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을지로]모둠순대가 매력적인 산수갑산의 순대정식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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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아직 춥던 어느 날, 을지로의 산수갑산을 방문했다.

을지로4가 우체국과 SC제일은행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서 진흥봉투사 간판을 찾으면 된다.


여길 가기로 한 뒤 위치나 이런 걸 검색하다가 무슨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뭐였지 ㅇ<-<

웬만하면 TV 나온 집은 찾아가지 않으려고 하는데(∵북적여서), TV를 보지 않으니 소개된 것도 뒤늦게 알았다.


사실 산수갑산은 원래 함경남도의 험지인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귀양지 두 곳을 아울러 삼수갑산이라 한 것이고, 그래서 산수갑산은 사실 비표준어.

그렇지만 삼수갑산이건 산수갑산이건 일단 가게이름이면 고유명사니까 상관 없겠지...


초행길인데다가 간판이 가려져서 조금 헤맸다.

영업준비시간(3PM-5PM)이 있는 순댓집이라니!


1층은 입식과 좌식이 나뉘어져있고, 2층은 좌식 뿐이다(신발을 잘 둡시다).

사실 2층의 좌식은 천장이 낮은 다락방 수준인데,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흔들린다.

이러다가 무너지면 나와 나의 순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메뉴판1.

식사류는 순대국밥 특 7,000원, 순대정식 10,000원, 참이슬과 하이트는 4,000원.

순대정식은 공깃밥, 국물과 건더기가 따로 나오는 것이다.

순대국밥 보통은 가격이 뜯겨져 나가서... 없어진 건지 뭔지 모르겠다.


메뉴판2.

순대모듬 18,000원, 도시락 17,000원, 술국 15,000원, 족발 大 28,000원, 小 25,000원.

순대모듬은 순대+돼지부속 모둠이 나오고 국물도 한 그릇 나온다고 한다.

도시락은 순대모듬 포장 메뉴를 의미하는 거라고 한다.


정확한 표기는 모둠이 맞고, 모듬은 '모임을 의미하는 모둠을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듬이 없는 단어는 아니다. 모듬은 심마니들의 은어로 산막(山幕)을 의미하는 단어.


순대정식 2인분(10,000원×2)

공깃밥과 국물이 각각 두 그릇 나오고, 2인 분량의 순대가 한 접시에 담겨나온다.

단맛이 있는 겉절이와 큼직한 깍두기, 마늘+마늘종 장아찌, 풋고추도 곁들여진다.

찍어 먹을 양념으로는 된장? 막장?과 소금, 새우젓이 나오고.

개인적으로 순대에는 소금 아니면 새우젓파여서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국물만 나오는 순댓국.

원래는 다대기(다진양념)가 기본으로 들어가는데, 난 양념 푸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빼달라고 부탁했다.

잘게 썬 대파와 들깨가루 정도만 들어가있는 국물.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고, 아주 싱겁다.

소금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물 자체가 정말 밋밋하다. ㅋㅋㅋㅋ 목만 축인다고 생각해야할 듯.

벌건 양념을 풀었다면 좀더 자극적인 맛이 생겼겠지만, 난 뽀얀 국물을 좋아해서 이대로 먹었다.


순대정식의 주인공인 모둠 순대 2인분!

선지와 찹쌀을 채운 대창순대, 편육, 간, 오소리감투 등을 삶아서 낸다.

돼지부속임을 감안하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편이다.

대창순대와 오소리감투는 따끈하게 나오고, 편육과 간은 약간 서늘했다.


순대는 속의 선지가 꼬숩고(비표준어이지만 이 표현을 쓰고 싶다), 쫀득한 찹쌀과도 잘 어울린다.

겉의 대창도 쫄깃쫄깃해서 괜찮았다. 쐬주(비속어 읍읍...)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ㅋㅋ

편육은 약간 단단한 듯 했는데 무난한 맛이었고, 간은 뻣뻣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오소리감투는 도톰해서 흐뭇하게 씹히는 맛이 좋았다.


식사하는 와중에 데이트하러 온 젊은 커플들을 많이 봤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는 친구와 오기도 좋지만, 짝꿍과 마주 앉아 쐬주 한 잔 기울이기도 나쁘지 않은 곳 같다.

약간 낡은 듯하고, 주변이 왁자지껄해서 정신이 없지만 그 나름의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깔끔하고 조용한 것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겠지만.


□산수갑산 위치와 영업시간

위치는 을지로3가와 4가 사이에 있다.

을지로4가 우체국과 SC제일은행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서 진흥봉투사 간판을 찾으면 된다.


영업시간 평일 11:00-22:00, 토,일 11:00-21:00이고, 15:00-17:00준비시간(=브레이크타임)이다.

평일에도 식사시간에는 자리잡기 쉽지 않으니, 그 시간대를 약간 비껴 방문하는 게 낫겠다.

그리고 너무 늦게 가면(평일 점심 기준 1시 30분~2시 이후) 재료가 떨어져서 정식 주문하기가 힘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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