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일반]만세전 by 염상섭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9권)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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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저자
염상섭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5-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근대 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인 「만세전」을 포함하여, 염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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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염상섭(1922~1924년 연재)

 

<만세전> (염상섭 중편선)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된 <만세전>.

중고등학생 시절 익히 알고 있었던 <만세전> 외에도

<해바라기>, <미해결>, <두 출발>의 작품을 엮은 중편선이다.

 

중고등학교 때 문학 전집으로 진력이 나게 읽었던 염상섭의 작품을 굳이 또 책으로 산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첫 페이지를 펼치고서나서야 기억이 났다.

(교과서를 제외하고)책에 필기는 커녕 밑줄 하나 긋지 않는 내 성격에

군데군데 작중 인물에 대한 평을 끄적거린 것을 보니 강의 들을 때 교재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횡보(橫步) 염상섭(1897.8~1963.3)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횡보(橫步) 염상섭 선생에 대해 간단하게 읊어보자면, 염상섭은 1897년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서 태어났고 1911년 일본 유학을 떠나 1918년 경도 부립 제2중학교를 졸업했다. 1920년 동아일보 창간 정경부 기자로 활동하고 이후 조선일보의 학예부장을 지내면서 <삼대>를 연재하다가 1936년에 경향신문의 창간 편집국장까지 지내는 등 언론계의 주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40여년에 걸치는 작품 활동 기간 동안 16편의 장편소설과 160여 편에 이르는 중·단편소설들을 발표한, 실로 부지런한 작가다.

다만 그의 소설은 다분히 정치적,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계몽적,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과는 구분되어야한다).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가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는 점과 일본 유학 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작품 속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만세전>만 해도 서울의 옛모습, '경성'이던 시절을 일본 유학생이라는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학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서울에 뿌리를 박고 지냈던 횡보답게 곳곳에 등장하는 예스런 표현들이 아름답다.

 

"자네도 퍽 변하였네그려?"

'두 팔을 옴켜쥐고 아기족아기족 돌아다니던 그 때의 그 계집애'

 - <만세전> 中

 

<만세전>. 유학생의 시각으로 그린 식민지 시대의 조선, 환멸을 넘어서 근대적 개인의 각성까지.

여기서는 이 단행본의 제목이자 첫머리에 등장하는 <만세전>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만세전>은 그가 1922~1924년에 연재했던, 즉 식민지 시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의 시기적 배경은 3.1운동 직전으로, 즉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 전 당시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만세전>은 소설 속 주인공인 '이인화'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중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고국에 돌아오는 며칠 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정은 길지 않으나 이인화가 배를 타고 조선으로 향하는 동안 그를 을러대는 일본 경찰, 서툰 일본어로 자신이 조선인임을 감추려고 하는 하급 관리, 나라의 쇠망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그의 형 등 자신의 조국을 진저리나게 하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인화가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공동묘지다! 구더기가 우글우글하는 공동묘지다!'라고 분노에 차서 속으로 부르짖는 것은, 당면한 현실에 급급한 속물적 존재에 대한 일종의 환멸을 표출하는 외침일 것이다. 염상섭이 이 작품을 연재할 당시에 <묘지>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 역시 그러한 냉소적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품 말미에 판도라의 상자 속 한 떨기 희망처럼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이인화가 그의 정인(情人) 정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서 그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리라 다짐하고 한 인간으로서 현실을 정확히 통찰하고 굳세게 살아나가야 할 자각을 깨닫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자 하는 대목이다. 고전 소설과 근현대 소설을 구분짓는 기준 중 고전소설 주인공의 성격은 평면적이고, 근현대소설은 입체적인데, 이인화는 냉소적인 엘리트 유학생에서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거듭나는 입체적 성격을 지닌 근대적 개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염상섭은 종로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한 자신의 성장배경을 십분 살려, 주인공을 일본 유학생으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일본의 신문물을 접한 유학생이라는 신분과 식민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있다는 점이 조선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만세전> 속에 등장하는 식민지 시대라는 배경과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드러내는 작가의 사회적, 정치적 의식 등이 다른 중·단편 소설의 습작을 거치면서 차곡차곡 쌓여 <삼대>라는 걸작을 내놓는데 단초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삼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세전>과 <미해결>, <두 출발> 등의 중편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해석이고 개인적으로 삐딱하게 팔짱 끼고 생각했던 것은, 이 '이인화'라는 작자가 정자며, 을라며, 자신의 형님에게도 이른바 시크한 엘리트인 척 하며 멋을 부리는 게 오만하기도 하고 얄밉게 느껴져 등짝을 한 대 쫘악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말하는 투가 예스러워 그런 것인지 작중 인물들은 스물 서넛에도 어쩜 그리 어른스러운지. '나이도 어린 것들이 왜 이렇게 애늙은이처럼 굴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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