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이탈리아풍 홍합탕 만들기, 홍합 손질하는 법

만들어먹기/국물소스

2020. 3. 6. 06:30

마트에서 홍합이 1kg에 2,000원 정도이길래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사봤다.

요새 무언가를 생성해내는 것 자체를 대단히 힘겨워하고 있는데(작문, 촬영, 요리 등 모든 것), 실로 오랜만에 만들어먹기 글을 적는다.

올리브유에 페페론치노 들어갔으니 이탈리안이지 뭐...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목에는 보수적으로 이탈리아풍이라고 적었다.


재료(2-3인분)

피홍합 1kg, 마늘 10g, 페페론치노 4-5개, 올리브유 20g, 화이트와인 100g, 물 200-500ml, 추가 소금, 후추 등.

※농축 육수로 만들 경우 물은 200ml 정도만 쓰면 되지만, 바로 떠먹을 경우에는 물을 500ml 정도로 넉넉하게 넣어야 충분하다.


과정요약

①홍합 족사를 자르고 개체끼리 문질러가며 흐르는 물에 껍데기를 세척하되, 이 때 심하게 깨진 것은 상했을 수 있으니 버린다.

②냄비를 중불로 달군 뒤, 올리브유를 두르고 페페론치노와 마늘을 넣어 볶아 향을 뽑는다.

③씻은 홍합을 냄비에 쏟아붓고 와인과 물을 넣고 센불로 끓어오를 때까지 가열한다.

④냄비가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이고 홍합이 다 입을 벌릴 때까지 끓인다(약 10분 소요).

⑤홍합이 다 익으면 국물맛을 보고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 이탈리안 파슬리 등으로 추가 간을 한다.

⑥수프를 그대로 먹거나 파스타, 리조또 등 다른 요리에 활용한다.


살을 바르지 않고 껍데기째 그대로인 홍합을 보통 피홍합이라고 칭한다.

고맙게도 이번 홍합은 족사(바위 등에 몸을 단단히 붙이기 위한 수염처럼 생긴 것)를 손질한 제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 남아있는 것들도 있으니 껍데기 바깥으로 족사를 바짝 당겨 가위로 잘라 제거한다.


껍데기가 많이 깨져나간 홍합은 이미 죽은 상태여서 상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과감하게 버린다.

아깝다고 그대로 넣고 끓이면 다른 홍합들도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족사를 제거한 홍합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껍데기끼리 문질러가며 흐르는 물에 씻는다.

문질러 씻은 뒤 전체적으로 헹구는 작업을 몇 번 반복했다.


중불에 냄비를 달군 뒤 올리브유를 두른다.

올리브유가 가열되면 다진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고 볶아서 향을 뽑는다.


마늘이 익어서 고소한 향을 내기 시작하면 홍합을 쏟아붓고 와인과 물을 부은 뒤 불을 세게 올린다.

수프를 그대로 먹을 거라면 물을 500ml 정도로 넉넉하게 넣는 게 좋지만, 난 다른 요리에도 쓸 계획이어서 200ml만 넣었다.

참고로 홍합은 끓어오르면서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오는데, 그래서 큰 냄비를 사용하는 게 좋다.

난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걸 썼는데도 부족했다.


국물이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불을 중약불로 줄인 뒤 홍합이 입을 다 벌릴 때까지 가열한다.

난 중간중간 뒤집어가면서 약 10분 정도 끓였다.


그리고 홍합살 바르기...

껍데기 한쪽을 손으로 잡고 포크로 살을 훑어서 하나하나 발라냈다.

빡치ㄴ...아니 빡세네...

이 때 입을 아예 닫은 놈들은 죽어서 상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굳이 억지로 벌리지 말고 버리는 게 좋다.


피홍합 1kg 발라내서 얻은 홍합살은 220g.

엄마께 홍합 손질 관련 자문을 구하면서 양이 얼마나 되려나 여쭤봤는데 "글쎄, 한 200g 나올걸?"이라고 답하셨었다.

역시 관록이란 건 대단해.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셨다.


참고로 홍합의 서식지는 암초이기 때문에 개펄에 묻혀있는 다른 조개들과는 다르게 해감으로 토해내게 할 뻘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녀석도 바다에서 들숨 날숨을 쉬다보니 약간의 흙모래가 나올 수는 있다.

그래서 국물을 끓인 그대로 먹기보다는 면보에 한 번 걸러주거나 나처럼 모래를 가라앉힌 뒤 맑은 국물만 따라내는 게 낫다.

홍합살 바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가서 이렇게 잘 가라앉는다...


농축 육수로도 쓸 거라서 양을 좀 적게 뽑았다.

그래놓고 맛있어서 와인안주로 금방 동내버렸다. ㅇ<-<

홍합에서 녹아나온 수분까지 더하니 수프 양은 약 400ml 정도가 나왔다.

관상용으로 따로 빼둔 피홍합 몇 개 올려서 진짜 완성!


역시나 관상용으로 연출한 사진.

씻고 바르고 하는 시간에 비해 홍합살이 참 박해서 허무하다 싶었는데 2,000원이라는 가격 생각하면 헐하기는 하다.

농축 육수여서 따로 물을 조금 더해 먹어보니, 홍합살은 통통하고 국물은 조개류 특유의 개운한 감칠맛과 단맛이 우러나와서 입에 착 감긴다.

부재료인 올리브유의 풋풋함, 와인의 화사함, 마늘의 알싸함과 페페론치노의 향긋한 매운맛이 입 속에 부케 한 다발을 가져다준 것 같았다. 맛있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