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SF]낙원의 샘 by 아서 C.클라크

2018.03.24 06:30

아서 C.클라크 Arthur C. Clarke(1917~2008)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과 함께 SF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서 C.클라크는 1917년 영국 서머싯 주에서 태어났다. 1936년 영국항성간협회에 입회해 회보에 기고하며 SF 집필에 첫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1951년 전업 저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라마와의 랑데부』, 『낙원의 샘』, 『유년기의 끝』, 『도시와 별』 등의 걸작을 남겼다. 독자적 작품 외에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함께 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다방면에 족적을 남겼으며, 1986년 미국 SF작가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로 추대되었다.


- 본저 책날개에서 인용 및 2차 가공


아서 C.클라크의 작품은 예전에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를 통해 접한 「90억 가지 신의 이름」 하나밖에 알지 못해서 이번에 이 책을 구입해봤다. 『낙원의 샘』이라는 제목이 묘하게 매력적이기도 했고. 역자 이름이 낯익다 싶어서 태그를 돌려봤더니 역시 SF 명예의 전당 번역에 참여했던 분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게 느껴졌다.

『낙원의 샘』은 5부로 구성되어있는데 1부-궁전, 2부-사원, 3부-범종, 4부-탑, 5부-상승 순이다. 58개의 소제목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서 SF의 숲속에서 길을 잃은 독자들이 내용을 쉽게 되짚어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신화와 영화 사이

왕관은 해가 갈수록 무거워졌다. 보디다르마 마하나야케 테로 주지승려가 참으로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며 머리에 처음 얹어 주었을 때, 칼리다사 왕자는 왕관이 생각보다 가볍다는 데 깜짝 놀랐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칼리다사 왕은 궁전의 예법이 허락하는 한, 보석으로 수놓은 그 황금 고리를 기꺼이 벗어 버리곤 했다.


-본저 인용

제목부터 시적으로 느껴지는 『낙원의 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내가 SF 소설을 구입한 건지, 아니면 천일야화를 구입한 건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첨단 장비 사이를 누비는 과학자가 아닌, 밤하늘을 보며 수행하는 구도자들이 나를 맞이하는 광경은 다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우주 엘리베이터

『낙원의 샘』을 이루는 뼈대 자체는 단순하다. 대기권을 뚫고 나가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축 프로젝트. 작가는 그 건설 현장을 가상의 국가인 타프로바네로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 모델은 아서 C.클라크가 말년을 보냈던 스리랑카의 실론 섬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문에서도 그는 타프로바네와 실론 섬이 90% 정도는 흡사하다고 언급한다.

궤도탑을 건설하는 데에만 내용을 할애하기에는 다소 단조롭기 때문에 작품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지가 되는 장소 '낙원의 샘'에 자리잡고 있던 왕국의 지배자 칼리다사에 얽힌 전설을 오가며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고대의 칼리다사 왕 역시도 현대인처럼 하늘 끝까지 닿는 탑을 건설하려다 반란에 의해 저지당한다. 역사는 되풀이되어서 후대의 지구인들은 그를 대신해 궤도탑을 완성한다. 마지막 챕터인 「칼리다사의 승리」은 지구를 방문한 스타호름인들이 어째서 궤도탑을 '칼리다사의 탑'이라고 부르는지 의아해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분량 자체는 많지만 내용이 '궤도탑 건설'로 요약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세세한 감상평은 적지 않는다. 다만 내 개인적 SF 취향―나는 첨단 기술로 인해 세계가 멸망한 뒤 벌어지는 생존 경쟁이라든지, 외계의 괴생물과 인간의 접촉 후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들을 좋아한다―과는 좀 다른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책이 머리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다. 거대한 스케일과 극적인 장면들을 감안한다면 영화화됐을 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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