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일반]걸리버 여행기 by 조나단 스위프트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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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양장)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출판사
주변인의길 | 2004-0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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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의 크고 작은 모험 : 작은 나라의 거인, 큰 나라의 소인

 '걸리버 여행기'를 들으면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를까? 대부분은 '작은 나라 사람들', '바닥에 머리카락이 묶인 거인 걸리버' 등을 떠올릴 것이다.

 소설 속 걸리버가 여행기를 무려 네 편이나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미지가 한정적인 이유는, 첫번째 여행기인 소인국 릴리풋의 이야기가 워낙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15cm에 불과한 작은 키의 사람들, 소꿉놀이하는 듯한 자그마한 왕국의 풍경, 이와 대비되는 거대한 걸리버의 모습, 이런 요소들이 어린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동시에 걸리버 여행기가 아이만을 위한 동화라는 인식을 조장하기도 했다.

 릴리풋과 브롭딩낵에서의 걸리버는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릴리풋에서의 걸리버는 소인 1,728명을 합한 것에 육박하는 크기의 거인으로, 그의 어마어마한 덩치나 힘이 소인들에게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릴리풋 사람들에게는 경이롭고 신기한 거인의 기행으로 비춰진다. 황제와 신하들은 걸리버를 포섭하려 하고, 그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은밀한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그에 반해 브롭딩낵에서의 걸리버는 한없이 미약한 존재로 전락한다. 걸리버가 릴리풋에서는 바로 황제에게 압송되었던 반면에, 브롭딩낵에서는 그를 포획한 농부에 의해 돈벌이에만 이용되며 죽도록 고생하다가 신기한 구경거리를 찾던 왕비에게 뒤늦게 팔려가게 되는 것도 상반된 모습이다. 왕비의 소유물이 되고 나서도 걸리버의 역할은 왕비를 기쁘게 해주는 어릿광대와 다를 바 없는 정도에 그친다. 거인들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열악하다보니 그들에게 미개한 짐승 취급을 당하고 심지어 브롭딩낵의 국왕에게는 해로운 벌레라는 모욕을 받기도 한다. 걸리버가 자유를 되찾게 되는 것도 스스로 떠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독수리에게 납치된 덕으로, 브롭딩낵에 있는 내내 그는 자의를 박탈당한 상태였다. 

 

풍자와 자조 사이 : 천공의 섬 라퓨타? 야후에서 푸이눔을 검색해보세요!

 앞서 언급한 릴리풋과 브롭딩낵이 다소 허구성이 강하긴 하나, 양국 모두 당시의 영국사회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인간 사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이어 등장하는 세번째, 네번째 여행기는 아주 기이한,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세번째 여행기에 등장하는 라퓨타 섬은 공중에 떠다니는 섬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프가 된 곳이기도 하다. 라퓨타 섬사람들, 그 중에서도 귀족의 가장 큰 특징은 기울어진 머리에 제각각 움직이는 좌우 안구이다. 그들은 사색에 워낙 깊이 몰입하기 때문에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려면 '클리메놀'이라는 하인들이 입과 귀를 때려주어야 꿈에서 깨듯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라퓨타 섬에 예속된 대륙 발니바비와 라가도의 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색에 너무 깊이 사로잡힌 나머지 순수학문에만 치중하고, 실제적인 소득이 전혀 없는 연구에만 몰두한다. 걸리버는 이들에 대해 서술할 때 비교적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기 그지없는 학자들이었다.

 네번째이자 마지막 여행기에는 말과 꼭 닮은 '푸이눔'이라는 종족이 등장하고, 인간을 닮은 '야후'라는 종족도 등장한다. 걸리버는 이 여행기에서 야후에 대해 시종일관 비열하고 파렴치한 욕망만 가득한 존재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푸이눔의 덕성과 어진 성품을 끊임없이 칭송한다. 전체 여행기의 머리말에 삽입된 '사촌 심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말을 푸이눔이라 칭하면서 말들이 하찮은 동물로 대우받는 것에 분개하고, 인간들을 통틀어 비참한 짐승이라 일컫는다. 야후와 일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다 해서 인류 전체를 매도하는 그의 모습은, 앞서 그를 벌레 취급하던 브롭딩낵의 국왕에게 자신의 조국을 변호하는 모습과는 대조되는 자세이다. 사회의 고리타분한 제도나 일부 타락한 인간의 문제를 인류 본연의 문제로 몰아가는 단정적 태도가 편협해보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불쾌하다기보다는, 여행을 너무 다니다보니 정신이 나갔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스위프트가 이 작품을 집필한 이유는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 세계를 묘사하고자

함이었지만, 마지막 여행기에서 기존 사회를 지나치게 깎아내린 나머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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