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에 이르는 길 by 송하춘·유성호·최동호·오형엽·박금산·이찬

2018.03.29 06:31

문학에 이르는 길을 찾아서

가끔―수년에 한번 꼴로―은사님들 근황을 찾아보곤 하는데, 오랜만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국어국문학 교수님께서 참여하신 서적을 구입했었다. 씨간장도 아니고 책꽂이에 몇년 묵혀뒀다가 늦게나마 기록해본다. 당시에는 단지 '소유'라는 수단을 통해 심적 위안을 받고 싶을 뿐이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는 건 교수님께 예의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가라앉은 뒤 천천히 책장을 넘겨가며 읽긴 했는데 그때에 비해 나의 수준이 향상된 건 아니어서 차라리 진작 독후감을 작성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대개 저자가 셋 이상인 경우에는 '○○○ 외 공저'라는 식으로 기재하는데, 이번에는 나의 스승님께서 참여하신 책이어서 부러 모두 밝혀놓는다.

실제로 책을 쥐고 있는 동안 국문학 수업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마치 호흡하듯 편안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치면서 마음 한가득 행복이 차오르는 것도 느껴졌다.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이 겹쳐져서 생기는 주관적 인상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달리 와닿을 수도 있다.


『문학에 이르는 길』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 문학이란 무엇인가, 제2장. 시의 이해, 제3장. 소설이란 무엇인가, 제4장. 문학작품의 이해 순이다. 문학의 갈래인 시, 소설, 수필, 희곡 중 시와 소설 부문만 선별한 것은, 아마도 '창작자에 의한 허구의 재구성'이라는 기준에 따른 것이리라. 수필은 저자가 의도한 바에 따라 경험을 기록한 것이고, 희곡은 문학작품 그 자체보다는 무대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요소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정의될 수 없고, 다만 기술될 수 있을 뿐이다

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Ernst Forsthoff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문학은 정의될 수 없고, 다만 기술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문사철'로 약칭되는 학문이 그러하듯, 문학의 개념 자체를 정립하는 것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의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구성요소와 특성이 무엇인지 밝힘으로써 독자가 문학에 대해 한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문학은 꾸며냈지만 있음직한 일을 함축적 언어로 표현해낸 유기적 통일체의 예술이다.

는 운율적, 내포적 언어라는 수단으로 인간 경험과 정서에 대해 고유한 해석을 하는 언어 예술이다.

소설은 개연성 있는 질서를 갖춘 허구적 서사를 전달하는 언어 예술이다.


본저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학, 그리고 하위 갈래인 시와 소설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본문에서는 문학의 공통적 특성으로 허구성과 개연성을 꼽으면서 매개체인 언어의 함축 정도에 따라 시와 소설로 구분한다. 물론 저자가 이렇게 딱 잘라 설명한 건 아니다. 최대한 간추려 적다보니 나의 2차 해석에 어느 정도 비약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개별적 특징을 살펴본다면 시의 언어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화자의 서정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내포적·구체적·다의적이고 고도로 함축되어있다. 이에 비해 소설의 언어는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수한 상황 속에서 고유의 허구적 질서를 강조하기 위한 서사적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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