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애거서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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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거서크리스티 추리문학베스트 1)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출판사

해문출판사 | 2002-05-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여덟 명의 손님과 웃음을 잃은 하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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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서스펜스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

'영국 추리소설의 거장'하면 셜록 홈즈,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마치 음악의 아버지 하면 바흐, 어머니 하면 헨델 같은 느낌이랄까. 두 작가 모두 영국 출신이며, 추리 작가로는 더할 나위 없는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둘다 국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았다. 다만 도일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영국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집필해 기사 작위를 받은 반면에, 크리스티는 순수하게 추리소설로 데임 작위를 수여받았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두 작가가 창조한 셜록 홈즈(도일)와 에르큘 포와로, 그리고 마플 양(이상 크리스티)의 추리 방식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홈즈의 추리가 객관적 물증에 입각해 'X,Y,Z중 X와 Y가 사실이 아니라면 분명히 Z가 사실이다 .Z'라든가 A등의 다른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적 추론을 이끌어낸다면, 포와로와 마플 양은 심증, 인물의 성향, 주어진 상황 속에서 특정 인물의 심리 상태와 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고 실뜨기를 하듯이 결론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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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의 인디언 소년,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되었다

해문출판사의 크리스티 시리즈는 참 고전적으로 생겼다. 속되게 말하면 좀 촌스러운 느낌...? 책 첫머리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도 정말 옛날 책 같아! 크흐흐흐흐흐 이런거 좋다. :D 제목도 살벌한데 표지까지 무섭게 생겼다. 어둠 속에서 피흘리는 것 같은 글씨가 괴기스러운 인상마저 더해준다. 원제도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And then there were none.'라니. 이 개미새끼 한 마리 남기지 않을 듯한 단호함을 보라. 제목부터 이미 스포일러하고 있긴 하지만('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고 하니까) 섬에 초대된 열 명은 모두 살해당한다. 각각의 인물이 무슨 경위로 어떻게 살해당하는지 헷갈리지 않으려면 이 등장인물 설명을 잘 숙지하는게 편하겠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인디언 섬이라는 무인도에 여덟 사람이 초대받아 갔는데 초대한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시중 들 하인 부부만 기다리고 있다. 하인을 포함한 열 사람은 무인도에 갇혀서 차례로 죽는다. 희생자는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라는 동요에 맞추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이 살해당할 때마다 저택에 있던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 하나씩 없어진다.

 

법의 심판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심판해주마

다음은 열 명의 인디언 소년 동요의 전문이다.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명이 되었다.

여덟 명의 인디언 소년이 데번을 여행했다.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일곱 명의 인디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 명이 자기를 둘로 잘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았다.

한 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법률을 공부했다.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네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바다로 나갔다.

한 명이 훈제된 청어에 먹혀서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인디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 명이 큰 곰에게 잡혀서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인디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한 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인디언 섬의 열 사람은 위의 노래에 따라 순서대로 죽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례차례 살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위의 동요에 맞추어 번호를 내림차순으로 매겨보면 ⑩앤소니 마스턴 ⑨로저스 부인 ⑧매카서 장군 ⑦로저스 씨 ⑥에밀리 브렌트 ⑤워그레이브 판사 ④암스트롱 의사 ③블로어 ②필립 롬바드 대위 ①베라 클레이슨 순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나온다.

 허나 여기에는 숨겨진 함정이 있다. ⑤워그레이브 판사가 실은 살해당한 것으로 위장하고 마지막까지 살아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범인을 혼란스럽게 하자는 명목으로 암스트롱 의사와 남몰래 계획을 세워 자신이 죽은 것처럼 꾸미고 숨어있다가, 자신을 믿고 방심한 암스트롱을 살해하고 나머지 인물도 차례차례 죽인 후, 원래 자신이 살해당하기로 한 방법 그대로 자살하여 사건을 종결짓는다.

 그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는 각각의 희생자들이 법망은 교묘히 피해갔을지언정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워그레이브 판사는 자신이 불치병으로 인해 얼마 못 살 것을 깨달았고, 남은 시한부의 시간 동안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실행시키는데 성공한다.

 이 소설은 크리스티의 트레이드 마크인 포와로나 마플 양이 등장하지 않으며, 그녀의 작품 중 수수께끼와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걸작이다. 무인도라는 격리된 공간, 살인범과 꼼짝없이 갇혀버린 인물들, 서로를 향한 의심과 견제 등 추리소설로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