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그러모으기 011
by 첼시
참 오랜만의 집밥 그러모으기. 마지막으로 글을 남겼던 게 작년 8월이고, 올해는 처음이다.
예전에는 재료를 늘어놓고 과정마다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보니 완성 사진만 간단하게 남겼었다.
그 기록이 하나 둘 쌓여서 집밥 그러모으기가 된 것이었는데...
작년 8월을 마지막으로, 세번의 다른 계절이 지나도록 한번도 글을 이어나가지 않았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뭔가 만들면서 기록을 남길 시간이 충분해서 그쪽에 집중하기도 했었고,
방문자수가 늘면서 '그냥 내 맘대로 끄적거려도 되나?' 싶었던 것도 그동안 뜸했던 이유였다.
(작년 이맘 때의 방문자수는 지금의 1/3 정도였고, 글도 사진도 조야했다.)
커피 그러모으기를 하면서 집밥도 오랜만에 복기해볼까 하고 틈틈이 사진을 남겼다.
일본에서 사왔던 라멘에 닭가슴살 남은 것과 쪽파를 넣었다.
국물이 칼국수처럼 걸쭉해서 '그럼 닭칼국수라고 생각하지 뭐.'하고 닭고기를 보탰다.
닭백숙하고 남은 닭가슴살은 이렇게 사라졌다. 라멘에 넣지 않았으면 닭죽을 끓였을 듯.
곱게 퍼진 찹쌀이 입 속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당시에는 닭죽도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한창 비가 오고 추울 때여서 또 라멘을 만들어먹었다.
데친 숙주와 속성으로 만든 가쿠니, 반숙 달걀, 쪽파를 얹었다.
국물은 크게 먹고 싶지 않아서 상당 부분을 덜어냈더니, 라멘이 좀 볼품없어졌다.
반숙 달걀 뜯어먹은 흔적. ㅇ<-<
샐러드파스타 만들면서 달걀을 삶았는데, 불조절에 실패했는지 흰자도 같이 벗겨내었다.
이 때도 추웠지만 파스타는 맛있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장어구이로 장어덮밥을 만들었다(엄마 자랑).
장어를 양념해서 구운 뒤, 한입 크기로 잘라 지퍼백에 곱게도 넣어주셨었다.
덮밥을 해먹어보니 꽤 재미가 좋아서, 다음에는 녹찻물도 준비했다가 부어볼 생각.
이 날도 비가 왔던 듯. 흐리면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과정 남기는 요리 사진은 찍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유직자일 때 주말에 비가 오면 슬펐다. ㅠㅠㅠㅠ
저녁은 대개 약속이 있고, 기껏해야 요리할 수 있는 건 점심 한 끼인데 그마저 비가 오다니..
이 때는 냉장고에 있던, 고갱이만 남은 배추를 볶아서 새우와 오징어를 넣고 짬뽕라면을 끓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중국음식을 시켜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앞으로도 없을 게다),
그래서 면요리 한 그릇만 주문해도 되는 곳을 알지 못했고, 짬뽕은 먹고 싶었다.
샐러드. 내가 왜 이것만 먹었지?
분명히 앞뒤 끼니에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
토마토에 채소 툭툭 뜯어넣고 진부한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만 뿌려서 먹었다,
샐러드 파스타.
이 때는 그래도 비교적 멀쩡한 삶은 달걀을 만들었다.
아직도 달걀은 복불복이어서 잘 될 때가 가끔 있고, 대부분은 흰자가 많이 손실된 상태이다.
오늘 새 딸리아뗄레를 뜯었는데 마침 여기 후추가 들어가면 딱 알맞겠다 싶었다.
창가에 상자를 놔주었더니 역시나 자기 자리인 줄 알고 들어가 눕는다.
아주 좋아한다. 소박한 녀석. ㅋㅋ
후추가 와서 참 좋다. 후추와 함께 살게 된 뒤로는 감정이 곤두박질친 적이 거의 없었다.
어떤 약보다도 후추의 존재가 더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보고만 있어도 평화가 넘쳐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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