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추리]모자수집광사건 by 존 딕슨 카
by 첼시
미스터리 거장의 추리물 「모자수집광사건」
존 딕슨 카의 대표작 「모자수집광사건」(1933)은 음침한 전설로 둘러싸인 런던 탑을 무대로 하는 추리소설이다. 대낮에도 안개가 자욱한 런던 탑에서, 실크햇을 쓰고, 등에는 중세의 무쇠 화살이 꽂혀 있는 채로 발견된 시체는, 모자수집광 사건이라는 기이한 주제로 기사를 연재중이던 신문기자 필립 드리스콜이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런던 탑에 드리운 안개가, 특유의 신비주의와 음산함을 더해주어서, 이 작품을 일반적인 추리물보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만든다.
John Dickson Carr(1906~1977)
존 딕슨 카. 그는 미국의 추리 작가로, 밀실살인 기법의 대가로 유명하다. 그는 본디 펜실베니아 출신의 스코틀랜드계 미국인이지만 영국인 부인과 결혼하면서 십년 이상 런던에서 거주했다. 그러는 동안 영국 미스터리소설 작가 클럽의 간부를 역임하기도 하고, BBC의 방송 대본 작가를 맡기도 했다. 그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작가로 인정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는 1930년 첫 작품 「밤에 걷다」를 발표한 이래 1958년까지 무려 63권의 작품을 발표했다. 본명인 존 딕슨 카 외에도 두 개의 필명을 더 갖고 있는데, 초기에는 카 딕슨, 후기에는 카터 딕슨을 사용했다. 그의 작품 속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파리 경찰인 앙리 방고랑, 영국인 의사 기디온 펠 박사가 있다.
엇갈리는 사건, 그리고 얽히고 설키는 관계
표지를 넘기자마자 옛날 냄새가 물씬 난다. 이렇게 인물 소개를 친절하게 적어주는 것은 70, 80, 길게는 90년대 초중반까지 출판되었던 추리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난다 냄새가, 옛날 냄새가...ㅇ<-< 이 소설도 중판은 2003년에 발행되었지만, 초판 기준으로 하면 1977년에 출판된 작품이니 어엿한 중년 소설인 셈이다.
좀더 덧붙여보자면, 인물 소개 외에도 소제목이 붙은 차례를 넣어 내용을 미리 훑어볼 기회를 주는 게 이 시대의 특징인데, 이 작품에서도 '변호사의 가발을 쓴 말', '난간의 그림자' 등 무려 스물한 개나 되는 표제어가 독자를 반긴다. 이 소제목이 이해를 돕는 측면도 있지만 이 때문에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당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편집 방식이 출판사의 재량인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라면 당시 유행을 따라간 것이구나 싶고, 후자라면 스스로의 작품을 다 헤집어 까발리는.. 한 마디로 독자를 휘어잡는 센스가 좀 없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난 책을 읽기도 전에 모든 흐름을 다 파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추리소설이라면 더욱더 그렇고요.
두 가지 사건, 두 명의 범인
사실 존 딕슨 카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다. 특유의 신비주의가 버무려져서 사건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아닌데다가, 인물이나 정황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작품 내에 개입해서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버린다. 가령 위의 내용중 밑에서 세번째 줄부터 적자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곧 알아볼 수 있는 그의 특징은 어떤 일에도 동요되지 않는 침착함이다.'라는 식으로 서술한다. 이런 방식이 내 눈에는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것으로 보여서 이후로 그의 작품을 더 구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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