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수필]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by 시노다 나오키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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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노다 과장의 평범하지 않은 식사일기

매달 교보문고에 드림카드 자동결제를 걸어놓아서, 책 구입은 별 부담없이 하고 있다. 어차피 돈은 빠져나가고, 그 다음에 내가 할 것은 읽을 책을 고르는 것 뿐이니까. 예산은 이미 잡아놓은 것이다보니, 이후에 원하는 책을 구매할 때면 마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긴 하지). 이번 달에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ㅋㅋ)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 한 권.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이하 '『삼시세끼』'로 약칭)


시노다 과장은 1962년 아이치 현 출생으로, 여행회사에서 영업과장으로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다. 1990년 8월 스물일곱 살에 하카타로 전근가게 된 것을 계기로 23년간 매끼의 식사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2012년, 50세가 되던 해를 기념해 지금까지 써온 노트를 NHK 방송에 투고했고, 이는 무려 45권에 달한다.

그가 식사일기를 쓰게 된 것은, '식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그리고 '현지의 음식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1990년에는 글만 남겼지만, 같은 해 여름 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여행 갔을 때 그려넣었던 음식이 '맛있어보인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그림도 함께 기록하게 되었다. 그는 식사를 노트에 기록함으로써 식생활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간식은 거의 먹지 않는 편이라고.


어른의 그림일기를 엿보는 재미

1990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무려 23년간 45권의 대학노트에 기록해온 『삼시세끼』.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나뉘는데, 제1장 20대-'뭐든지 먹고, 기록하자. 여기에서 '식사일기'가 시작된다', 제2장 30대-'마음에 든 식당은 집요하게 공략한다. 음식 스토커', 제3장 40대-'특대, 초특대, 무제한. 아직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제4장-50대-'그리고 오늘도 의연하게 기록은 계속된다'로 이어진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 꾸준함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의 첫 식사일기는 1990년 8월 후쿠오카 현 하카타로 이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때의 기록은, 먹은 것을 간단하게 메모하는 '食記'였다. 바로 다음 달인 9월 친구와 뉴욕을 여행하면서 검은 펜으로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던 것이, 같은 해 말에는 채색한 그림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는 여행회사 직원답게 다양한 곳을 누볐는데, 첫 유럽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에서 먹었던 햄에 감동했다고 한다. 첫 식사일기에 비해 글의 분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음식 묘사가 더 구체적이면서 섬세하게 변했다. 단순히 맛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먹는 방법과 음식의 궁합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올해는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붕장어튀김덮밥(물론 다케야에서)을 먹기로 했는데, 올해 여섯 번째의 붕장어튀김덮밥은 훌륭했다. 먼저 붕장어의 크기에 깜짝. 바삭한 튀김의 고소한 냄새, 붕장어의 풍미, 쫄깃한 식감, 그리고 혀를 뒤덮는 감칠맛. 매콤한 덮밥 양념이 스며든 밥도 환상적이다. 정신없이 입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철 붕장어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는 것일까.

- p.34 본문에서 인용

그는 음식을 잘 그린다. 모양을 똑같이 재현한다거나, 펜터치가 현란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맛있게, 먹음직스럽게 묘사한다. 바삭한 튀김옷 속의 통통한 붕장어살, 감칠맛 나면서 탄력있는 제철 꽁치회, 두툼한 돈가스와 시원한 소바, 파스락거리며 씹히다가 촉촉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보리멸튀김까지... 그의 그림에서는 그가 식사할 때의 기분이 그대로 묻어난다.


시노다 과장은 2008년 9월에 회사 사람들과 서울에 다녀갔다고 한다. 생갈비를 소금과 참기름에 찍어먹는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는 설명. 그는 한국에 있는 1박2일 동안 갈비와 상추쌈, 물냉면, 만둣국, 김밥, 오징어부침개, 돌솥비빔밥 등을 경험한 뒤, '역시 고기는 힘의 원천이다.'라고 재치있는 감상을 남겼다. 그 때로부터 거의 10년이 흐른 지금, 그가 다시 서울을 방문한다면 과연 어떤 인상을 받게 될까.


23년 동안의 밥상 : 기록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시노다 과장이 매일 삼시세끼를 남길 때는 단순한 일기에 불과했지만, 그 기록은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가 되었다. 1990년 하카타로 갓 옮겨왔던 젊은이 시노다는 23년이라는 시간 동안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고, 그러한 변화들은 그의 식사일기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노다는 50세 되던 해를 맞아서 NHK 방송국에 그간의 기록을 투고했고, 그의 딸들은 어느덧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의 식사일기가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되고, 그 덕에 평소 꿈꾸던 작가로 데뷔를 하게 되었는데도, 그는 이걸 최종 지점―어떤 목표의 달성으로 끝나는―으로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매일매일 작은 도전을 한다. 위 사진의 3월에 '「이상적인 미트파이 찾기」 결행'이라고 적어둔 것이 재미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의 7가지 조건으로 '좋은 식재료, 정신, 실컷, 놀라움, 요리사, 분수, 건강'을 꼽는다.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정통의 방식으로 만든 요리를 실컷 먹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정성껏 만드는 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그 음식이 값어치에 맞는 것이길, 그리고 먹더라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음식이길 원한다.

그리고 그림일기를 쓰는 요령으로 '마음가짐, 정성스런 선, 색, 레이아웃, 자기만족, 지속'을 말한다. 일기라는 것 자체가 자기만족을 위해 적는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흡족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록을 남겨야만 그 연습의 축적이 어느 날 좋은 성과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나와 내 글과 나의 블로그에 대해 생각했다. 초반에는 즉흥적인 글, 그리고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설해서 우울함을 눈덩이처럼 부풀리는 비공개글 위주로 채웠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규칙적인 시간에, 내가 읽었을 때 행복해지는,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글이 올라오도록 작성하게 되었다.

당시의 나란 인간은 지극히 변덕스럽고 금세 고꾸라지는 성정이었기에, 내키는 대로 휘갈겼다면 아마 몇 달 내로 모든 게 흐지부지되었을 게다. 내가 일시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더라도 (나와는 다르게)나의 성실한 블로그가 꾸준히 헤엄을 치고 있었던 덕분에 나도 제자리로 쉽게 돌아올 수 있었다. 시노다 과장처럼 매일을 성실하게 기록할 수는 없지만, 다른 의미로 성실함을 견지하고 있는 내 블로그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10년, 20년이 지난 뒤 돌아봤을 때, 나의 기록도 역사가 되었으면 한다.


이건 『삼시세끼』와 함께 다른 책들을 구매한 덕에 받게 된 클립보드. 여행 생각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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