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김영랑 시집 by 김영랑

2018.02.10 06:29

김영랑(1903~1950)

김영랑 시인의 본명은 윤식(允植)이다. 윤씨 성이 아니라 김윤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등 한국적 정서가 담긴 서정시를 많이 발표했다. 대표시집으로 『영랑 시집』과 『영랑 시선』 등이 있다.


종합출판범우에서 펴낸 『김영랑 시집』. 띠지에 '전통적인 시형을 계승해 온'이라는 설명이 덧붙어있다. 표지에 그려진 붉은 꽃은 그를 상징하는 모란꽃일 것이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中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中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 「오-매 단풍 들것네」中

고운 시어와 투박하지만 정감가는 사투리 덕에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오-매 단풍 들것네」 등 그의 시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뿍 배어있다. 찬란하게 피어났다가 이내 꽃잎을 떨구는 모란, 따스한 '햇발'이 스며드는 돌담, 붉게 수줍어 고개를 내민 감잎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 누이의 단풍보다도 발갛게 물든 볼. 독자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처연한 감정을 느끼리라.


허나 내가 가장 오랫동안 아껴온 작품은 그런 서정성과 전혀 동떨어져있다. 전문은 아래에 소개한다.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훑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고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 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얼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독毒을 차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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