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매거진B 53호 : 무인양품(2017년 1,2월 합본)
by 첼시무인양품 無印良品 MUJI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접한 것은 몇 년이 되었지만, 국내 매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했다. 기능적인 면은 마음에 쏙 드는데, 수입되면서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되었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래도 무인양품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종종 매장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곤 하다가, 일본 여행을 몇 번 다녀오면서, 무인양품 쇼핑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현지 기준이라면 기능도, 디자인도, 가격도 나무랄 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매거진B에서는 무인양품을 둘러싼 소비자, 전문가, 임직원들의 의견과, 브랜드의 탄생 및 성장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서, 의복·식품·주택까지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든 무인양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호를 읽으면서, 내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이 책 곳곳에서 눈에 띄어 기분이 좋아졌다. 익숙한 브랜드가 주제여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깨끗한 백지의 미학 : 채우는 것은 고객의 몫으로
무인양품 제품을 쓸 때마다, 군더더기 없는 것이 꼭 하얀 쌀밥 같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호에 실린 쿠스노키 켄 교수의 의견에 똑같은 내용이 있어서 흠칫했다. 역시 사람들 생각은 다 똑같은가. ㅋㅋㅋㅋㅋ 어떤 공간에 가져다놓아도, 어떤 요소와 함께 배치해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무인양품의 상품들은, 밥상의 중심을 항상 묵묵히 지키고 있는 쌀밥을 닮았다.
무인양품의 집은 '살기 편한 집'이 아니라 '삶을 자주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용기를 부여하는 집'입니다. …(중략)… 무인양품의 집을 구입한 사람은 자신의 생활에 주체성을 가지고 삶의 공간을 설비해가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p.59 하라 켄야의 의견 中
하라 켄야의 의견을 읽으면서도 공감했다. 삶을 자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해주는 무인양품의 집. 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무지의 작은 생활용품 라인을 좋아한다. 가령 '스프레이'를 예로 들자면, 무인양품의 그것은, '스프레이' 하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사족을 덧붙일 것도 없이, 꼭 필요한 기능을 뺄 것도 없이, '스프레이'의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이다. 종국에는 영점으로 수렴하는 디자인, 그 위에 무언가를 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고객의 몫으로 남는다. 顧客을 主人으로 변모시키는 良品의 힘, 그래서 무인양품의 제품들은 사랑스럽다.
변하지 않는 철학이 빚어내는 가치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물론 일부 대기업은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트렌드가 바뀌면, 진행했던 상품군을 더는 선보이지 않지요. …(중략)… 무인양품의 상품군 확장은 다른 의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인양품은 트렌드에 맞춰 상품군을 확장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철학을 지속해서 상품화한다는 것이지요.
- p.25 쿠스노키 켄의 의견 中
많은 사유가 쌓일수록 결론은 단순해진다. 작가의 사색이 깊어질수록 글은 명료해지고, 장인의 손길이 거듭 닿을수록 작품의 군더더기는 깎여나간다. 무인양품의 단순함 역시 끊임없는 고민 끝에 빚어진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단적인 예로, 동사는 어드바이저리 보드라는 자문 조직의 운영을 통해서, 브랜드 탄생 초기부터 고수해왔던 無印과 良品이라는 의미를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다).
다소 부침이 있기는 했으나, 무인양품은 일시적인 시류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브랜드의 축을 단단히 잡아주는 철학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서비스가 끊임없이 변화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단 한 가지. 고객들은 그 불변함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MUJI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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