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작가]찝찝이 시리즈 1탄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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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소설가를 쭉 헤아려보면 취향이 한결 같다. 쥐스킨트, 고골리, 카프카, 좀 멀리가면 애드거 앨런 포우까지... 어딜 봐서 일관성이 있느냐고 하면 '찝찝함'이다. 그냥 찝찝한 것도 아니고 '예술적인 찝찝함'이다. 쥐스킨트의 끝없는 현실도피, 고골리와 러시아의 문학 사조, 카프카의 내적 갈등 같은 거창한 요소를 들먹이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찝찝함'이다.

 

                                  [출처 - 네이버 기사]

이들 중 내가 제일로 꼽는(선호하는)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독일, 1949년생).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있는 것이라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고 손을 입에 갖다댄 사진이다. 아마 쥐스킨트 독자들 대부분은이 사진이 익숙하리라. 의도적으로 시선을 어느 곳에 고정시킨 것도 아니고 눈을 피하려 돌리는 듯한 그의 얼굴은 작품에서 묻어나오는 강박증과 내성적인 수줍음을 대변하는듯 하다.

외모와는 일견 대조되게 그의 서술기법은 치밀하면서도 감각적이다. 그의 섬세한 묘사와 동화적인 표현 방식은 그의 소설 대부분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적 기준으로는 고골리나 카프카보다 대중들이 좀더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는 극도의 집착, 치우치고 비뚤어진 감정에서 출발한다. 단편집 중, 깊이를 더하는 것에 집착하다 결국 자살해버린 여류 작가의 얘기를 다룬 <깊이에의 강요>, 겨우 새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남자를 묘사한 <비둘기>, 불운한 천재성을 타고난 남자가 그의 창조욕-창작욕과 구분되어야 함-을 충족시키고자 잔인한 살인도 서슴지 않고, 결국 한 도시를 음탕한 파멸의 도가니로 몰아붙여 그 자신조차 조각나버리는 <향수>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소함을 극대화시키거나, 막장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능가하는 엽기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자극적인 소재로 눈길부터 끌어보려는 어설픔을 느낄 수는 없다. 개연성 있는 줄거리의 전개, 무엇보다도 우아하고 산뜻한 표현 덕분일 것이다.

 

 

[추천 작품]

 

<좀머 씨 이야기>, 1991

중학교 때 처음 읽었다. '좀머'라는 이름이 하도 독특해서였다. 좀머 씨라는 남자의 삶을 소년의 눈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언제나 어깨를 훌쩍 넘는 단단한 나무 지팡이를 제3의 다리 삼아 우편 업무를 보든 식료품을 사든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열 시간이 넘도록 걸어다닌다. 제목이 좀머 씨 이야기이긴 하나, 소설의 대부분은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는데 할애된다. 짝사랑하던 여자아이와 같이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거나, 피아노 강습을 받는 도중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노처녀 선생 등에 대한 묘사는 읽는 사람에게도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익살스러움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장 자크 상페의 삽화 덕분에 더욱 동화책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985

동명의 영화(<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덕분에 더 유명해진 작품. 혹여나 영화에 마음에 차지 않을까 싶어서 부러 보러가지 않았다. 중학교 이후로 네 번 정도 더 읽었는데 반복해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주인공 그르누이가 탄생하는 시장의 역겨운 생선가게 냄새에 대한 실감나는 표현이 눈길을 끌고, 그르누이가 무두장이의 도제를 거쳐 파리의 향수 장인 발디니에게 향수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받고 향수의 도시 그라스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해방감마저 느껴지기까지 한다. 냄새를 잡아내는 데 있어서 천재이지만 그 자신은 아무 냄새를 품지 못해 '사람의 냄새'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차례차례 살인을 저지르는 계기가 되고, 결국 자발적인 거열형(...)을 스스로 실행하는 장면이 대단히 엽기적이나, 그다지 심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솜씨가 천재적임을 알 수 있다. 풍성하고 우아한 문장 덕분에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

 

<깊이에의 강요>, 1986

전시회에서 한 평론가에게 좋은 작품이나, 깊이가 없다는 평을 듣고 '깊이'에 집착하다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여류 화가의 이야기다. 그녀는 '깊이'가 없음을 한탄하며 습작은 커녕, 줄 하나도 제대로 긋지 못하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철학책을 읽어보려 시도하고, 위대한 명작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은 깊이 있는 작품을 그릴 수 없음에 망연자실해진 그녀는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녀에게 깊이가 없다고 평했던 그 평론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또다시 단평을 기고하는데, 그 글은 그녀에게 깊이가 없다고 평론했던 처음의 글처럼 원인을 그녀 내면에 돌리는 내용이었다. 대여섯 페이지의 짧은 초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승부>, 1985

일흔 가량 된 '장'이라는 체스 고수와 한 젊은이가 벌이는 대결에 관한 이야기다. 그 동안 장에게 패배한 사람들, 지인들, 그냥 지나가던 구경꾼들까지 합세해 이 낯모르는 젊은이를 응원한다. 이제는 세력의 판도가 바뀌기를, 이 청년이 흑기사처럼 나타나 장을 당당히 쓰러뜨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과연 그는 대담하게 승부를 이끌어나가고, 태연한 척 하던 '장' 역시 허를 찌르는 그의 공격에 긴장하고 만다. 그러나 체스를 마칠 때 쯤 결국 장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 그 젊은이는 그저 체스 초보였음을 모두들 깨닫게 된다. 위에 쓴 <깊이에의 강요>와 비교해가며 읽으면 더 재미있다.

 

그 외 <비둘기>도 재미있는데 책을 본가에 두고 왔다.

나중에 천천히 독후감을 쓰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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