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일반]레디메이드 인생 by 채만식(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04권)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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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인생

저자
채만식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8-01-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역설과 반어의 작가 채만식의 대표 단편 8편 수록. 1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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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1902~1950)

 채만식은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태어나 어릴 때는 서당에서 한문을 익혔고, 20대에는 사립학교 교원, 동아일보 기자 등으로 일하다가, 30대에 접어들며 <레디메이드 인생(1933)>, <탁류(1937)>, <태평천하(1937)> 등의 작품을 써내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개진한다. 그러나 일제 말기 대동아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적 통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채만식 역시 친일의 성격을 지닌 작품을 내놓게 된다. 친일의 경계에 있다고 평가되는 <패배자의 무덤(1939)>, <냉동어(1940)> 등이 이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해방 후 그는 <민족의 죄인>이라는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대일 협력 행위가 마치 '수렁에 빠져들듯' 일어나게 되었다는 일종의 자기 해명과 함께 다시금 창작에 전념한다. 이후 6·25 전쟁을 2주 앞두고 지병인 폐결핵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남북 분단 이후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겪지 못하고 작고한 것이다. 만약 그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작품활동을 했더라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지가 궁금해진다.

 

 문학과 지성사의 <레디메이드 인생>은 채만식 단편선으로 <논 이야기>, <레디메이드 인생>, <미스터 방>, <민족의 죄인>, <치숙>, <낙조>, <쑥국새>, <당랑의 전설> 순으로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이중 <당랑의 전설>만은 소설이 아니라 희곡 작품이다. 그는 해당 작품의 제재가 소설로 전달하기 적합치 않다고 판단하여 희곡의 형식을 빌렸다고 설명한다. 한국 현대문학에서 견줄 자가 없는 풍자의 대가답게 작품마다 번득이는 기지가 돋보인다.

 잠시 화제를 돌려 채만식에 대한 뒷이야기를 소개하자면, 그는 채만식이라는 이름과 달리 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고기 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편식이 심했다고 한다. 어느날 겸상을 하던 제자가 그걸 보고 선생은 이름이 채만식인데 알고보니 고기만식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고기사랑이 남달랐던 그여서 그런지 음식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교과서에 실려 익히 알려진 <왕치와 소새와 개미>에서는 세 미물들이 번갈아가며 밥상을 대령하는 장면이 침이 꼴딱 넘어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있고,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는 지나가는 아가씨의 오동보동한 다리를 세련되게도 '치킨까스'에 빗대어 표현한다.

 

걸쭉한 욕 한 사발과 자기폭로적 풍자의 미학

 염상섭의 소설이 엘리트 편집장의 날카로운 논평 같고, 박태원의 소설이 무심한 듯 세련된 인텔리의 필치가 느껴진다면, 채만식의 글을 읽다보면, 늘상 가느다란 눈으로 싱글거리며 여기저기 변죽 울리기 바쁜 작자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대하지 못할 능구렁이가 보인다. 소재를 가볍게 쓸고 지나가는 듯하나 속속들이 훑어내는 그 문장, 내공이 담긴 글솜씨가 일품이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레디메이드 인생>은 발표된지 이미 80년이 흘렀지만, 포화된 인력시장 속에서 방황하는 인텔리의 자조적인 모습이 현대 사회의 미생을 연상케한다. 아니, 미생은 테두리 속에서 생사를 다툴 여지라도 있지만 울타리에 편입되지도 못한 외부자들은 미생도 되지 못하는 사석이다.

 

 채만식 소설 속 풍자는 자기폭로성 풍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을 대놓고 면박주거나 비판하는게 아니라, 그 대상의 언동을 족쇄로 삼아 도리어 그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채만식은 <치숙> 속에서 이러한 풍자를 남도의 소리꾼 마냥 한껏 늘어놓는다. <치숙>이라는 제목부터 반어적이다. 오촌 고모부 역시 긍정적인 인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양반을 한심하다는 듯 미주알고주알 흉을 보는 주인공의 언동이 오히려 독자의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이 단편선에서 가장 향토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 <쑥국새>. 쑥국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쑥국 쑥국 하고 운다는 민담에서 제목을 빌려온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내가 죽고 나서 무덤가에서 한탄하는 미럭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비극적인 내용이긴 하나 걸쭉한 사투리, 순박하다 못해 미욱하기까지 한 미럭쇠의 어긋난 사랑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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