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시집]그 여름의 끝 by 이성복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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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1952~)

시인 이성복은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겨울, 시 「정든 유곽에서」를 계간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그 여름의 끝』, 『아, 입이 없는 것들』 등과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등이 있다.

『그 여름의 끝』은 그의 세번째 시집으로, 여기서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랑의 지난함을 평이하게 표현한다. 지적·수사적 현란함을 배제한 그의 문체는, 오히려 그 단순함을 통해 뛰어난 서정성을 드러낸다.


그 여름의 끝 :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여름이 다 지나가는 것 같다. 아직 그의 첫 시집인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도 기록하지 못해서, 이것도 간단한 감상을 걸어뒀던 그대로 미뤄버릴까 했었는데 결국은 이 글을 먼저 적게 되었다. 「그 여름의 끝」은 이 시집의 제목이자, 맨 끝에 실린 시이기도 하다.

생뚱맞긴 하지만 인간에 대한 내 취향(...)을 얘기하자면,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갖다붙인 달변을 구사한다든지, 다소곳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의 의미는, '말을 삼가고 가려서 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말을 가려 하는 이를 보면 호감이 생기고 가까워지고 싶어진다(이런 식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다).


그래서 이성복 시인을 좋아한다. 아니, 흠모한다. 특히 『그 여름의 끝』에 수록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겨 절로 머리를 숙이게 된다. 이 시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숨길 수 없는 노래 2」.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일상적이면서도 평범한 표현을 그러모아 이런 시어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그가 품고 있는 감수성은 본래 내재되어 있던 것일까, 아니면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더욱 예리하게 벼려진 것일까?


학생 때 내가 존경하던 국문학과 교수님께서도 강의 시간에 이성복 시인의 작품을 여러 번 언급하셨기에, 그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여담이지만 그 교수님 수업을 듣고 국문학을 부전공 해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었고, 그 덕분에 아주 행복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내 전공은 뒷전이고 국문학, 법학 수업에만 열올리고...ㅇ<-<


'꽃핀 나무들만 괴로운 줄 알았지요/꽃 안 핀 나무들은 설워하더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여,/하마 멀리 가지 마셔요/바람 부는 낯선 거리에서 짧은 편지를 씁니다' 약간의 쓸쓸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어조. 솔직함과 사내다움이 시원스레 배어나오는 한편, 절제된 감정이 설핏 비치는 그의 문체가 참 멋스러우면서도 부럽다. 내가 갈고 닦는다고 해도, 본뜬다고 해도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염려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어려운 단어, 난해한 표현 하나 없는데도 이렇게 시를 지을 수가 있구나.


'이젠 되도록 편지 안 드리겠습니다'

심란함을 달래려고 펼친 시집이었는데, 도리어 착잡해졌다.

말 한 마디 붙이기도 이렇게 힘든데 하물며 편지야 더 일러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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