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식사]메인은 그냥저냥, 디저트는 맛있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피에르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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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한 피에르.

미슐랭 3스타 셰프로 유명한 피에르 가니에르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우리나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에 들어와있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5층에 자리잡고 있는 피에르.

맞은편에는 M Bar가 있다.

 

보라색과 검은색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네모난 샹들리에가 독특하면서도 화려하고 테이블마다 보라색 수국이 올려져 있다.

의외로 업무차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버터와 간단한 음식 접시.

소금 알갱이를 얹은 샌드 쿠키와 젤리를 얹은 치즈향의 쿠키, 마시멜로

(외래어 표준표기법이 마시멜로라니 로브스터에 이어 충격...)

모두 동전 크기 정도 돼서 한입에 넣기 부담없다.

치즈향이 나는 쿠키가 가장 맛있었고, 소금 알갱이를 얹은 것도 바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마시멜로는 식전에 단맛이 나는걸 먹는게 좀 낯설어서 그런지 그냥저냥.

  

피에르의 로고가 찍혀있는 버터.

 

바게트, 치즈가 들어간 하드롤, 옥수수빵 비슷한 빵이 함께 나온다.

피에르가면 빵만 먹고 와도 후회가 없을거라고 하는 평이 많던데 나는 잘 모르겠다.

겉이 딱딱할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낸 빵이었고 맛도 괜찮긴 한데 극찬할 정도인지는 의문.

일단 경험해보자는 의미로 익스프레스 런치 코스마다 하나씩 모두 4코스를 주문했다.

2코스부터 시작하는데 2코스는 488HKD, 3코스는 568HKD, 코스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98HKD가 더 붙는다.

봉사료 10%가 별도로 붙는 점을 감안한다면 4코스 주문시 103,000원 정도 되는 셈.

한국의 피에르 가니에르는 4코스 런치가 14만원이니 비교적 낮은 가격(이게 낮은거라고 하긴 좀 웃기지만)에 즐길 수 있다.

 

 

첫번째 코스인 새우 젤리, 연어알, 시소잎을 얹은 붉은 참치회와 말린 가다랑어 풍미의 콜리플라워.

일본식으로 잘 숙성된 회나 한국식 활어회에만 익숙해져있어서 이렇게 서양식으로 조리된 것은 다소 낯설었다.

약간 물컹한 질감도 어색하고... 다음에는 다른걸 시켜보고 싶다.

  

이건 엄마의 첫번째 코스.

벨벳같은 수프에 검은 송로버섯 크림, 뿌리채소를 곁들인 것.

수프의 질감이 정말 크림을 몽글하게 올린 것처럼 부드럽고 입에 닿는 감촉이 좋았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느낌에 바삭한 크루통이 포인트가 되어 맛있었다. 다음에 방문해도 또 주문할 듯.

  

함께 나온 뿌리채소는 들큰하고 따뜻하게 조린 것이었는데 식사에 달달한 반찬이라니 뭔가 생경해서... 별로였다.

 

두번째 코스. 보르도 풍미의 소스에 시금치와 달팽이를 넣고 조리한 것. 위에 바삭한 비스켓이 올라가 있다.

음... 지금은 메뉴에서 사라졌나 안 보이네.

달팽이는 굉장히 부드럽게 조리되었고 레드와인이 들어간 소스가 짭짤하니 먹을만했다. 하지만 다음엔 다른걸 시켜보고 싶다.

 

엄마의 두번째 코스.

팬에 조리한 오징어와 파슬리 뇨끼.

뇨끼나 오징어나 쫄깃쫄깃한 느낌보다 부드럽게 씹히는데 주안점을 둬서 조리한듯 했고,

전체적으로 엉기는 듯한 느낌의 소스가 입에 촉촉하게 감기는게 괜찮았다. 하지만 이 역시 다음에는 안 시킬 것 같고...

 

내가 시킨 립아이.

비트 시럽과 다진 헤이즐넛을 얹은 셀러리 크림이 함께 나왔다.

미듐 레어로 주문했는데 익힘 정도는 잘 맞았고 너무 뜨겁지 않게 나와서 고기맛을 보는데 적당했다.

다만 스테이크에 시럽이 곁들여져 나오는게 적응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달팽이와 함께 나왔던 와인 소스가 더 나을 것 같았다.

아마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를 시켜볼 듯.

 

엄마의 메인은 저민 관자에 초록색 렌틸콩 퓨레가 곁들여진 요리.

관자가 부드럽긴 했는데 크게 감흥은 없었다. 이것도 다음에 오면 다른 메뉴로 바꿔 주문할 듯.

 

피에르의 백미는 단연 디저트였다!

앞에 나왔던 메뉴의 아쉬움은 흔적도 없이 날리고 디저트만 종류별로 시킬걸...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맛.

가장 인기가 있다는 나폴레옹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다.

 

초콜릿 케이크는 자허 비스퀴(자허 토르테에 들어가는 그 자허 맞다)에

만자리(발로나의 제품 이름인 듯)) 초콜릿 무스를 층층이 올리고

바삭한 크럼을 얹은 뒤 초콜릿소스로 마무리한 케이크에 코코넛밀크와 붉은 오렌지 과육, 저민 오렌지 조림이 함께 나온다.

코코넛 밀크는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아니라 그저 그랬고(이건 내 취향의 문제) 초콜릿 케이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입 떠넣을 때 초콜릿향이 입 속을 꽉 채우고 쌉쌀한 단맛을 남기며 사라지는게 정말 작년-올해 먹은 초콜릿 케이크 중 최고!

다음에 방문해도 다시 고를 것 같다.

 

하지만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나폴레옹 케이크.

바닐라빈이 듬뿍 들어간 커스터드 크림을 밑에 깔고, 종잇장처럼 얄팍한 페이스트리 속에도 크림을 채운 뒤

커피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네 모서리에 캐러멜라이즈드한 헤이즐넛으로 마무리한 디저트.

피에르의 나폴레옹은 뭐라고 해야하나.. 페이스트리를 자르는 순간 파스슥 소리와 함께 비늘처럼 흩어졌다.

보통 이렇게 버터를 넣어 겹겹이 만든 케이크류는 포크로 자를 때 약간 질긴 듯한 질감 때문에 옆 부분이 줄줄이 딸려나와

형태가 무너지기 쉬운데 이건 정말 깨끗하게 잘려나갔고 입속에 넣었을 때도 눈 결정처럼 스르륵 부스러졌다.

커스터드 크림은 바닐라빈의 우아한 향기와 진득한 질감 덕에 가벼운 페이스트리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위에 얹은 커피 아이스크림은 달콤보들바삭한 케이크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듯 씁쓸향긋한 여운을 더해주었다.

다음에 이 디저트 때문이라도 재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은 작은 과자로 마무리.

노른자와 아몬드가루로 반죽한 과자에 초콜릿을 바른 것.

이름 들었는데 잊어버렸다...

부드러운 케이크 질감의 쿠키인데 살짝 쫀득하면서 이에 붙기 직전의 촉촉한 반죽이었다.

이렇게 식사 마무리.

  

창가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이렇다.

 

 - 좋았던 점

  1.한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분자요리의 대가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프렌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은 4코스 런치 14만원, 홍콩은 10만원 약간 넘는 수준)

  2.센트럴의 경치가 잘 내려다보이는 입지에 디저트가 정말 수준급, 감동적인 경지였다.

  3.서비스가 대단히 친절하며, 단지 정중한 정도가 아니라 유머를 겸비하고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는 프로의 손길이 느껴진다.

 

 - 아쉬웠던 점

  1.분자요리를 처음 맛보는거라 다소 낯설었고 코스가 전체적으로 간이 세다. 짠 음식에 단 곁들임이 나오는건 어색했다.

  2.메뉴가 영어로만 되어있다보니 고르면서 머리가 좀 아팠다.


 - 다시 방문한다면

  1.메뉴판을 미리 공부하고 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조리했는지 확인하고 가야겠다.

  2.코스를 2,3코스 정도만 주문하되 디저트는 꼭 먹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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