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나의 식이조절 답사기 : 1주차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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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저녁 도시락을 먹기로 시작한 이번주.

단호박과 구운 달걀 흰자 통조림, 오이까지 얌전하게 도시락에 담아놓고 월요일에 그대로 출근했다. 도시락 없이 ㅋㅋㅋㅋ

그래그래 이렇게 시작부터 어긋나야 나답지. 처음부터 제대로 돌아가면 인간미가 없어. 라고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도시락을 싸는데 뭐 구체적인 규범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대원칙을 세워놓고 준비한다.

1.단백질+탄수화물+섬유질로 구성할 것. 영양소별로 식재료를 적어놓고 그 중에 원하는걸 찍어서 도시락에 넣는다.

2.실온에 두었을 때 맛이 쉽게 떨어지는 음식 또는 냄새가 심하거나 잘랐을 때 즙이 많이 배어나오는 음식은 피할 것

3.재료를 미리 손질해두어도 신선도가 유지되고, 지극히 간단한 손질만으로 도시락에 넣을 수 있는 재료를 쓸 것

  도시락 크기도 제한돼 있다보니 잘라놓은 토마토 → 방울토마토, 잘라놓은 오이 → 스낵오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월요일 저녁

 - 자몽 1개

 

도시락은 놓고 온 관계로 퇴근한 뒤에 자몽을 까서 먹었다.

껍질 까면서 인내심을 시험하고... 손질하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은 애증의 자몽이다.

그나마 자몽을 사온 다음날 몽땅 뜨거운 물로 박박 씻어 놓았기에 속껍질만 벗기는 수고를 한 뒤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아서 결국 나중에는 블루베리를 두어 줌 꺼내어 먹었다.

 

발목은 여전히 제 구실을 못해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뭉친 피를 뽑았다.

'그러게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고생을 사서 하나 이 사람아'라는 발목의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그래도 내가 네 주인이란다).

저녁도 거르고 퇴근해서 뒤늦게 자몽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얌전히 잠을 청했다.

 

 

 

화요일 저녁

 - 구운 달걀흰자 통조림(135g), 찐 블랙아지헤이호박 100g, 스낵오이 3개, 비타500 100ml 1병

 

딱히 식욕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먹고자 하는 욕망이 하한가를 치고 있다.

식이조절이 가능한건 내가 절제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것 뿐.

운동 역시 해보자!라는 의지보다는 그냥 시간 때우려고 하고 있다.

월요일에 시작하리라 야심차게 준비했던 도시락을 뒤늦게 개봉했다.

달걀 흰자에 황 성분이 들어있어서 노른자보다 냄새가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통조림을 개봉하자마자 진하게 풍기는 구운 달걀 특유의 냄새... 이게 노른자 냄새가 아니었단 말이야?

뭐랄까... 구운 달걀의 닭비린내 비슷한 냄새가 꽤 두드러지는데 맛은 고소하지 않으니 이질감이 드는 기분이다.

스낵오이는 그냥 작은 오이인데 씨앗 부분 비율이 적어서 좀더 단단한 느낌이다. 블랙아지헤이호박은 달달해서 맛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얼치기 스쿼트를 노래 3곡을 들으면서 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와 레그레이즈를 할 수 있는 만큼 했는데 기분 탓인지 이전보다 한두 개는 더한 느낌이었다.

플랭크도 시간 재보자고 시도했는데 12초...ㅋㅋㅋㅋㅋ 하.. 예전에 PT 담당했던 트레이너 선생님이 보시면 기절하겠네.

지금 어딨느냐보다 중요한건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갔느냐다. 이렇게 위로하기로 했다(끝내주는 자기 긍정이다 ㅋㅋ).

식욕은 없고,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이니 몸이라도 움직이자,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요일 저녁

 - 모닝두부 1팩, 찐 블랙아지헤이호박 100g, 스낵오이 2개, 셀러리 1개, 양배추 한 줌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다. 치킨이 먹고 싶지 않다니 참 나답지 않은 요즘이다.

양배추를 이자카야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도시락에 넣었는데 생으로 먹으니 아리고 맵다.

희한하네. 그 땐 아삭아삭하고 달콤했던 것 같은데 그 이자카야의 양배추는 뭔가 비법이라도 있나보다.

다음에 양배추를 먹으려면 살짝 쪄서 쌈싸먹듯이 조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목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이 때 박차를 가해서 빨리 낫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하체 운동은 자제중.

복근을 위한 윗몸일으키기와 레그레이즈를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플랭크를 마지막에 해봤는데 20초...ㅋㅋㅋㅋ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아졌으니 나름 선방한 셈이다.

 

 

 

목요일 저녁

 - 닭가슴살 통조림 1개(150g), 찐 블랙아지헤이호박 100g, 스낵오이 1개, 셀러리 2개, 꽃송이상추 한 줌

 

왠지 도시락이 당기지 않는 날이었다.

그냥 밥맛이 없으니까 뭐라도 맛있는걸 먹어야하나? 하면서도 크게 당기는 음식은 없고...

라고 생각하면서 닭가슴살 캔을 뜯었는데 참치 통조림과 매우 흡사해서 입맛이 확 돌아왔다. ㅋㅋㅋ

상추가 영 시들시들해서 어서 먹어야지 하면서 도시락에 넣고 샐러리와 오이는 뭐 그냥저냥.

꽃송이상추에 닭가슴살을 쌈싸먹듯이 조합하니 먹을만했다.

 

집에 와서 얼치기 스쿼트를 노래 4곡 들으면서 하고 플랭크를 시도했는데 32초다.

20초에서 무려 50% 이상 상승했어! 라고 좋아하기보다는 그냥 조금 익숙해진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 구운 달걀흰자 통조림 1개(135g), 블루베리 밥그릇으로 한가득.

 

노래 네 곡을 들으면서 얼치기 스쿼트를 했다.

사실 밥이 먹기 싫어서 뭘 먹지? 먹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움직인게 그거였다.

 

심신이 지치는 날이어서 건너뛸까 하다가 공복으로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를 고르긴 했다.

구운 달걀흰자 통조림은 내 입맛에 썩 맞지 않는 편이니까 어

차피 입맛이 없으면 그냥 싫어하는거 먹고 때우자 하고 결정.

냉동 블루베리는 좋아하는거니까 꺼내놓으면 먹겠지 하고 있었는데 역시 잘 넘어가진 않았다.

흰자만 먹고 말걸 괜히 꺼냈나 싶었지만 깨작거리면서 다 먹긴 했다.

다음부터는 입맛이 없으면 일단 한 입 분량만 꺼내놓고 입맛이 돌면 추가로 더 꺼내든지 해야겠다.

방탕한 식생활로 나의 미뢰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던 시절(...) 지퍼가 올라가지 않았던 원피스가 이 날은 올라갔다!

신축성 없는 거라 포기하고 있었는데...ㅋㅋ 의외였다.

 

 

 

토요일 아침

 - 찐 블랙아지헤이호박 100g, 자몽 1개, 스낵오이 + 꽃송이상추 + 파인애플드레싱

 

색도 곱고 씹히는 맛도 제각각 다른 아침이다.

각각의 재료들을 씹으면서 내 시각과 미각과 후각과 청각과 촉각까지 모든 감각이 매끈한 자갈을 맨발로 밟듯이 자극된다.

달콤하면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단호박, 상큼하면서 아련한 쌉쌀함이 느껴지고 보리알처럼 혀 끝에서 톡톡튀는 자몽,

아삭거리는 스낵오이와 나긋나긋한 꽃송이상추까지 씹으면 씹을수록 즐거워지는 식사였다.

 

 

 

토요일 점심

- 찜닭(닭다리 2개 + 건조 납작당면 50g), 현미&흑미밥 100g, 배추김치

 

사실 식이조절에 신경을 쓴 식단은 아니지만... 왠지 이 글에 계속 이어서 쓰고 싶다. 이유는 아마 현미&흑미밥 때문...?

찜닭을 정말 좋아하는데 참 간만에 먹었다. 내가 이것 때문에 납작당면도 사재기하고...ㅋㅋ 참 한결같은 찜닭 사랑이다.

현미찹쌀과 흑미를 2:1로 섞어서 부드럽게 불린 뒤 밥을 지었다.

나름 찰기를 더하려고 현미찹쌀을 넣었는데 밥이 다 흩어져서 당황했다.

웬만한건 소화를 잘 시키는 편인데 이 밥은 까칠해서 그런지 먹고 나니 속이 까끌했다.

좀더 오래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야할 것 같다.

 

 

 

토요일 저녁

 - 삶은 달걀 2개, 아스파라거스 + 참타리 볶은 것, 블루베리 + 요거트 + 꿀

 

저녁 먹기 전에 줄곧 걸어다녔다.

만보는 한참 전에 찍었고 집에 와서 얼치기 스쿼트를 노래 4곡 들으면서 했다.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오늘따라 잘 되는 기분이었다.

윗몸일으키기와 레그레이즈는 하다가 무리가 와서 포기...

 

12분 삶아서 반숙으로 만들려던 달걀이... 1분 지체했더니 이렇게 노른자 테두리가 익어버렸다. 역시 달걀 삶기는 어려워.

참타리는 지난 주말에 먹고 남은 것이어서 상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의외로 잘 견뎌주고 있었다.

올리브유 두르고 소금 한 꼬집 넣고 달달달달 볶다가 오코노미야끼 소스를 1t 정도 둘러서 마무리했다.

아스파라거스와 달걀이 의외로 잘 어울려서 기뻤다! 마늘종 같은 것과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다음에 시도해봐야겠다.

 

 

 

일요일 아침

 - 새우 한 줌 + 청경채 세 포기 + XO소스 볶음, 바나나 1개

 

일찍 일어나면 한강이나 나가볼까 했는데 오늘따라 잠이 너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이불의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을 손 끝으로 매만지면서 잠을 음미하다가 늦게 일어났다.

단백질류는 냉동실의 고기나 냉장실의 달걀 뿐인데 어느 것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는데 마침 새우가 생각났다!

새우 한 줌 털어넣고 청주로 비린내 날리고 XO소스와 청경채를 넣어 빠르게 볶아냈다.

XO소스에 들어있는 건새우와 패주가 볶은 새우맛과 잘 어울렸다.

 

 

 

 

일요일 점심

- 찜닭(닭다리 2개 + 건조 납작당면 40g + 감자 1/3개), 현미&흑미밥 60g, 배추김치

 

찜닭에 감자를 넣는 대신 밥을 좀 덜 먹었다.

짠것, 단것을 자주 안 먹어서 그런가 김치가 꽤 짭짤하게 느껴졌다.

까끌한 밥을 적게 먹었더니 속이 좀 편했다.

찜닭이 맵고 짜고 달아서 입이 좀 깔깔했는데 과일푸딩 하나 까서 먹고 나니 괜찮았다.

토일 연속으로 닭다리를 뜯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

 

 

 

일요일 저녁

 - 달걀샐러드(반반숙으로 삶은 달걀 2개 + 꽃송이상추 + 라디치오 + 발사믹리덕션 + 올리브오일)

 - 찐 블랙아지헤이호박 100g

 

달걀 삶다가 하나를 깨뜨려먹어서 줄줄 새어나왔다. 아... 이런.

새어나온 못난이들은 채소로 덮어서 가려주고 가장 멀쩡한 부분만 쪼개서 위에 올리니 그래도 좀 낫다.

발사믹식초가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ㅠㅠ 대신 발사믹리덕션을 썼는데 단맛이 강한게 아쉬웠다.

호박을 반달모양 그대로 쪄봤는데 전자레인지에서 3분 정도 돌렸더니 설익은 곳이 다행히 없었다.

 

식이조절의 원칙을 세우면서 튀긴 것과 달달한 음료는 자제하겠다고 적었는데 이번주에는 그 다짐을 잘 지켰다!

더불어 술도 마시지 않았고 면류, 빵류도 먹지 않았다.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디저트류는 몇번 먹었다.

생수 작은 것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으니 눈에 잘 띄어서 물을 그나마 좀 마시게 된다.

피부가 좋아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상복부가 좀 밋밋해졌다. 다른 곳은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다음주에는 물을 더 많이 마셔야겠다. 지금도 맹물은 하루 두세 잔 수준이다.

이제 단호박 한 통을 다 먹었고 다음주의 탄수화물은 잡곡밥과 바나나를 골라가며 먹을 예정이다.

단백질은 연두부와 닭가슴살 통조림을 번갈아가면서 먹을 생각이다.

구운 흰자 통조림은 지금 가지고 있는걸 다 먹고 끝내고 굳이 달걀을 먹을거라면 그냥 달걀이나 구운란을 사야겠다.

채소는 종류 가리지 않고 있는걸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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