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일반]개 이야기 Chien(창해ABC북 007)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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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인데 왜 이걸 샀지? 이 책을 구입하고자 했던 건 아니다. 단지 창해ABC가 절판되고 있어서 급한 마음에 중고서적을 한꺼번에 사들이고나니 이 책도 그 사이에 끼어있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듯. 일단 물량이 있는 건 확보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따다다닥 연속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기를 클릭했나보다.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책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지만 제목 그대로 나의 '개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내려가볼 생각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은 개의 '좋고 나쁨'이라는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난 오히려 '개'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저 내가 개와 마주했을 때 느끼는 심적 부담을 솔직하게 풀어쓰고, 눈으로 확인하고, 장기적으로는 공포심을 완화시켜보려는 목적으로 적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개'가 두려움을 주는 존재이다. 덩치 큰 세인트버나드, 날렵한 도베르만 같은 것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강아지여도 실물이면 벌벌 떤다. 일곱 살 때 흰 개(백구 내지는 시바견 비슷하게 생긴)에게 물린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개는 솔직히 다 피하고 싶다. 그 당시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개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두뇌가 정지하는 것 같다. 조그만 강아지도 싫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긴 한데, 그냥 '살아있는 개스러움'이 느껴지면 본능적으로 왈칵 무서움이 치밀어오른다. 자잘한 이빨이라든지 재빠르게 움직이는 발이라든지, 왈왈 앙칼지게 짖는 소리라든지...ㅇ<-<

 

길을 걷다가도 개가 다가오면 골목으로 빠지거나 건너편으로 휙 건너가야만 마음이 편하다. 음... 팔뚝만한 크기의 날아다니는 ㅂㅋㅂㄹ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인데, 게다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그 공포를 견뎌야하는 느낌? 내가 반응하면 지나가던 개도 놀랄테니까 ㅠㅠ 다행히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는 그다지 무섭지 않지만(일단 강아지의 생김새는 귀여워서) 생물로서의 개를 보면 조건반사처럼 두려움이 튀어오른다. 가끔 목줄 없는 개가 뛰어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숨이 가빠지면서 피가 얼어붙는 것 같고, 하늘 위로 날아가든지, 땅이 꺼져서 떨어지든지 해서 내가 어딘가로 사라졌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 뛰어오는 개에게 반격하라는 사람도 있던데, 과연 팔뚝만한 ㅂㅋㅂㄹ가 뛰어올 때도 반격할 생각이 들까 싶다. 그 순간에는 그저 혼이 빠져나갈 지경.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이후로는 개에 대한 공포심을 줄여보려고 노력중이다. 고양이가 나에게 그렇듯, 개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일테니. 그렇지만 한강 둔치를 걷다가 100미터 앞에서 개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면 벌써부터 무섭다. 아마 다음 세기에도 나는 개를 무서워할 게다. 그럴 때는 최대한 (무서워하는)티가 나지 않도록 카메라를 들고―개를 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피사체를 찍으려는 것처럼―자리를 옮긴다. 정말 극소수의 경우이긴 하지만, 목줄 없이 자유분방하게 노니는 개가 내게 달려들 때도 있다(주인은 흐뭇하게 뒤에서 지켜보고). 아아...... 하느님......... 그리고 나는 한동안 또 외출을 하지 못한다.

 

이 책도 사실 두려움에 떨면서 보았다. 무서운데 뭐하러 읽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극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추를 껴안고 더듬더듬 책장을 넘겼다.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릴 때 양서류와 파충류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서 남동생을 옆에 앉힌 뒤 꼭 부여잡고 끝까지 다 본 적도 있었다. ㅋㅋ

 

이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난다. 후추가 골목대장처럼 '내 집사 겁 준 게 너냐?'하는 것 같아서. ㅋㅋ

결국 책 얘기 없이 감상문이 끝났다. 뭐한 거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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