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백숙]전복과 찹쌀누룽지를 넣은 복계탕(?), 누룽지백숙 만드는 법, 전기밥솥으로 찹쌀누룽지 만들기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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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고 하니까 기운도 없고 지치는 느낌이어서 복날 기념 보양식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내가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전복을 넣은 누룽지백숙!

이참에 찹쌀누룽지도 야무지게 만들어서 죽까지 끓여봤다.

지난번 만들었던 누룽지백숙 → 2014/04/06 - [맛/기록] - [백숙]누룽지를 넣은 닭백숙

  

전복 손질을 하려면 먼저 뻣뻣하고 저렴한 새 칫솔을 깨끗이 씻어서 준비한다.

 

 

오늘 준비한건 한 마리에 100g이 넘는 큼직한 전복.

이마트몰에서 200g 분을 주문했는데 아주 튼튼하고 씨알 굵은 놈이 두 마리 왔다.

전복은 고둥류나 이매패류와는 달리 볼록한 타원형의 껍데기가 한 장만 붙어있다.

주된 먹이는 미역, 다시마인데 이 때문에 내장도 짙은 청록색에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지금은 발과 테두리 부분이 짙은 색이지만 저 놈을 오늘 싹싹 닦아서 깨끗하게 만들어줄거다.

 

우선 칫솔로 발 주변의 줄무늬 테두리 부분부터 먼저 세차게 문질러 닦는다.

임산부나 노약자께서는 정말로 전복 손질하실 때 주의 요함...ㅠㅠ

보통 조개류처럼 얌전한 줄 알았더니 이 놈의 전복은 놔 임마! 팍! 씨! 이런 느낌으로 꿈틀꿈틀대는데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오금이 저려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면서 닦았다.

통화의 대부분은 "으아아-!", "미안해! 그런데 나도 요새 지쳐서... 미안해 널 먹어야해 ㅠㅠ"

남들이 보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 줄 알았을 듯.

테두리를 다 닦은 뒤 발 부분도 말끔하게 문질러 닦는다.

 

껍데기까지 통째로 다 넣을 것이기 때문에 뒤집어서 껍데기 부분도 칫솔로 닦아준다. 

 

전복과의 사투 끝에 탈진할 것 같아서(보양식 먹으려다 내가 죽게 생겼네 ㅠㅠ) 세척은 이 정도로 끝냈다.

위의 사진과 비교하면 테두리며 발 부분이 한층 뽀얘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기 비교한다고 옆에 카드를 갖다놨는데 거의 내 손등(손가락 빼고)에 버금가는 크기였다.

 

이제 닭을 다듬을 차례다(전복을 손질하고 나니 지쳐서, 심신을 가다듬으려고 5분 정도 누워있었다).

백숙용 닭을 손질할 때는 세 군데 정도만 잘라내면 된다. 날개 끝, 꽁지 부분, 다리 안쪽 윗부분. 

 

꽁지 끝에 도토리처럼 톡 올라온 부분은 기름덩어리니 이 부분도 잘라낸다.

만약 삼계탕처럼 뱃속에 찹쌀을 채우고 다리를 꼬아줄 요량이라면 톡 튀어나온 부분만 잘라내고,

나처럼 닭을 자유롭게 유영시킬거면 주변의 껍질도 다듬는게 국물의 기름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닭다리와 몸통이 연결되는 부분 안쪽에도 껍질과 지방질이 말려들어가 있는데 다 훑어서 가위로 잘라준다.

뱃속에 찹쌀을 채울거면 이 부분을 너무 많이 잘라내지 않아야 찹쌀이 뱃속에 얌전히 들어앉아있을 수 있다.

 

다 다듬은 닭을 크기가 넉넉한 냄비에 담고 닭의 어깨 정도까지 잠기게끔 물을 붓는다.

전복과 대추 두 알, 마늘 세 쪽 넣고 뚜껑 덮어 끓인다.

(사진 찍으려고 전복을 올려놓긴 했는데 당연히 물 속에 넣어야한다.)

끓어오를 때까지는 센불로 가열하다가 펄펄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서 부글부글 정도로만 끓인다.

 

처음 끓어올랐을 때 거품을 걷어낸다.

여러번 반복해서 끓어오르면 거품이 다 흩어져서 걷어내기 번거로워진다.

 

처음 물을 붓고부터 시작해서 약 50분 정도 가열했다.

닭다리 발목의 힘줄도 익어서 다 끊어지고 관절에서 뼈가 쏙 빠져나올 정도로 부드럽게 익었다.

이제 국물을 덜어서 죽을 끓일 차례. 

 

찹쌀누룽지를 미리 준비해뒀다.

가마솥이나 냄비밥을 하면 누룽지 만들기가 쉬운데 전기밥솥은 누룽지가 잘 안 생긴다.

그래서 그냥 밑이 눌을 때까지 반복해서 취사를 누르니까 누룽지가 됐다(...).


일단 취사 버튼을 누른 뒤 밥이 다 되면 취사를 다시 누르는 걸 반복했다.

족히 네다섯 번 정도 누르니 이렇게 테두리가 갈색이 되던데, 내가 했지만 정말 삽질이다. ㅋㅋ

그래도 결과는 마음에 든다.

 

쫀득하고 질척하게 익은 안쪽과 대비되는 갈색의 찰밥 누룽지가 등장!

이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어간다는거다. 질감과 맛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밥솥 그대로 들어낸 누룽지를 새로운 냄비에 척 얹는다.

 

여기다가 잘 삶아낸 닭국물을 들이붓는다.

졸아붙으면 더 붓고 더 붓고 하면 되니까 일단 처음에는 적당히...

대추도 쪼개서 같이 넣으면 달큰한 대추 속이 죽에 배어들어서 향긋하고 맛있다.

 

누룽지에 국물을 꽤 많이 부었는데도 아직 냄비에 남은 국물이 넉넉하다.

 

이것도 처음에는 센불로 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줄여서 쌀알이 퍼지도록 끓인다.

 

20분 넘게 끓이니 대충 죽 비슷하게 되어간다.

이미 진득하게 만들어진 찰밥(이른바 죽밥)이어서 30~40분만 끓여도 다 퍼진다.

 

누룽지죽에 닭다리를 허벅지 부분까지 길게 끊어서 담고 전복은 살만 발라서 담았다.

죽과 닭고기의 간을 맞출 소금, 후추에 전복 찍어먹을 간장과 와사비도 준비했다.

 

전복이 정말 싱싱하고 튼튼했나보다.

꽤 오랜 시간을 끓였는데도 전혀 쪼그라들지 않고 아주 두툼하다.

 

사진 가운데의 전복 조각 오른쪽을 보면 약간 붉은 갈색의 돌기 같은게 보이는데 그게 전복의 이빨이라고 한다.

먹을 때 거슬리니 이 부분만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닭고기는 촉촉하고 보들보들하니 아주 잘 익었다.

누룽지죽에 닭국물과 전복의 감칠맛이 가득 배어있는데다가 눌어붙은 쌀의 구수한 냄새가 어우러져 아주 맛있었다.

 

닭고기는 이렇게 소금, 후추에 찍어먹고...

누룽지죽도 처음 밥 지을 때 넣었던 소금 한 꼬집 외에 따로 간한게 없어서 중간중간 조금씩 소금을 뿌려가며 먹었다.

 

전복은 가위로 조각낸 뒤 이렇게 사시미간장+와사비에 찍어서 먹었다.

아주 통통하면서 두툼한 전복살에서 은은한 해초향이 풍기고 참기름처럼 고소한 냄새가 나는게 아주 맛있었다.

 

남은 한쪽 다리는 뒤늦게 합류한 동생 차지가 되었는데 그러고도 남아서 우선 국물을 따로 덜어 냉동시키고,

닭은 뼈와 살을 모조리 발라내 남은 죽과 섞어 떠먹기 좋도록 따로 담아두었다.

이렇게 찰밥누룽지를 만들 때는 현미찹쌀이나 찰흑미 등을 조금 섞어주면 더 구수하고 맛있다.

보통 내가 만든 음식들은 내 손길이 닿은거라 이뻐보이는 경우가 많은데(ㅋㅋㅋ) 이건 객관적으로 맛있었다.

글 쓰면서 다시 배가 고파질 지경... 최근 해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굉장히 맛있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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