해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감상문을 지나치게 대충 적어내려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가 우리나라로 치면 명태 정도로 친숙한 위치인 것 같은데, 그 명태 역시 2000년 이후로는 어획량이 대폭 감소해 시중에 유통되는 개체의 상당수가 수입산이라고 한다. 쿨란스키의 저서 속 대구의 남획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는 있을 듯.

책 내용과는 관계 없는 얘기지만, 이 책을 펴낸 알에이치코리아는 지난번 마션을 내놓았던 출판사이기도 하다. 어쩐지 행간이 널찍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했더니...ㅇ<-< 여기 책은 뭔가 금방금방 읽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 뒤마의 대표작은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등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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