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황금벌레 by 에드거 앨런 포

2018.06.15 06:30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어느 새벽, 악몽을 연달아 대여섯 차례 꾸고 나서 흐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려 몸부림치던 여운이 남았는지 나의 어깨는 여전히 들먹거리고 있었고,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도 쉬이 그치지 않았다.

평화와 안녕이 흐르던 일상은 덧없이 증발해버렸고 방 안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가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잠재우려고 포의 단편집을 펼쳐들었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짙은 그늘을 칠흑보다도 더 새카만 어둠으로 뒤덮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1809-1849)

미국의 시인이자 평론가, 현대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는 소설가.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포우는 궁핍, 음주, 광기, 마약, 우울, 신경쇠약 등으로 불운한 삶을 보냈다. 그의 작품들은 보들레르, 말라르메, 도스토예프스키 등에 의해 인정받고 추리, 판타지, 공포문학의 원조 위치에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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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화사의 『황금벌레』는 포의 다양한 작품을 싣고 있는데 「검은 고양이」, 「어셔 집안의 몰락」, 「모르그 거리의 살인」, 「라이지아」, 「윌리엄 윌슨」, 「적사병의 가면」,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황금벌레」, 「도둑맞은 편지」, 「아몬틸라도 술통」, 「절름발이 개구리」, 「범인은 너다」, 「말하는 심장」, 「군중 속의 남자」 순으로 수록되어있다.


포의 미스터리 소설 : 광기와 탐미가 빚어내는 위태로운 협주곡

이때의 내 기분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는 아편기가 다해가는 중독자처럼, 현실을 덮고 있는 장막이 으스스하게 흘러내리면서 이젠 되돌아가야 한다고 깨닫는 비통한 타락의 느낌 외에는 세상 그 어떤 감정과도 비할 길이 없었다. ...(중략)... 아무리 강렬한 상상력을 구사하더라도 도저히 밝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적막감이었다.

- 본문 p.24 「어셔 집안의 몰락」 인용


『황금벌레』에 수록된 포의 작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미스터리 소설, 다른 하나는 추리 소설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에는 단순히 산문 문학이라고 지칭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미려한 문장이 가득하다. 소설의 형태를 빌린 산문시라고 칭할 만큼 섬세한 구절들은 읽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포는 작품 속에서 마약―그 중에서도 특히 아편―중독자의 고통을 뱉어내는 듯한 표현을 즐겨 썼는데, 그것은 그 자신이 마약 중독과 우울감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안개 낀 황야 속에서 홀연히 등장한 저택의 문이 열리고, 방랑자가 그 안으로 마치 홀린 듯 걸어들어가는 것처럼 독자들 역시 포의 미스터리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포의 추리 소설  : 수수께끼의 핵심은 해법 과정 그 자체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라는 어휘가 주는 어감은 부옇고 흐릿하며 신비로운 느낌인데 반해, '추리'는 냉철하고 명백하며 또렷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포는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미스터리와 추리가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것임을 역설한다. 본저에서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 총 세 편의 작품에서 그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포가 내세우는 수수께끼의 핵심은 결론―범인의 정체―이 아닌 해법 과정 그 자체이다. 단행본 제목이기도 한 「황금벌레」에서 그의 추리 기법은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여기서 '나'의 친구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레그랜드'라는 인물은, 해골바가지처럼 생긴 황금벌레와 양피지 조각에 적힌 암호를 토대로 보물이 묻힌 위치를 추리해나간다. 번득이는 기지를 갖고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레그랜드와 다소 미욱하지만 충성스러운 하인 쥬피터의 조합은 묘하게 익살스러운 느낌이어서, 음산한 안개 속에서 신음하던 독자들의 호흡을 다소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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