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나무 아래서 by 권혁웅

2018.03.04 06:31

오랜만에 꺼내보는 『황금나무 아래서』. 현대시 수업 들을 때 과제로 시인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구입했던 시집이다. 인터뷰 대상은 자유재량으로 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해당 강의의 교수님이 추천사를 쓰신 시인 위주로 눈여겨보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을 선택했다.


권혁웅(1967~)

권혁웅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다.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2006년 제4회 「유심작품상」(평론 부문),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0년 제15회 「현대시학작품상」, 2012년 제12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예중앙, 현대시학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 위키백과 인용


인터뷰하러 가기 전에 권혁웅 시인의 시집을 세 권 구입해서 꼼꼼하게 읽어보고 질문지를 작성해서 방문했었다. 가져갔던 책 모두에 친필 사인을 받아오는 치밀함(...). 당시에는 창작보다는 비평 쪽에 무게를 싣고 활동하시는 것 같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꾸준히 작품집을 내놓으시는 것 같다.


직관과 묘사, 이야기가 빚어내는 힘

권혁웅 시인을 택한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형식과 내용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많은 현대시 작품들이 새로움만을 추구하다보니 '파격'에만 경도돼 작품 본연이 지니는 가치를 소홀히 하는 경우―비단 문학 뿐만 아니라 미술, 건축 등의 분야에서도 자주 목격된다―를 종종 볼 수 있다. 수단으로 여겨져야할 대상이 목적 그 자체가 되는 현상에 염증을 느끼던 그때, '직관'과 '묘사'를 바탕으로 안팎을 채운 권혁웅 시인의 작품은 단비처럼 다가왔다.


권혁웅 시인의 작품이 균형을 지킨다는 것이 단순히 중도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집과 동일한 제목의 「황금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에서 그는 상상 속에서 그려낸 미적 형상을 바탕으로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서사를 완성한다. 작품 속의 '황금나무'는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시인이 재구성한 이미지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삶에 대한 반추와 결핍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작품 외부의 목소리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낸다.


"어차피 영상 언어가 확장되는 것은 데세인데, 그렇다고 시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자로 씌어진 것만을 시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시가 아니라 시적인 것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면, 사실 시적인 것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게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이 돼요. (…) 서사와 이미지, 음악성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다보면, 그것들을 모으고 있는 영역은 사실 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가 서 있는 곳, 시가 나아갈 곳」, 『문학마을』 2001. 가을, 본저에서 재인용


내가 권혁웅 시인을 인터뷰하고자 마음먹게 만든 작품 「파문」 전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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