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Nell

by 첼시
반응형

넬 Nell

발매된 음반이 많은 밴드여서, 몇 개 빠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이도 사들였다.

음악은 고등학교 때 접했는데 별 관심이 없다가, 대학 와서 좋아하게 된 뮤지션.


제일 좋아하는 음반은 Separation Anxiety.

1번, 3번, 4번, 6번, 8번, 11번 트랙을 특히 좋아... 그냥 다 좋아한다고 해라


...인데, 요즘 가장 즐겨듣는 노래는 위의 Separation Anxiety에 수록된 곡이 아니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 과 Newton's Apple의 <타인의 기억>중 뭘 꼽을까 하다가, 더 많이 들은 후자를 선택.

넬 음악 중 가장 단시간 내에 나의 [많이 재생한 곡] 꼭대기를 차지한 노래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에서 타인의 기억은 이별을 극복하고 부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3단계 쯤 되는 곡이다.

1,2단계는 기억을 걷는 시간 과 그리고, 남겨진 것들.

기억을 걷는 시간 이 햇살이 비껴가는 오후 다섯 시의 쓸쓸한 회상이라면,

그리고, 남겨진 것들 은 가로등만 조용히 반짝이는 늦은 밤 세 시의 쓰라린 침전,

타인의 기억 은 여명이 오기 직전, 서늘한 새벽 다섯 시의 끝없는 배회를 연상케 한다(뭐라고???).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느릿느릿하게 시계침을 돌리는 듯한...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이제는 타인에 된 이에 대한' 기억인지, 아니면 '이제는 타인이 된 이가 갖고 있는' 기억인지.

물리적으로 멀어져서 타인이 된 건지,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타인이 된 건지, 여러모로 중의적인 제목이다.

위에 적었듯이 기억을 걷는 시간그리고, 남겨진 것들 을 거쳐서 이제는 타인의 기억 으로...

본심을 감춘 채, 대상에 대한 온기가 잦아들고, 감정의 파고가 가라앉았다고, 짐짓 힘주어 말하는 것 같다.

<타인의 기억>이 품고 있는 의도는 모르겠다. 그저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고, 와닿는다.

끄트머리에서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마지막이, 끝을 의미하는 것 같지 않아서, 곡을 계속 되풀이하며 집적거렸다.

추억을 온전히 털어버리려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세션이,

도리어 나에게는 또다시 활활 불타오르는 미련같아 보였다.


도입부에 속삭이듯 가볍게 울리는 기타와, 한발 한발 지그시 내딛는 발걸음 같은 건반,

달릴 때의 심장 박동처럼 탁탁탁탁 귓전을 두들기는 드럼, 가벼운 호흡 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보컬까지 다 좋다.

후반부에 보컬과 세션이 한데 엉겨서 세찬 물결처럼, 곧은 바람처럼 몰아치는 부분은 가슴이 시려 견딜 수 없고.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려서 주저앉고 싶어지는데, 동시에 끝없이 쏘다니며 걷게 만드는 곡이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내가 느끼는 일렁거림인데도 말이다.

'장난감 > 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et Baker  (10) 2017.02.20
Billy Eckstine  (6) 2016.11.05
Ella Fitzgerald  (4) 2016.10.27

블로그의 정보

Chelsea Simpson

첼시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