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첼시
아주 오래전에 라디오에서 '명륜동'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 재주소년. 제주소년 아님'명륜동'이라는 제목, 잔잔한 기타, 가사를 읊조리는 듯한 음색, 그 모든 게 날 안심시켰다.그 당시의 내게는 '안심시켰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는 것이었다. 새로 지은 쌀밥, 촉촉한 달걀말이, 짭짜름한 어묵볶음, 씹는 맛 좋은 무말랭이에 고소한 김구이까지.재주소년의 앨범은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 같은 음반이다.첫 곡을 플레이할 때, 청자들은 마치 김이 송골송골 맺힌 도시락통 뚜껑을 여는 것처럼 설렐 것이다.약간은 식어서 미지근해진 밥과 반찬, 그렇기 때문에 입에 넣는 순간 더 크게 느껴지는 포근함. 설레는 소풍날, 떠들썩한 운동회, 긴장되는 첫 데이트, 그런 따뜻함이 모든 곡에 깊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