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잡지]매거진B 47호 : 하겐다즈(2016년 6월)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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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 Häagen-Dazs

'하겐다즈 Häagen-Dazs' 하면, 그 이름 때문에 낙농업이 발달한 유럽 어느 나라에서 생겨난 브랜드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창업자인 매터스 부부가 의도적으로 작명한 것이다. 그들은 하겐다즈가 유럽의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로 인식되길 원했고, 그 때문에 덴마크어의 발음을 본떠 하겐다즈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하겐다즈의 시작은 초콜릿, 커피,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이었고, 그 당시의 라인업은 오직 다섯 가지 원료만으로 만든 게 특징이었다. 우유, 크림, 달걀, 설탕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거기에 벨기에 초콜릿,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콜롬비아 커피콩으로 맛을 내는 것이다. 지금도 하겐다즈 원재료 정보를 보면 항상 단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하겐다즈는, 오리건 주의 딸기와 일본산 말차를 더해 스트로베리와 그린티 아이스크림도 출시했다. 책을 읽는 내내 스트로베리가 스트로우베리로 나와 있어서 그새 외래어 표기법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교정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듯. 스트로우베리는 끝까지 스트로우를 고수해서 날 괴롭게 했다.


달콤함 :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키는 즐거움

아이스크림이 주는 즐거움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온다. 달콤하고, 시원하고, 사르르 녹아내리는 질감. 누구든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에 얽힌 기분 좋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던 아이스크림 트럭이건,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여름날 손에 쥐었던 소프트콘이건, 아이스크림이란 건 먹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은 기본 제품군을 넘어서 초콜릿을 입힌 아이스크림 바, 바삭한 크리스피 샌드위치 등을 출시하고, 각국의 고유한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키나코 쿠로미츠(인절미와 흑꿀), 미국 뉴올리언스의 스위트크림커피캐러멜, 영국의 바닐라탠저린앤쇼트브레드, 아르헨티나의 둘체드레체 등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감응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인터뷰한 것도 재미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하겐다즈 제품과 자신만의 레시피, 컬래버레이션 했으면 하는 브랜드들에 대한 답변이 흥미로웠다. 좀 아쉬웠던 게 있다면, 국내 고객 위주로 문답하다보니 응답이 예상가능한 범위 내라는 점이었다. 역시 가장 인기있는 것은 그린티였다. 그 다음은 마카다미아넛, 스트로베리, 바닐라, 초콜릿, 커피 등이 각축전을 벌였고.

여담이지만 나만의 레시피에 리큐르 부어먹는다고 답한 사람이 없어서 좀 섭섭했다. 난 바닐라나 마카다미아넛에 럼이나 꼬냑 부어먹는 걸 좋아해서. 덧붙일 것 없이 그냥 떠먹을 때 좋아하는 제품은 마카다미아넛과 라즈베리 소르베이다.


달콤하지만 씁쓸한 뒷맛

여기서부터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을 좀 얘기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매거진B에서 식품을 다루는 편 중 괜찮다 싶었던 것은 20호 『기네스』이다. 주제로 하는 브랜드 자체에도 충실할 뿐만 아니라, 속해있는 카테고리(맥주)에 대한 언급도 적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하겐다즈 편에서 어느 대목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불필요한 요소가 좀 많이 녹아들어가있는 듯한 부분이 보였다. 대체 편집부에서는 하겐다즈를 놓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소재가 하겐다즈인 걸까, 아니면 그저 허세 가득한 환상에 잠겨 있는 걸까 하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아이스크림 얘기를 하라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것도 액세서리처럼 여겨지길 원하는 게 동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가치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하겐다즈는 아이스크림이고, 그 본질은 '달콤함이 주는 기쁨'이기에, 그 외의 부수적인 것들이 주인인 양, 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매력도 좀 떨어지게 만들어서, 그 부분은 괜히 읽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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