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사물들 by 조르주 페렉(펭귄클래식 109)
by 첼시
조르주 페렉 Georges Perec(1936-1982)
조르주 페렉은 파리 출생으로 그의 양친은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아버지는 자원병으로 입대하였다가 전사했고, 어머니는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이 사건이 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1955년 『누벨 르뷔 프랑세즈』에 비평을 싣기 시작했으며 1965년 데뷔작 『사물들』로 르노도 상을 받았다.
조르주 페렉은 1967년 울리포(OULIPO)―레몽 크노를 중심으로 결성된 실험 문학 그룹으로 스스로를 '빠져나갈 작정인 미로를 만들어야만 하는 쥐들'이라 정의했다―에 가입했으며, 이들은 작가에게 엄격한 규칙을 부과하는 것이 더 큰 창작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페렉은 사회학적 글쓰기, 로마네스크적 글쓰기, 유희적 글쓰기, 자서전적 글쓰기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했고, 그의 대표작으로는 『잠자는 아침』(1967), 『실종』(1969), 『인생 사용법』(1978) 등이 있다. 이러한 그를 기리기 위해 소행성 2817호에 '페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1994년 파리 20구에 '조르주 페렉' 거리가 생겼다.
-책 날개의 작가 소개글에서 일부 인용 및 2차 가공
"그들은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 p.99
관조[觀照] :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
- 고려대 우리말샘 사전
『사물들』의 제목을 빌려와 내용을 축약한다면 말 그대로 위 사전적 의미의 '관조하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소설이 사건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것과는 달리 『사물들』은 고풍스러운 내부 장식 일색인 방의 모습에 대해 기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묘사에 어떠한 감정의 변화라든지 가치 판단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사물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얻어낸 현상만이 존재한다. 문장의 종결 어미가 일관되게 '-ㄹ 것이다'의 미래 시제인 것 역시 이를 읽는 이에게 묘한 위화감을 안겨준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단언하기 어렵고 그저 '사물들'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서두에 일렀듯이 독자 역시 작품의 시선 그대로 관조하게 되는 것이다.
『사물들』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주인공 실비와 제롬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과 그 일상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서술 기법은 사회 계층의 일면을 다룬 르포 내지는 다큐의 나레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은 끊임없이 노동하고 소비하고 욕망하기를 반복하지만 그들의 물욕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많지 않다. 이것이 실비와 제롬에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유발하고, 때문에 두 사람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속에서 풍요로운 삶에 대한 망상을 펼친다. 보다 많은 부와 여유를 갈구하며 조바심을 내는 인물들의 태도에 비해 소설의 문체는 감정이 어느 정도 배제된 듯 건조한 문장을 이어간다.
"그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 p.103
2부에서 실비와 제롬은 튀니지로 이주를 시도하는데 이것이 소설의 분위기 전환에 일조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들은 파리에서 탈출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려 하고 이를 통해 인생에서 한 걸음 도약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막상 튀니지에 당도했을 때 그들은 이전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또다른 시작을 꿈꿨으나, 객지에서 생계를 겨우 꾸려나가는 팍팍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국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보려 했지만 실비와 제롬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이는 이전에 겪던 권태를 넘어 무념무상에 가까운 삶이라는 걸 깨닫고 두 사람은 나아갈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상실감에 빠진다. 결국 도전하는 데 성공하지도 못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는 1부 1장과 마찬가지로 '~ㄹ 것이다'라는 미래 시제의 문장으로 서술함으로써 실비와 제롬의 미래를 수미상관 방식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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