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력을 발휘해 생성했던 만두들
by 첼시
살다보면 가끔 '내가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이라고 여기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작년 겨울이었다.
내가 만두를 빚기로 마음먹은 것은.
부추향을 좋아해서 부추고기만두를 빚자고 생각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해보려고 배추를 절여서 물기를 꼭 짰다.
모든 재료를 잘게 다져(하지만 난 잘게 다지지 못했지..) 불린 당면과 달걀을 넣고 버무려 만두소를 준비했다.
이날 빚은 만두의 레시피는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이건 거의 난중일기 수준이었어...OTL(난중일기 내용 = 화살 백 대를 쏘았다. 날이 흐렸다.)
레시피를 남길 정도로 맛있지도 않았고, 굳이 적어보자면 부추 백 대를 다졌다. 돼지고기 백 그램을 주물렀다 뭐 이런거(...).
만두피까지 반죽할 잉여력은 없었나보다.
사실 소롱포를 꿈꾸었는데...ㅇ<-<
시판하는 찹쌀 왕만두피를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혼자서 만두를 만들어보는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허둥지둥 헤맬 수 밖에 없었다.
찐만두용으로 오므린 것과 군만두용 반달이 두 가지를 만들었다.
보통 우리가 아는 만두는 여기서부터 만들기 시작하니까 익숙하게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만두소가 척 보기에도 참.. 따로 놀게 생겼다.
기름기가 적고 육수를 따로 더해주지도 않아서 소가 참 퍽퍽했다.
만두에 기름기가 있어야 부드럽고 촉촉하다는걸 쪄 먹어본 뒤에야 알았다.
찐만두.
만두를 쪄내면 익히기 전보다 통통하게 불어서 큼직해지니 찌기 전에 간격을 어느 정도 벌려놔야한다.
찐만두를 위해 면보자기와 찜기까지 샀다.
만두 5인분 값은 쓴 듯...
만두소가 퍽퍽해서 찐만두보다는 군만두가 맛이 좋았다.
굽다가 물을 붓고 한쪽을 촉촉하게 쪄내서 교자처럼 해먹었다.
오른쪽은 정체 불평의(정체 불명을 의도한건데 상황과 맞아들어서 오타를 그대로 보존) 쌀국수.
쯔유에 구운 대파와 후추를 뿌리고 쌀국수를 말아먹었다.
역시 만두는... 고향만두 아니 백설 군만두가 짱이야.
경험치 올린다는 측면에서는 값진 잉여력 소비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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