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일반]소원을 비는 나무 by 윌리엄 포크너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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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비는 나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동화책이다. 처음 접했던 번역본의 제목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어감에 더 끌린다. 소원을 그냥 빌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나무가 나의 간청을 성심성의껏 들어줄 것 같으니까?!


윌리엄 포크너(1897~1962)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미시시피주 뉴울버니에서 태어나 인근의 옥스퍼드 읍에서 평생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은 대부분 옥스퍼드 읍 일대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간 '요크너퍼토퍼 군'과 '제퍼슨 읍'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는 『고함과 분노』,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 『팔월의 빛』, 『압살롬, 압살롬!』 등 장편소설 20여 편과 단편소설 70여 편을 출간했다. 포크너는 유럽의 모더니즘을 미국 문학에 처음 도입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4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그는 F.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함께 '현대 미국 소설의 삼총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소원을 비는 나무』는 포크너의 작품 중 유일한 동화이다. 그는 단짝 친구였던 '에스텔 올드햄'이라는 여성을 좋아했는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에스텔의 딸인 빅토리아에게 손수 책을 만들어 선물했다. 이 책의 서두에 적혀있는 '빅토리아에게...'라는 글귀는 그녀를 위해 적은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포크너가 그녀에게만 이 책을 선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수강했던 강의를 맡았던 강사의 딸 마거릿 브라운에게, 자신의 대자(代子)인 필립 앨스턴 스톤에게, 그리고 자신의 친구였던 연극배우 루스포드의 딸 셸리에게 이 책을 각각 선물했다. 『소원을 비는 나무』는 총 4부가 만들어진 셈이다.


붉은 머리 소년이 대답했다. "게다가 생일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거든."

판타지인듯, 판타지가 아닌 것 같은 동화. 이 책은 주인공인 덜시―내가 전에 읽었던 갈리마르 판에서는 '뒬씨'라고 나오는 걸 보면, 프랑스어 번역본은 이 Dulcie라는 이름을 다르게 읽는가보다―라는 소녀가 그녀의 생일에 꿈을 통해 겪는 모험을 내용으로 한다. 첫 대목을 읽는 순간부터 내 기분은 둥실둥실 떠오른다. 내가 '생일'이란 단어에서 느끼는 기분을 아주 잘 표현한 듯. 따뜻한 침대에, 풍선이 부풀듯 설레는 기분, 나른하면서도 상쾌한 기분. :D


눈을 뜬 소녀의 곁에는 붉은 머리의 낯선 소년이 서있다. 그의 이름은 모리스. 소년은 덜시에게 "네 생일 전날밤에 침대에 들어갈 때 왼쪽 발을 먼저 들여놓고 잠들기 전에 베개를 뒤집어놓으면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도 솔깃해서(...) 생일 전날 따라하기도 했었다. ㅋㅋㅋ 하.. 초딩이란...ㅇ<-<


모험이라고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동화이기 때문에 내용이 아주 아기자기하다. 주인공 덜씨는 모리스를 따라서 '소원을 비는 나무'를 찾아나선다. 그녀는 동생 디키, 유모 앨리스, 이웃집 소년 조지와 함께 모험을 하는데, 도중에 에그버트라는 노인과 앨리스의 군인 남편 엑소더스도 합류한다. 이야기에 뭔가 굵직굵직한 사건이 없어서 요약하기가 좀 힘든 내용...ㅇ<-< 아무튼 덜씨 일행은 여행의 막바지에서 프란체스코[각주:1] 성인을 만나게 되고, 이 모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적 내용이다.


"힘없는 것들을 보살펴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은 이기적인 소원을 빌지 않는 법이란다."

<소원을 비는 나무>는 일종의 생태동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작품 곳곳에서 그런 면이 드러난다. 덜시의 모험은 녹음방초가 우거진 초원과 계곡을 넘나든다. 그리고 덜시의 동생 디키는, 에그버트 노인의 질리퍼스를 죽이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나서 그 벌로 꼬마병정만큼 작아지게 된다. 디키는 노인이 잃어버렸던 질리퍼스를 되찾아주는 선행을 하고 나서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작품 말미에서 프란체스코 성인은 이기적인 소원을 지양하고 힘없는 것을 아끼고 보살펴주라고 조언한다. 덜씨가 환상세계 속에서 하는 여행은 단순한 모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여행을 통해 삶이란 시간 속에서 변화를 겪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1. 한국 가톨릭교회의 표기대로라면 '프란치스코'. 그는 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동물들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알려져있기도 하다. 권위주의를 지양하고 자연친화적인 자세를 취했던 성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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