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여전한 것들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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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더듬어 찾다가 깊게 눌러쓴 자욱을 지우고 그 위에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써본다.

긁어모아 내버려도 크게 아깝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쓸데없는 감상을 증폭시킬까 싶어서 오래 묵혀두었던 것들을, 다시금 꺼내보는 지금이 덧없다.

강변에서 맞던 바람, 정수리를 쓰다듬고 목덜미 뒤로 지나가던 그 바람과 어깨를 감싸던 체온,

초록색 간판 뒤의 서늘하고 매끄러웠던 셔츠와 낡은 안경, 그리고 피로가 묻어나던 표정들.

공기를 삼키듯 조용히 그 순간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멈춘 파동, 사라진 굴곡, 화석처럼 의미없는 찌꺼기만 남은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지.

잔잔한 감정의 수면 아래에서 머리칼은 해초처럼 흔들리고, 나의 평정심도 따라 일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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