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그러모으기 013
by 첼시딱히 남길만한 식사가 없어서 오랜만에 그러모으는 집밥.
첫 사진은 아마 작년에 먹었던 냉면.
엄마가 주셨던 겉절이.
뻣뻣한 이파리는 걷어내고, 너무 자잘해서 씹는 맛이 없는 고갱이는 솎아내고,
배추 속대 중에서도 노랗고 아삭한 중간 속대만 골라서 담은 엄마의 마음.
마찬가지로 엄마가 손질해주신 덮밥용 장어구이.
밥에 올려먹기 좋게끔 구워서 한 입 크기로 썰고, 한 끼 분량 만큼 지퍼백에 소분하고...
바로 꺼내 먹기 편하도록 음식을 만들어두기 위해서는,
얼마나 번거로운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기에 이 장어덮밥이 각별하다.
작년의 체리. 아빠가 사다주셨다. 겨울인데도 알이 굵고 달콤했다.
체리 한 팩에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게 담겨있다.
어느 날의 연어회.
연어토막을 사다가, 좀처럼 쓰지 않는 사시미용 식도를 갈아서 썰어먹었다.
어느 날의 스파이시 치킨텐더 프로토 타입.
집에 튀김가루도, 빵가루도 없어서, 밀가루에 향신료와 허브 몇 가지만 대강 넣었다.
튀김옷은 연구해봐야 할 듯. 맛 자체는 맥주와는 잘 어울렸다.
내가 나를 대접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차린 술상.
깔루아는 결국 한 병 다 부었다. 조금 남아있던 조니워커도 탈탈 털어서 마셨고.
그래서 나는 이날 두 병이나 비운 셈이다. ㅋㅋㅋㅋㅋㅋ
중간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틀어서 보고. 제일 좋아하는 귀요미도 주물주물하고. 좋은 밤이었다. :)
보양식이 필요해서 나름 국물요리라고 인스턴트 라멘 끓임(...). 이 때는 그래도 살 만했지.
그리고 내리 3일을 죽식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ㅇ<-<
사흘 동안 흰죽을 계속 쑤었더니 죽쑤기의 달인(...)이 되었다.
드디어 정신 차린 밥상. 이젠 몸이 조금씩 제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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