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추리]의심 by G. K. 체스터튼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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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와 오컬트의 경계

2권에서부터 느끼긴 했지만 이번 편에서는 유난히 오컬트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했다. 주술에 의한 저주, 마술처럼 사라진 인물, 전설로 내려오는 비극적 운명의 굴레까지... 물론 사건 자체에 초자연적 요소가 개입한 것은 아니고, 범죄자가 자신의 트릭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한 것이긴 하지만... 내가 지금 영국판 전설의 고향을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제3권 『의심』에는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브라운 신부의 부활>, <기드온 와이즈의 망령>,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 <개의 계시>, <황금 십자가의 저주>, <날개 달린 단검>, <다너웨이 가의 운명>, <문크레센트의 기적> 순이다. 이번 권에는 단 여덟 편의 작품만 실려있기 때문에 각 작품의 길이가 중단편에 가깝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수라든지, 얽혀있는 사건의 복잡도가 갑자기 훌쩍 뛰는 바람에, 그리 어려운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잠시 헤맸다.


이번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트릭의 유형이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아쉬웠다. 체스터튼의 추리소설에서 상당히 빈번하게 등장하는 수법은 일명 '바꿔치기'이다. 물건이든, 인물이든 교묘하게 교체해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을 혼란케하는 방식이다.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동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으면서 체스터튼에게 잘 훈련된 독자들이라면, 이러한 패턴의 중복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의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날개 달린 단검>. 마냥 재미있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오싹한 부분이 있었는데, 범죄 수법 때문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감춰진 어둠을 엿보았다고 해야하나... 편집광적인 범인의 기질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내 닉네임이 등장한 게 신기해서! :D

지명이긴 하지만, 여섯째 줄 중간에 등장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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