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카르멘 by 프로스페르 메리메(펭귄클래식 123)

2018.08.29 06:30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파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법률을 공부했으나, 그리스, 스페인, 영국, 러시아 등의 언어와 문학을 배우는 데 더 주력했다. 그는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았으며, 낭만적 주제를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 낭만주의 시대에 고전주의를 되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1834년부터 1860년까지 26년 동안 프랑스 문화재 총감독관으로 일했다. 임기 동안 메리메는 프랑스 국내와 코르시카, 이탈리아, 그릿, 스페인 각지를 순방했으며,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작 『콜롱바』와 『카르멘』을 집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 읽었던 『카르멘』. 당시에는 작가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 했고,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오직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 『카르멘』뿐이었다. 근 20년이 지난 뒤 다시 집어든 『카르멘』의 표지에는,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 주홍글씨로 '프로스페르 메리메'라고 새겨진 이름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불꽃보다 강렬한 여인 '카르멘'

『카르멘』의 구성은 액자 소설 형식으로 되어있다. 여행길에 시가를 나눠 피우게 된 서술자 '나'와 악명 높은 범죄자인 돈호세 리사라벤고아의 만남이 바깥 얼개를 이룬다. 그리고 돈호세가 사형 당하기 며칠 전 '나'와 재회해 자신과 카르멘이 얽히게 된 내용을 회고담 형식으로 털어놓는 것이 내부 이야기를 구성한다.


카르멘은 제 곁에 쭈그리고 앉아, 이따금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며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러더니 귓속말을 할 것처럼 다가와서는 거의 억지로 두세 차례 입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악마야." 제가 말했습니다.

"맞아."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 본저 p.59 인용


'카르멘', 그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팜므 파탈(femme fatale), 즉, 치명적인 여인이라고 칭할 수 있다. 그녀는 담배 공장에서 일하면서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다른 여공의 얼굴에 칼자국을 내 감옥으로 호송되던 중, 자신을 끌고 가던 군인 돈호세를 꼬드겨 달아난다. 이로 인해 그는 강등당하고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돈호세는 카르멘과 만나던 자신의 상관을 질투심에 살해하고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하는데, 이 때문에 카르멘과 밀수업자의 무리에 가담한다.


성실하고 우직했던 군인 돈호세, 그는 자유로운 영혼인 카르멘을 만나면서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던 군인 신분을 버리고, 그는 카르멘과 함께 위태로운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돈호세는 각종 밀수에 강도짓과 심지어 살인까지 자행하는 잔혹한 범죄자이지만, 카르멘을 향한 사랑 만큼은 순수하게 간직한다. 그는 카르멘이 자신만을 바라봐주길 원하며, 이 위태로운 도피 행각을 끝내기 위해 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털끝조차 구속받길 원치 않던 카르멘이 변심하면서 그의 사랑을 거부하자, 돈호세 역시 참다못해 그녀를 죽이고 자수한다. 카르멘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죽음'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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