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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릿터 02호 : 페미니즘(2016년 10/11월) (Feat.BOSIM님) 본문

[잡지]릿터 02호 : 페미니즘(2016년 10/11월) (Feat.BOSIM님)

첼시♬ 2017.01.09 06:30

독후감 작성에 대한 小考

BOSIM님께 받은 문학잡지 릿터를 읽으려고 카페(A.K.A 김약국)에 왔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트인 공간에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이 주신 양말은, BOSIM님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셔서 사이즈가 맞는 발에게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D


小考는 접어두었다.


평소 감상문을 적을 때는 메모 어플에 문구와 어휘를 쏟아놓았다가 나중에 글을 쓰면서 정리하는 편인데, 노트가 생기니 왠지 여기에 생각을 옮기고 싶었다. 잡지와 함께 들어있던 노트를 펼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었다. 이번 글은 책 자체보다는 커버스토리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


페미니즘 Feminism 그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하여

BOSIM님의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이 책을 신청했던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페미니즘에 큰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의지도 없다. 이 담론에 발을 들여놓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격쟁을 벌이지는 않더라도, '페미니즘'이라는 게 문학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고 싶었다. 나에게는 편치 않게 느껴지는 그 담론과 마주하고, 내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담론에 대한 小考는 접어두었다.


릿터, 페미니즘, 그리고 페미니즘 문학

릿터 2호에서는 '페미니즘'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문학 잡지답게 플래시 픽션, 이슈, 비평 등의 형태로 페미니즘 문학을 소개한다. flash fiction이 뭔가 했더니 초단편 소설을 일컫는 용어였다. 역시나 전적으로 내 입맛에 맞는 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부분은 동의가능한 범위였지만, 내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의견도 있었다. 그건 아마 집필진과 나의 살아온 궤적이 다르고, 그 때문에 다른 가치관에 입각해 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페미니즘과는 구별되는 '페미니즘 문학'의 한계점

문학에서 내가 가장 중히 여기는 것을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재미'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중히 여기는 것을 묻더라도 나는 또 '재미'라고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세번째 물음에도, 나는 소리를 높여서 '재미'라고 대답할 것이다. 문학이건, 잡지건, 다른 어떤 갈래의 책을 읽건 나는 '재미'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추구한다. 그 '재미'라는 것은 단순한 유희일 수도 있고, 진리를 깨닫는 순간의 희열일 수도 있고,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목도할 때의 카타르시스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페미니즘 문학'은 내 구미를 크게 당기지 않는다. 작품이 주변은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페미니즘'이라는 최종적 지향점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작품의 개연성이나 구성의 치밀함이 다소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대주제인 페미니즘을 떠받치기에는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차원이 다른 논의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계급간 투쟁을 다루고,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한다는 점 때문에 1920,30년대의 KAPF와 프로 문학이 떠오르기도 했다. 페미니즘 문학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나는 프로 문학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릿터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다음의 세 편이다.

<서파>(정지향), <부케이 비단벌레>(최정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쓴다 : 김명순 평전>(김혜진)


<서파>는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몰래 침입해 방 안과 서랍 속 물건까지 촬영해 사진을 모으다가 검거된 남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일곱 명의 집에 침입했던 흔적을 일곱 개의 폴더로 남겼다. 대학생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었다. 당시 기숙사의 다른 남학생이 여학생이 있는 방에만 여러 차례 침입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방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잠긴 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날 때면 두려움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만 했다. 나중에 한참이 지나서야 범인이 잡혔지만, 그렇다고 그 불안함이 딱히 해소되는 것도 아니었다.


<부케이 비단벌레>는 페미니즘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은근하게 드러낸다. 사실 이게 과연 어떤 의미에서 페미니즘 문학일까 싶기도 하다. 딱히 도드라지는 사상적 기반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 갈등의 촉발―그리고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은 해소―과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초단편이라는 한정적 분량에도 불구하고 꽤 짜임새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쓴다 : 김명순 평전>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한국의 여성 작가는 시, 소설, 수필 등을 막론하고 그 층이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다. 우선 남성 작가에 비해 모집단 자체가 적기도 한데다가, 일제강점기 당시 반민족행위를 했던 친일파가 자동적으로 배제되고, 월북한 인물에 대한 연구도 현 교육 체제에서는 활발하지 않다. 그런 측면을 다 고려한다면 남는 작가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김명순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그녀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다.


"이야기보다는 문장이 좋은 소설을 좋아합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해 누군가 '언어 감각이 남다르다'고 평하면 기분이 좋아요.

 메시지나 사회적 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쓰면서 저부터가 즐거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p.52 한은형 작가의 인터뷰 본문에서 인용


한은형 작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나는 이런 문학을 애호하고 '세련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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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omments
  • BlogIcon 밓쿠티 2017.01.09 10:02 신고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잡지였군요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게 만드는 사회에서 태어났지만 공부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결국 연관되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페미니즘 문학하면 계몽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문학적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작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거에 더 집중되나봐요
  • BlogIcon 첼시♬ 2017.01.09 17:59 신고 아 맞아요! 계몽문학! 안 그래도 글 쓰면서 뭔가 정리된 어휘가 부족한데... 했는데 밓쿠티님 말씀대로 계몽소설 같았어요. 저에게는 문학 자체가 목적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문학이 수단화되는 작품들에는 크게 끌리지 않더라고요. ㅋㅋ
  • BlogIcon 오감이 2017.01.09 12:18 신고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핵심을 벗어나 자극적인 이야기만 난무하는 것 같아요.. 저도 bosim님에게 책을 받고 다 읽었지만 아직 리뷰를 작성하진 못했습니다.. 한 번 더 읽으려고요 어찌 정리할지 생각이 떠오르질 않아서요 ㅋㅋ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1 신고 오감이님은 지난번에 <나는 농담이다> 받으셨죠?
    그때 후기 글을 정성스럽게 적으셔서, 거의 사진만 있는 제 글이 좀 민망했었습니다. ㅋㅋㅋㅋ
    천천히 정리해서 올려주시는 감상문 기대할게요. :D
  • BlogIcon 강시현 2017.01.09 13:09 신고 오랜만에 보는 문학잡지 리뷰네요. 첼시님이 김약국에 앉아서 하신 페미니즘과 문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블로그에 잘 정리해주신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어떤 갈래의 책이든 일단 재미가 있고 잘 읽히는 책이 좋더라고요. ㅎ 결국 글이 잘 쓰여진 책이 좋은 책 혹은 이야기가 명확한 책으로 결론짓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올리신 한은형 작가님의 인터뷰도 찾아서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3 신고 강시현님도 저와 같은 취향이시군요. +_+
    저에게는 문학이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다보니, 작품을 고를 때도 그 점을 우선으로 보게 되어요. 주제의식이 예술성을 압도하는 작품은 음... 읽으면서 제가 가슴으로 그 메시지를 느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ㅠ
  • BlogIcon noir 2017.01.09 14:01 신고 페미니즘이라 어려운 주제죠.
    호기심 생기는 리뷰에요 +_+

    평등을 이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인식개선인거 같아요.
    그게 제일 어렵지만요 워후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4 신고 네. 맞습니다. 인식 개선이 중요하죠!
    외형적인 제도를 뜯어고치는 건 상대적으로 쉽고 가시적인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용이하지만, 문화와 내면 의식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실감하는 문제예요.
  • BlogIcon noir 2017.01.10 19:12 신고 맞습니다 +_+ 차별과 평등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들이 나서서 보이는것을 바꾼들 그게 제대로 된 시스템일리가 없... 멍청이들이 설치니까 가임기 여성 지도라는둥 임신부 배려석라는둥 고딴게 등장하는거죠... 어릴때부터 차별과 평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느끼고 배운다면 저딴게 왜 필요하겠어요...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요.
  • BlogIcon 첼시♬ 2017.01.11 03:11 신고 다음 세대의 정책은 좀더 심사숙고한 결과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
  • BlogIcon sword 2017.01.09 14:45 신고 시대가 시대다보니...
    이젠 페미니즘이란 단어도 무섭습니다... -_ㅜ...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5 신고 네. ㅠ 저도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글을 적었...읍읍...
  • BlogIcon sword 2017.01.09 18:06 신고 말을 아끼면서 적으셨단 말에..

    매우 크게... 안도하고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9 신고 아, 주무실 시간이었군요!
    안심하고 잠자리에 드셔도 됩니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제했습니다.
  • BlogIcon CreativeDD 2017.01.09 15:05 신고 이야기가 좋은 소설.. 문장이 좋은 소설..
    그 둘로 나누어서 평가될 수 있다는 걸 첼시님 글을 통해 알게되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둘다 좋은 소설이 좋던데요...^^
  • BlogIcon 첼시♬ 2017.01.09 18:07 신고 DD님 말씀처럼 둘다 잡는 작품이 제일 좋습니다. +_+
    그런데 굳이 택일하라면 전 문장 구사력에 좀더 무게를 두는 편이에요. :)
    물론 글솜씨가 훌륭하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도 생각하고요.
    당장 우리 역사만 돌아보더라도 상당수의 친일파 작가들이 거장으로 칭송받는 현실입니다. ㅠ
  • BlogIcon 무적함대로빈 2017.01.09 21:14 신고 대학 때 강의에서도 그렇고 지금까지 페미니즘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어쩔 땐 이해가 되는 듯 싶어도
    또 어쩔 땐 이해가 안되는 것 같은..애매한...
  • BlogIcon 첼시♬ 2017.01.10 06:53 신고 로빈님도 관련 강의를 들으셨어요? ㅋㅋ 전공 때문은 아니셨을 것 같고 아마 교양과목을 들으셨나봐요. ㅋㅋㅋ
  • BlogIcon Normal One 2017.01.10 08:02 신고 여담인데, 이제 우리나라는 페미니즘 이야기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된 듯 느껴져서..
  • BlogIcon 첼시♬ 2017.01.11 03:09 신고 답글 달기도 조심스럽...읍읍...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서평으로 갈음했다고 생각해주세요. :)
  • BlogIcon 친절한민수씨 2017.01.12 11:41 신고 보심님을 좀만 더 빨리 알았어도....
    저도 이벤트에 응모해보는건데...

    첼시님과 더불어 필력이 좋으신 보심님!
    책의 내용이 좀 난해해 보이는데 역시 인문학도 다운 정리와 솜씨!
  • BlogIcon 첼시♬ 2017.01.13 08:31 신고 보심님 글이 참 좋죠. 사각사각 써내려간 손글씨 편지를 읽는 느낌입니다. :)
    민수님도 다음 번 이벤트 기회를 잡으시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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