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예술]반 고흐 Van Gogh(창해ABC북 001)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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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창해 ABC북 1)

저자
마리 엘렌 당페라 등 지음
출판사
창해 | 2000-07-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특히 아시아 문화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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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 7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밤의 카페 테라스>, <해바라기> 등 유수의 작품을 남겼지만 그의 진정한 모습은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져있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 고흐를 광기에 가득찬 천재로 기억할 것이다. 혹자는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아아아!!!!'라고 캔버스를 보며 울부짖고 귀를 도려내는 미친 예술가의 모습으로 그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게 다 고갱 때문이다. 강렬하고 격정적인 표현 방식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상징주의자로 판단하기도 한다. 반 고흐는 과연 광기로 가득찬 저주받은 천재였을까?

 그의 작품세계를 한 꺼풀만 들춰보면 감자캐는 여인들의 모습, 우체부의 초상, 구겨진 구두와 같이 실존적인 서민생활상을 그려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충동적인 천재가 아니라 소재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여 충만하고 진실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훌륭한 소양을 쌓았고, 당대의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화가나 화상, 일부 비평가들에게도 인정받는 작품을 상당수 그려냈다. 단지 그가 때이른 죽음을 맞이했고 그 직전에 귀를 자르는 기행을 했다고 해서 그를 미치광이 천재로 치부하는 것은 그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평가이다. 반 고흐를 진정 예술가로 존중한다면 구태의연한 미화를 벗어던지고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를 새로이 해야할 것이다.

 

근대 예술의 핵심은 '땀 흘리는 농부들'         

 반 고흐의 작품 세계, 그림의 주제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친 작가는 밀레일 것이다. 그는 남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도 밀레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자신의 열광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만종>, <씨뿌리는 사람> 등 밀레의 작품들은 반 고흐가 추구했던 자연주의적 취향과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 밀레의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는 '땀 흘리는 농부들'이었다. 반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모범으로 삼아 <낮잠>, <씨 뿌리는 사람들> 등을 본떠 작품을 그려내기도 했다. 한때 목회자의 뜻을 품고 있던 그였기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영혼의 영생을 추구하는 것이 씨를 뿌려 수확을 거두는 농부의 삶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긴 것이다.

 말년에 그와 함께 했던 고갱이 스스로를 '변절한 시대 속의 그리스도'라고 칭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얻는 고통으로 속죄하여 사람들을 구원하리라 믿었던 것은 반 고흐였다. 고갱이 이국적인 섬의 여인들에게서 태초의 생명력을 발견했다면 반 고흐는 대지의 건강함, 땀흘리는 농부들 속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왜소한 대중의 삶에 애정을 표하고 '정직한 노동의 대가로 얻은 수확'을 찬양하고자 했기에 소재를 미화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투박하게 그려냈다(<감자먹는 사람들>).

 

넘실대는 빛의 향연으로 '찬란한 밤하늘'

 반 고흐에게 주제 면에서 영감을 준 거장이 밀레라면, 색채 면에서 그에 상응하는 영향을 준 이는 단연 들라크루아라고 할 수 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표현방식이 다채로워진 것은 들라크루아 덕분이라고 자평하였다.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예술에 바친 들라크루아의 삶은, 반 고흐의 존경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었다. 거장의 영향을 받은 덕에 그는 향토색에서 벗어나 원색을 사용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레몬색과 프러시안 블루 등 대비되는 색을 조합해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열정적으로 모사하기도 했다(<피에타 ; 들라크루아 작품의 모사>).

 

 "요즘은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밤이 낮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색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 강렬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들로 물든 밤…, 어떤 별들은  레몬빛을 띠고 있고, 다른 별들은 불처럼 붉거나 녹색, 파란색, 물망초빛을 띤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中, 본문 p.58에서 재인용>

 

 '자유로운 색채주의자'가 된 반 고흐는 하늘, 그 중에서도 밤하늘에 주목했다. 그가 바라보는 밤하늘은 검기만 한 어둠이 아니라 청록색, 감청색, 보라색으로 가득하고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그윽한 하늘과 대조되는 노란색 가스등과 녹색, 분홍색의 섬광을 보이는 별빛이, 꿈틀거리는 듯한 그의 붓질을 만나 빛의 향연으로 넘실대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하늘과 대지와 물의 경계가 희미하게 뒤섞이고, 일렁이는 별빛과 조명이 고동치듯 격앙된 모습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밤을 표현하고 있다.

 

40여 점의 자화상으로 남은 사나이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이 사람은 강렬하게 느꼈고 아주 섬세한 감수성을 타고났다고 말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 자신이 저속하다고 부르는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때문에…"

"내 얼굴을 제대로 채색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中, 본문 p.98에서 재인용>

 

 반 고흐는 무려 40여 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는 자화상 그리기에 몰두함으로써 창작욕을 해소하는 한편, 내면을 치유하는 창구로 삼았다. 그는 상상보다 실제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림 그리는 것을 선호했는데, 당장 구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경우, 스스로의 얼굴을 인물화의 소재로 삼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화상을 그릴 때마다 그는 외모의 특정 부분을 강조해 다른 인상을 주도록 표현했고,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각각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의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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