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음식]맥주의 모든 것 by 조슈아 M. 번스타인

2018.03.12 06:30

조슈아 M. 번스타인 Joshua M. Bernstein

맥주 전문 언론인이자 비평가. 지난 10년간 맥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뉴욕」, 「사뵈르 Saveur」, 「디테일」, 「뉴욕 타임스」 등에 기고해왔다. 음료 잡지 「임바이브 Imbibe」의 객원 편집자로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기획 기사를 쓰고 있으며,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마켓 플레이스」와 「비어 세션 라디오」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첫 책인 『맥주 양조의 세계에 눈뜨다 Brewed Awakening』를 통해 맥주의 다양한 스타일과 전문적인 양조 기술, 크래프트 맥주 문화에 대해 자세하고 깊게 소개한 바 있다. 오늘날 유통되는 방대한 맥주 가운데서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맥주를 선택해서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 『맥주의 모든 것』을 썼다.


- 본저 책날개에서 인용


실용성이 빠진 실용서

『맥주의 모든 것』은 맥주의 제조부터 맥주의 종류, 맥주 축제, 관련 용어까지 총망라한 책이다. 기본적인 저온 발효 맥주인 라거, 필스너부터 시작해서 밀맥주, 페일 에일, IPA, 흑맥주, 발리와인―이름은 와인이지만 엄연히 맥아에서 생산된 고도수 맥주의 일종이다―, 사워 에일 및 와일드 에일까지 고루 다뤄진다. 마무리는 각 종류별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 추천과 함께 세계 맥주 축제 소개 및 용어 설명으로 끝난다.


책을 처음 받아드는 순간 처음 들었던 생각은 '표지부터 내지까지 아주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대신 가독성은 갖다 버렸다(...)'. 이런 유형의 서적―디자인 말고 내용 및 구성 방식으로 판단할 때―은 발췌독 방식과 잘 맞는데, 아쉽게도 이 책은 색인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기 때문에 발췌독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각주까지 포함하면 3단 레이아웃이어서 문장 좀 읽어나가려고 하면 줄이 바뀌어서 흐름이 뚝뚝 끊긴다.

그리고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맥주와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맥주군은 많이 차이나기 때문에 실용서임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책꽂이에 꽂아두면 참 폼은 나는데 막상 내가 펼쳐서 읽으려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같은 느낌이다(부러 이렇게 적는다). 진열된 맥주 구경은 잘했다만 막상 계산대로 향할 때는 빈 장바구니만 들고 가게 되는 소비자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맥주, 마신 만큼 보인다

그래도 이 책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맥주=하면발효 맥주(라거)+상면발효 맥주(에일)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만 하던 내게 『맥주의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의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2년 『메리엄 웹스터 Merriam-Webster』 사전에 '크래프트 맥주'라는 단어가 등재됐다.

그 뜻을 보면, "한정된 물량으로 생산되는 특별 맥주"다.

- 본저 p.37 각주 인용


물론 이 책에 기재된 내용이 절대적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위 인용문 속 크래프트 맥주의 정의 같은 경우도―망망대해를 떠돌던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기준점을 세워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어디선가 들어는 봤지만 뜻은 모르고 있었던 괴즈, 람빅, 쾰쉬 등의 용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북과 백과사전 그 어딘가의 사이

『맥주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이 책은 맥주 원료에서부터 출발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보리에서부터 그의 친구들인 옥수수, 귀리, 쌀, 호밀, 수수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맥주의 풍미, 쓴맛, 거품의 큰 축을 담당하는 홉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별도로 가향하지 않아도 맥주에서 풍부한 시트러스, 열대 과일, 꽃, 허브, 흙내음 등이 풍기는 것은 홉의 공이다.


저자는 아홉 개의 챕터를 할애하여 굵직굵직하게 분류된 맥주에 대해 설명한다. 해당 종류의 맥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 세분화된 맥주와 그 중 시음해볼만한 제품에 대한 추천, 대표적인 양조장에 대한 소개 및 얽혀있는 뒷이야기 등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시음하길 추천하는 맥주맛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저절로 병따개에 손이 간다. 저자도 이 책의 강점을 잘 알고 있는 듯 『맥주의 모든 것』 활용법으로 가이드에 따라 다양한 맥주를 맛볼 것을 권한다. 혹여 독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해당 맥주가 없을 경우에 대비해 대체품도 함께 실어놓았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대체품이 아니라 대체품의 대체재조차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에 그친다. 나름 즐겁게 읽긴 했는데 실습 없이 책장을 덮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맥주 백서라기보다는 잡지에 다달이 실린 맥주 기획 기사를 모아서 엮어낸 듯 단행본으로서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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