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일반]똥오줌의 역사 by 마르탱 모네스티에

2018.03.08 06:30

마르탱 모네스티에 Martin Monestier(1942~)

작가이며 기자, 사진가인 동시에 여행가이기도 한 그는 독창적인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걸로 유명하다. 배설을 다룬 이 책에서 이 괴짜 작가는 우리가 지금껏 읽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인간의 역사를 드러내보인다. 몰상식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박학다식함을 극단까지 밀고 나간 그의 노력 덕에 금기는 더이상 금기가 아니게 된다. 이렇게, 누구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듯한 모네스티에는 『식인종, 식인풍습의 역사와 기이성』, 『파리들』, 『동물 군대』, 『털의 역사와 기이성』, 『칼라스, 지옥에서 올림푸스까지』, 『유방, 역사적이고도 기이한 백과사전』, 『사형』, 『자살』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 본저 책날개 인용


※미리 말해두지만 비위가 약한 분들은 이 글을 닫아주세요.


나도 이게 희한한 책이라는 건 알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 대충 갈겨놓은 물줄기(...) 같은 표지의 글씨체. 평소 언어 구사에 결벽증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내게는 일종의 대척점 같은 책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금기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를 아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ㄸㄸㄸㄸㄸㄸㄸ뿐이다. 다만 금기어에 대한 거부감을 제하자면, 특정한 대상에 대해 역사, 문화, 과학, 기술 등 제반 연구를 했다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뒷표지 역시 예사롭지 않다. 발칙하다고 해야하나. 마르탱 씨는 농담도 참 잘하셔! 파인만 씨 라고 덧붙이고 싶은 위트가 엿보인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프랑스 쪽에서 이렇게 소재 하나를 놓고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책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약 한 사발 거하게 들이킨 것 같은 괴기스러움도 더불어―.


배설, 불결이 아닌 위생에서 출발하다

똥과 오줌의 독특한 역사를 그 기원부터 현재까지 재구성하는 것, 그것은 곧 집단은 물론 개인의 행위를 지배하는 풍속과 감각, 수치심, 관계, 그리고 규범들을 형성해온 문명화 과정을 조각조각 해부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중략)... 배설행위는 위생의 실제와 관습, 그 진보와 변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여정과도 같다. 또한 그것은 지식과 성찰의 다양한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 본저 작가의 말 인용


모네스티에가 지적했듯이 배설 행위는 단순히 노폐물을 신체 밖으로 배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순수 사상의 영역―종교, 신비학, 정신분석학―에 도입된 것은 물론이고 과학, 기술, 의학, 약학, 그리고 농학 등에서도 근본적 요소로 등장한다. 창조의 영역인 문학, 연극, 미술에서도 배설 행위와 그 결과물은 영감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된다. 직접적으로는 의학, 도시학, 위생학 및 사회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각국의 공중화장실 문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 타이완 등은 개별 꼭지를 할애했으면서 서울과 방콕을 한데 묶어놓은 점은 특이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본문에 나와있는 말레이시아는 제목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 지못미 저자에 따르면 탁월한 시설을 자랑하는 런던의 공중화장실―그 중에서도 1912년에 만들어진 해러즈 백화점의 화장실은 대리석과 나무로 장식된 내벽, 가죽 소파 덕에 고색창연한 매력을 자랑한다―을 제외하면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그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해보인다. 뉴욕, 베이징, 모스크바, 그 외 라틴아메리카의 도시들도 마찬가지이다. 도쿄, 싱가포르, 타이완 등은 공중화장실이 위생적으로 잘 관리되는 편이다.


역사와 문화와 과학과 사회 속의 '배설'

길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고,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침실에서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함께 요강에서 나는 코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오줌 냄새가 배어있었다.


『향수』 by 파트리크 쥐스킨트 본문 인용


쥐스킨트의 작품 『향수』에 묘사된 18세기의 프랑스는 마치 악취로 가득한 분뇨통 같다. 실제로도 그러했던 것인지, 고대의 역사가들은 파리의 옛 명칭인 '루테티아 Lutetia'라는 말이 '진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루테임 Luteum'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중세의 파리는 배출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아 오물과 배설물들이 하수와 뒤섞였으며 그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온갖 악취와 오염과 전염병에 시달렸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근대로 오면서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정도 환경(...)이라면 저자 역시 배설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싹텄을 법하다.


무지로 인한 위생 관리 소홀도 오염 및 질병 확산에 한몫했다. 17세기에는 의사들이 목욕은 위험하다고 단언했다. 물이 땀구멍으로 침투해 불결한 공기가 스며들 위험이 있다고 믿었기 대문이었다. 당시 청결함을 유지하는 방법은 '속옷'이었다. 속옷을 입는다는 것은 곧 몸을 깨끗이―씻는다는 의미로―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옷이 옷 바깥으로 더 잘 보이도록 칼라를 크게 만들거나 소매통을 부풀리곤 했다. 당대의 프랑스인들은 속옷 외에도 치약, 향유, 분, 향수를 애용했다. 특히 향수는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사치품이었다. 그럴 시간에 좀 씻지


현대적 화장실 문화를 상징하는 것을 꼽으라면 '화장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요새는 비데가 많이 보급되었지만 아직 화장지의 아성을 따라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대인들은 조약돌이나 건초를 사용했고, 이후에는 잎사귀나 삼밧줄, 솜 등을 이용하다가 18세기 말부터 신문이 발달하면서 신문지가 '뒤닦기' 종이로 각광받게 되었다.

최초의 화장실용 화장지는 1850년 영국에서 탄생했는데 그것은 현대의 그것과 달리 상자 속에 네모나게 잘려서 담겨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화장지 산업의 역사는 1857년 창립된 '케이예티즈 미디케이티드 페이퍼'라는 회사와 함께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화장지가 엄청나게 세련된 사치품으로 간주되었다. 오늘날에도 화장지를 사용하는 인구는 세계 인구의 ¼ 수준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화장지는 셀룰로오스면 종이를 소재로 만들어지며, 다양한 색깔과 문양과 향기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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