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보시오 수의사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내가..!

짧은 영상(소음이 크게 들리니, 음소거 후 재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후추가 세수할 때는 주위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건 신경쓰지 않는다.

1분 13초 쯤 귀가 뒤집히는 것이 주목할만한 장면! ㅋㅋ

 

오늘은 결단을 내려야하는 날이다.

 

하......

 

후추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ㅠㅠ

 

아침도 굶고 있는 이유를 모른다, 후추는.

 

'밥 좀 줘요. 배고파요.'

 

지금은 밥을 먹으면 안돼.

 

오늘 수술받으러 가야하거든.

 

후추의 나이는 6개월. 지금까지 발정기가 총 세번 왔다. 2주마다 한번씩, 기간은 3~4일 정도.

다른 고양이와 비교하면 빈도가 잦은 편이지만, 그만큼 발정기의 기간도 짧다.

 

후추는 발정기가 올 때마다 유달리 애교가 많아지고 울음소리가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매번 간헐적으로 힘들어했다.

돌아다니지 못하고 기어가듯이 움직이거나 몸을 뒹굴면서 끙끙거렸다.

초반에는 밥을 잘 먹었는데 나중에는 괴로워서인지 식욕이 대폭 떨어졌다.

 

수술 전 금식 때문에 기운이 없는 후추...

아침을 거르고 가야 해서, 전날밤에 두어번 찾아먹을 정도로만 사료를 챙겨주고 잤더니 새벽에 날 깨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후추야, 해도 안 떴다. ㅠㅠ

자는 척 했더니 머리카락을 물어뜯고, 모른 척 했더니 두피를 파고드는 이빨. 아이고!!!

할 수 없이 일어나서 어르고 달래고 캣닢 쿠션과 마타다비와 낚싯대를 동원해서 한눈을 팔게 했다.

 

후추는 간단한 혈액 검사를 거친 후 마취약을 맞은 뒤 약 20~30분 정도 걸리는 수술을 받았다.

이 날의 몸무게는 2kg. 아침을 거르고 와서 몸무게가 평소보다 덜 나가는 것 같다.

수술을 마치고 나와서 약 5분 정도 지나니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다.

집에 데리고 오니 약기운은 남아있지만 비틀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정도는 되었다.

수술 받은 후유증인지 집에 와서 바로 밥을 찾지는 않았다. 계속 쓰다듬으면서 다독여줬다.

 

마취약 때문에 그런건지 후추의 동공이 엄청나게 커졌다.

원래 낮에는 동공이 반절 이하로 수축하는데, 수술 후 서너 시간 동안은 금환일식 수준으로 팽창됐다.

수술 후 6시간 동안 금식해야해서 기다렸다가, 저녁에 밥을 주었는데 다행히 식욕은 정상적이었다.

저녁을 먹을 때 쯤에는 동공도 어느 정도 돌아왔고 수술 전처럼 잘 움직이고 돌아다니게 되었다.

어려운 수술을 잘 견뎌주어서 다행이다.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난 후추.

꿰맨 자리에 투명한 딱지가 앉았는데, 이 녀석이 그 새를 못 참고 핥아서 그걸 다 벗겨냈다.

속살이 발갛게 드러나는 바람에 잠시 동안 핥지 못하게 하려고 복대를 채웠다.

넥카라를 채우면 싫어하고 금방 벗어버린다. 도대체 어떻게 벗는거야?!?!

너무 빡빡하게 채우면 목이 졸릴까봐 최소한의 여유를 두는데 그걸 쉽게 벗어버린다.

 

복대의 정체는 내 스타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끗하게 세탁한걸 잘라서 입혔다.

그나마도 너무 조이지 않도록 허벅지 쪽 부분을 잘라서 수술한 부분에 씌웠다.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이게 또 잘 벗겨지려고 한다.

그래서 앞다리만 끼울 수 있게 구멍을 내서 조끼처럼 입혔다.

 

'토끼야, 토끼야. 집사가 자꾸 이상한 걸 입혀.'

 

조끼도 꺼려하길래 햇볕 나는데 눕혔다.

아니나다를까 조끼의 검은색이 태양열을 받아서 뜨끈뜨끈해지는게 마음에 들었나보다.

 

금방 몸을 바짝 붙여서 잠에 빠진다.

 

위에서 보니 달팽이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술한 뒤에 입맛이 떨어져서 그런지 많이 말랐다.

 

익숙해졌는지 잘만 잔다 ㅋㅋㅋㅋ

 

괜찮아졌나 싶어서 스타킹 조끼를 벗겨놨더니 또 핥는다.

네 혀로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타격이 크다고...ㅠㅠ

 

후추의 단짝인 토끼 옷을 대신 입혔다.

 

'아, 맨날 옷 입히고.'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잘래.'

 

 'zzZ'

 

이 옷은 헐거워서 그런가 잘 입고 있다.

 

도대체 앞다리는 왜 쳐들고 자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날아라. 후추! 쓩~

 

'내가 그랬..다고요?'

 

'아닐거야. 이건 집사의 계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