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음식]커피 Café(창해ABC북 006)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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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창해 ABC북 6)

저자
알랭 스텔라 지음
출판사
창해 | 2000-09-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커피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가장 보편화된 기호음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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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시작 : 영혼과 육체를 데워주는 한 잔

 거리를 걷다보면 '칼디'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름 때문에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가 마시던 술(칼바도스)과 관계가 있는 무엇인가..? 했더니 커피와 관련된 이름이었다. 예멘에서 염소를 치는 목동이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염소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그 염소들이 작고 빨간 열매를 먹는 것을 보고 커피를 처음 발견했다는 전설 같은 유래, 그 목동의 이름이 칼디였던 것이다.

 사실 커피를 최초로 마신 나라는 에티오피아지만 커피를 마시는 풍습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곳은 예멘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에티오피아의 농부들은 커피 열매를 끓여서 죽처럼 먹거나 약용으로 썼다. 그런데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추정연대는 12세기에서 14세기 말엽 사이) 커피가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에서 예멘으로 건너간 뒤, 예멘 사람들이 최초로 커피를 재배하고 농원까지 갖추면서 커피 전파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커피는 아랍어로 카와(quhwa)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이는 영어의 coffee, 프랑스어의 café, 독일어의 kaffee, 이탈리아어의 caffè 등의 어원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하면 서양 음료라는 인상이 강한데, 사실 커피는 17세기가 이르러서야 유럽에 전파되었다. 당시 터키의 풍습을 즐기던 상류계층에게 터키의 커피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1650년 옥스퍼드에서 영국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연 이후로 17세기 말에 이르자, 이런 커피하우스가 수백 개로 불어나면서 지식인들의 살롱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카페는 정치적·문화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오늘날에는 프랜차이즈, 개인 로스팅 카페 등에서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가정에 핸드드립 도구, 에스프레소 머신 등을 구비하고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원두의 재배와 가공 : 체리에서 에스프레소가 되기까지

 원두 종류와 관계없이 생산량으로만 따졌을 때 10대 생산국은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에티오피아,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인도, 과테말라, 베트남 순이다. 고급 커피로 치는 아라비카는 보통 고지대의 소규모 농원에서 재배된다. 커피나무에는 '체리'라고 부르는 빨갛고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속에 두 개의 씨앗, 즉, 생두가 들어있다(한 개만 들어있는 경우는 카라콜리라고 부르며 따로 취급한다). 이 생두를 볶는 과정에서 그 속에 함유된 당류가 캐러멜화되면서 갈색의 원두로 탈바꿈한다.

 

 로스팅은 대개 12~20분 동안 섭씨 180~250도의 온도에서 이루어진다. 아무 맛도 향도 없던 생두가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 갈색을 띠면서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휘발 성분을 갖게 된다. 로스팅을 약하게 할수록 커피맛은 부드럽고 풋풋하며, 반대로 세게 할수록 커피의 빛깔이 진해지고 캐러멜화된 쓴맛도 강해진다. 위 사진 오른쪽의 원두는 맨 위부터 순서대로 호박색 로스팅, 유럽식 로스팅, 이탈리아식 로스팅으로 볶은 원두이다. 커피를 내리는 방식에 따라 분쇄 방식도 차이가 나는데 입자의 굵기를 비교하자면 밀가루처럼 고운 터키식 커피<에스프레소 머신<모카포트<커피메이커, 핸드드립<프렌치 프레스 순으로 굵어진다.

 

원두의 맛 : 아라비카 왕자 vs 코르니용 영감

 고급화를 지향하는 커피 광고문을 보면 '아라비카의 깊은 맛을 그대로 담아...!', '감미로운 아라비카의 향기를...!' 이런 식으로 어필하는 내용이 많다. 도대체 아라비카가 무엇이길래?

 아라비카는 간단히 말하면 커피의 2대 원종 중 하나인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의 열매다. 아라비카는 전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지대에서만 자란다.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이 특징이지만 기온, 습도, 일조량 등의 성장조건이 까다롭고 연약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가꿔야한다. 로부스타가 발견되기 이전까지는 아라비카가 유일한 커피였다. 고급! 풍부한 향! 이런 문구 때문에 뭔가 귀하신 님 같지만 사실은 아주 많이 재배되고 있는 커피인 셈.

 그런데 18세기에 로부스타가 발견되면서부터 커피 재배의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로부스타가 비록 향이 미미하긴 했지만 병충해에 잘 견디고 강인한 묘목이어서 가꾸기 쉬웠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로부스타를 널리 재배하게 되었다. 로부스타는 향이 약하고 맛이 쓴데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주로 인스턴트 커피 생산에 쓰인다. 브라질에서는 로부스타를 코르니용(cornillon)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부르는데, 코르니용 하니까 알퐁스 도데의 작품에 나오는 자존심 센 코르니유 영감이 생각난다. 아라비카는 이름부터 모로코의 사막에서 홀연히 나타날 법한 왕자의 이름 같은데... 왕자님은 고고하지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켜드려야하고 영감님은 아무데나 떨어뜨려놔도 강인하게 버텨낼 것 같고... 그런 이미지다.

 

특별한 원두 :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향기, 커피로 세계여행하기

 흔히들 세계 3대 원두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No.1,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 예멘 모카 마타리를 꼽는다. 블루마운틴은 산미와 초콜릿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고, 코나는 약간의 신맛과 톡 쏘는 맛, 부드러운 향이 매력적이며, 모카 마타리는 풍부한 초콜릿향에 묵직하게 감기는 쓴맛과 새콤한 향이 특징이다. 셋 다 맛을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모카 마타리. 나머지 두 종류는 산미도 세고 내가 감당하기에는 개성이 강한 편이었다.

 이 외에도 두루 사랑받는 커피를 꼽자면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와 하라, 케냐의 AA와 피베리, 탄자니아의 AA, 중남미에서는 콜롬비아의 수프리모, 파나마 부케 클래식,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만델링 등이 있다. 내 마음 속 3대 원두는 케냐 AA와 콜롬비아 수프리모, 파나마 부케 클래식. 세 가지 모두 균형잡힌 향이 캐러멜과 견과류를 연상시키고 고소하면서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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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또다른 모습 : 우유와 크림과 위스키 한 모금

 커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음료이지만 몇 가지 변주를 가하면 훨씬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커피 음료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커피는 보통 에스프레소이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에 고압을 가해 커피 속의 지방질과 콜로이드 성분을 추출해내고 향기를 그대로 뽑아낸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 내에 소량의 물로 커피를 추출해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립커피보다 훨씬 적은 양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현대의 많은 커피 음료들이 이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가장 대중적인 재료는 우유. 우유를 넣은 커피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일 것이다. 카페라떼는 말 그대로 우유를 곁들인 커피이고, 카푸치노는 우유와 커피에 우유거품을 곁들인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우유 커피는 각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카페라떼는 이탈리아식 이름이고, 프랑스에서는 카페오레, 오스트리아에서는 멜랑제 등으로 칭한다. 좀더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크림 커피가 적합하다. 에스프레소에 생크림을 올린 이탈리아의 카페 콘파냐는 에스프레소의 강렬함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는 매력이 있다. 흔히들 '비엔나 커피'라고 부르는 생크림을 곁들인 블랙커피는 오스트리아의 아인슈패너이다.

 어른의 커피를 원한다면 술을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라파냐 코냑을 섞은 이탈리아의 카페 코레토, 코냑과 큐라소를 넣어 불을 붙이는 프랑스의 카페 브륄로, 코냑에 달걀 노른자와 설탕, 우유를 넣은 카이저멜랑제 등이 있다. 하지만 술을 넣은 커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이리시 커피이다. 이 커피는 블랙 커피와 위스키를 3:2 비율로 혼합한 뒤 갈색 설탕을 섞고 생크림을 위에 얹은 커피다. 전문가들은 위스키 중에서도 패디를 추천한다. 이 섬세한 커피는 마실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크림과 커피를 휘저어 섞는 것은 신성모독과도 같은 일로 여겨지며, 크림과 커피가 동시에 입 안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마시는 것이 철칙이다.


같이 읽을만한 책으로 매거진B의 카페 인텔리젠시아 편을 추천한다.

2014/06/18 - [책] - [잡지]매거진B 11호 : 인텔리젠시아(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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