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그림]사치와 평온과 쾌락 by 장 자끄 상뻬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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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끄 상뻬의 일러스트집 <사치와 평온과 쾌락>. 제목, 표지, 컨셉, 그림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집이다.

 

번갈아 찾아오는 '사치와 평온과 쾌락'

상뻬에 대한 설명은 앞서 다른 글들에서 여러번 했기 때문에 책날개의 저자 소개로 갈음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집의 제목인 <사치와 평온과 쾌락 Luxe, calme et volupte>은 보들레르의 시 <여행으로의 초대 L'invitation au voyage>에서 인용한 문구이며, 마티스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상뻬는 사치와 평온과 쾌락이 결핍된 소시민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어, 역설적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내 사치와 평온과 쾌락에 접근하는 저 얼룩이는 누구냐?!?!

 

일상 속에서 앙증맞은 행복을 찾아내는 기쁨

속 표지부터 벌써 내 기분을 허물어져내리게 한다. 깨끗한 시트에 누워 잠자는 고양이라니!!!

그 아래에는 손글씨로 적힌 제목 사치와 평온과 쾌락(Luxe, calme et volupte)이 있다.

아끼는 그림과 간단한 감상만 덧붙인다.

 

- p.15

표지와 동일한 내용의 그림. 유유자적하는 느낌이어서 보고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 p.28

단순한 선과 색의 조합으로 이렇게 느긋한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니!

나무와 둔덕에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이 물드는 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난 알 수 있다.

부드러운 훈풍이 불어오고 살갗에 스치는 공기가 전혀 차갑지 않고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계절.

앞을 볼 수 있고, 주변을 들을 수 있고, 감각이 살아있다는게 진정 축복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 p.49

유직자(...)일 때 나를 위로해주던 유일한 시간은 퇴근하면서 한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대개는 야경을 보면서 한강을 지나쳤는데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내게는 작은 사치였다.

드물게는 노을빛 강물을 보며 퇴근하는 행운도 누렸는데 그 때 내가 느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노을이 내 정수리부터 발뒤꿈치까지 흠뻑 적시는 그 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요즘엔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그 때는...

상뻬의 그림을 보면서 나의 작은 행복을 되새기고 재확인하고 감사하게 된다.

 

- p.61

이 그림은 <뉴욕의 상뻬>에도 실린, 1984년 3월 12일자 <뉴요커 New yorker> 표지 그림이다.

단원들의 팔 방향이 제각각이라서 의아한데, 맨 밑 사람부터 보면 각각 자신의 옆 단원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차례차례 시선을 옮겨 맨 끝으로 가면 마지막 사람이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마지막 사람이 최종적으로 주목을 받게끔 인사하는 모양새가 귀엽고 유쾌하다.

관객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단원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정말 사랑스럽다.

단순히 좋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adorable이라는 수식어가 꼭 맞는 상뻬의 그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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