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by 르네 고시니, 장 자크 상뻬

2018.02.25 06:30

르네 고시니 René Goscinny(1926~1977) /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é(1932~)

르네 고시니 René Goscinny

작가 르네 고시니는 1926년 파리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1959년 벨기에에서 『필로트』라는 만화 잡지를 창간해 장 자끄 상뻬와 함께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밖에도 『아스테릭스』, 『럭키 뤼크』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미발표작 원고를 모은 『돌아온 꼬마 니콜라』, 『앙코르 꼬마 니콜라』 시리즈가 발간되었다.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é

상뻬는 뛰어난 관찰력과 유머를 그림 한 장에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꼬마 니콜라』, 『돌아온 꼬마 니콜라』, 『앙코르 꼬마 니콜라』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 친구』, 『뉴욕 스케치』 등의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의 『발레 소녀 카트린』 등의 삽화를 그렸다.


-본저 책날개 인용 후 2차 가공

『꼬마 니콜라』(이하 '『니콜라』'로 약칭) 시리즈는 르네 고시니의 글과 장 자끄 상뻬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동화이다. 오리지널 『니콜라』 시리즈는 Ⅰ.꼬마 니콜라, Ⅱ.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Ⅲ.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Ⅳ.꼬마 니콜라와 친구들, Ⅴ.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학교 때 갈리마르 출판사 판본으로 『니콜라』 시리즈를 접했었는데, 그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좋아서 전5권 합본으로 구입했다.


아이들에게는 희극, 어른들에게는 비극

『꼬마 니콜라』(이하 '『니콜라』'로 약칭) 시리즈를 읽고 있노라면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니콜라』에 맞게 변형하자면 "삶은 아이들에게는 희극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비극이로다." 정도가 되겠다.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홍수처럼 흘러넘쳐서 학교와 동네와 휴가지에 극심한 수해를 입힐 지경이다. 인물 소개에서 긍정적인 평만 제외하고 읽으면 정확하다. 악동 '니콜라', 먹을 것 앞에서 이성을 잃는 '알세스트', 친구들 코피 터뜨리기를 좋아하는 '외드', 꼴찌를 도맡아 하는 '클로테르' 등 어렸을 때는 재밌게 읽었지만 지금 다시 책장을 들춰보니 아찔하다. 둘리와 그 일당들의 만행을 능가하는 소동꾼들이라고나 할까. 아니 둘리와 친구들은 인원이라도 적지 니콜라는 한 학급이 통째로 엉망진창


한 반에 말썽꾸러기가 한둘만 있어도 골치인데 니콜라와 그의 친구들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 녀석들이 저지른 일 일부만 나열해보자면 학급 사진을 찍는 날 소란을 피운 나머지 사진사 아저씨가 질려서 돌아가버리게 만들기, 카우보이 놀이를 해주겠다는 니콜라의 아버지를 나무에 묶인 채 내팽개치고 떠나버리기, 축구 시합하다가 유니폼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며 싸우기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공은 처음부터 가지고 온 적도 없이 경기하기, 남의 집 개를 보고 길 잃어버린 유기견으로 착각해서 입양하겠다고 집에 데리고 오기, 장관님 오시는 날 환영 연습하다가 도리어 교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교장 선생님에 의해 감금 당하기 등등. 지금 다시 보니 『니콜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어른들―니콜라와 친구들의 부모님, 담임 선생님, 부이용(뒤봉) 사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등―에게 연민이 생긴다.


현대인의 '결핍'을 채워주는 니콜라의 천진난만함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만 누구보다도 사고뭉치인 '니콜라'. 스스로를 대단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산만하고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면모로 똘똘 뭉쳐져있다. 같은 학급 친구들도 어딘가 부족하다 못해 한 명이라도 주변에 있으면 삶이 편치 않을 것 같이 개구진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라』 시리즈가 발매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000만 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누리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빠들 함성이 가득했습니다. 덕분에 선수들은 사기가 충천했지요. 초반 몇 분 동안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앗습니다. 뤼피스가 맥상 아빠의 등을 향해 슛을 날리고, 클로테르가 패스를 잘못했다고 자기 아빠한테 따귀를 맞은 것만 빼면요. …(중략)… 클로테르 아빠가 대신 뛰겠다고 나섰습니다. 다른 학교 애들이 항의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빠들끼리 경기를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거였습니다.

…(중략)… 아빠들은 경기 초반부터 격돌했고, 아이들은 아빠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중략)…아빠들은 경기에 지게 되면 아이들이 실망할까봐 걱정이 되었고,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중략)… 경찰인 뤼퓌스 아빠가 갑자기 앞으로 나왔습니다. 드리블을 하면서 상대팀 아빠 두 사람을 제치더니, 골대 앞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깨끗한 슛이었습니다. 멋진 골이었습니다. 니콜라와 친구들의 아빠들 팀이 4 대 3으로 승리했습니다.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 「축구」 본문 中


그 답은 현대인이 품고 있는 '결핍'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빈틈투성이인 니콜라와 그의 친구들의 만행, 이를 교정하려는 어른들의 노력은 그때마다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 『니콜라』 속 어른들은 때때로 아이들을 통제하려 애쓰지만 그 노력이 빛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는 독자들에게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소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철없고 천진난만한 니콜라와 친구들은,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진화할 것을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위에 소개한 「축구」편에서는 어른들조차도 일탈 속에서 자유를 한껏 누린다.


『니콜라』 시리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대로 좋다. 아니, 그대로이기 때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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