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후원금을 냈다.
정기후원을 하고 싶긴 하지만, 현재 내 경제적 기반이 안정적이진 않기 때문에 일회성 기부만 했다.
올해는 ㅇㄷㅅㅅ 수익이 조금 늘어나서... 후원금도 조금 더 했다. 작년이든 올해든 액수는 소소하지만.
회사 다닐 때 어려운 이웃에게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긴 했었는데...
사람에 대한 후원은 내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되는 그날 재개하는 것으로. ㅋㅋ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후원 링크 → http://www.catcare.or.kr/dona.php
※작년에 후원했던 글은 → 2015/12/01 - 후추가 나를 이리도 좋아할 줄이야(+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후원)
지금 내 휴대전화 잠금화면과 홈화면 배경.
이번 글은 오랜만에 보는 후추의 어린 시절 모습을 모았다.
후추가 우리집에 처음 왔던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의 사진을 추려서 재보정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계속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고양이를 굉장히 무서워하시기도 하고...
내가 과연 한 생명체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고양이 입양을 보류중이었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을까?
난 나밖에 모르는 인간인데, 모든 게 내 위주여야 하는데, 내 영역을 침범당하는 건 질색인데.
지금 내가 고양이를 원하는 게, 그저 잠시의 유희를 위한 이기적인 욕심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몇 달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매일 했다.
혹시라도 부정적인 대답이 고개를 든다면 고양이를 절대 데려오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그때만 해도 한없이 비관적이었던 나란 인간을 독려했던 것은, 소금님과 유라몬님의 고양이들이었다.
그저 보기 좋은 냥이, 관상용 냥이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냥이, 안아주고 싶은 냥이들!!
고양이를 데려오기 한달 전 쯤(사실 그 당시에도 고양이를 데려올 줄은 몰랐다)에는 이미 이름도 정해놓았다.
'후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이름은 고양이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엄마가 지어주셨다. ㅋㅋㅋ
재작년 겨울, 내가 항상 운동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냥이를 구경하던, 효창동물병원을 지날 때였다.
'고양이 무료 분양'
그 병원 원장님이 구조된 유기묘를 치료해주고, 중성화수술을 해주고, 분양해주시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매번 그 병원을 지나치면서도 분양을 받겠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병원으로 들어갔다.
아마 얼마 전 은사님과 나누었던 대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난 바싹 마른 삭정이처럼 생기가 다 빠져나간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존경하던 교수님께, 어떻게 타개해나갈 수 있을까 여쭈었고, 식구를 들여보는 게 어떠냐고 하신 것.
평소 당신이 알고 계시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반려동물을 들여도 책임감 있게 잘 돌볼거라고 용기도 주셨다.
사실은 쭉 치즈태비를 생각중이었는데, 병원에 있던 아깽이는 치즈태비와 삼색이(후추)였다.
원장님은 치즈가 쌀쌀하니, 소심하지만 착한 삼색이를 추천하셨고, 그때 그 삼색이는 정말 못난이였다. ㅋㅋ
그 먼지덩어리 같은 삼색이...? 난 그래도 노란둥이가 좋은데...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섰다.
12월 중순이라 마침 어둡고 캄캄한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에 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아까의 못난이가 자꾸 생각났다.
왠지 난 그 삼색냥과 살아야만 할 것 같은데. 오늘밤 자고 나면 그 냥이가 어디로 가버릴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후추는 내게 왔다. 이름은 지을 것도 없었다. 이미 후추니까.
처음 이 녀석을 데려왔을 때는, 뭔가 안쓰럽고, 애처로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네 마리의 형제자매가 있었는데, 세 마리는 이미 입양되고, 이 녀석만 남았다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식구들이 떠나고, 혼자 한달 동안 병원에 있었다고 하니, 내가 데려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때의 후추가, 내게는 그저 '아깽이'였다.
예쁘다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굳이 따지면 귀여운? 먼지덩어리 같은 털뭉치의 고양이.
물론 내가 데려온 고양이니까 예뻐하기야 했지만, 한동안 후추는 내게 거리가 있는 '타자'였다.
'덩치가 자그마하니까' 귀엽고, '대소변을 알아서 잘 가리니까' 기특하고, '놀자고 달라붙지 않아서' 편하고.
후추에 대한 생각은, 후추의 장점은, 항상 앞에 뭔가 이유가 붙어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그때의 나는, 정말 오만하고 나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후추는, 팔짱 끼고 삐딱하게 서있던 나를 많이 바꿔줬다.
이 귀엽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녀석이 내게 숨을 붙여줬다.
바리공주가 서천꽃밭에서 꺾어온 숨살이꽃처럼.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시키지 않아도 나를 다독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됐다.
그래서 후추가 내게는 특별하다.
귀엽거나, 착하거나, 똑똑하거나 하는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후추라서, 후추이니까, 후추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각별하고 사랑스럽다.
이제 후추는 나만의 식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식구가 되었다.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시던 아빠도, 고양이를 무서워하시던 엄마도, 이제는 후추 덕에 변하셨다.
두분이 여행중에 길냥이를 발견하면, 꼭 내게 제보 사진을 보내신다. ㅋㅋ
후추 친구들이라고. ㅋㅋㅋㅋㅋ
심지어 본가에서 내가, 놀자는 후추를 외면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냥권을 지키라며 항의하신다(???).
얼굴을 가까이 대면 뽀뽀하는 고양이,
눈만 마주쳐도 쪼르르 달려오는 고양이,
내가 씻는 동안 앉아서 문 앞을 지키는 고양이,
내가 풀이 죽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앞발로 내 어깨를 톡톡 치며 걱정하는 고양이.
피붙이 외에 누구에게서도 이런 애정을 느끼거나 쏟아본 적이 없는데.
타자와의 관계에서 항상 벽을 두르거나,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후추에게는 그런 게 소용이 없다.
겁먹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녀석. 후추라는 존재가 내게는 참 신기하고도 사랑스럽다.
네가 세상에 온 첫날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대신 마지막날까지 꼭 같이 있을게.
고맙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