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추리]누런 개 by 조르주 심농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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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매그레 반장

작년 말, 심농의 작품에 대해 기록한 뒤로 몇 달 만에 펼쳐보는 매그레 시리즈. 가장 최근에 본 작품이었던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를 10월 쯤 읽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실상 거의 반 년도 넘게 매그레 반장에게서 손을 떼고 있었던 셈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의 전개와 결말이 내 마음에 그리 차지 않았기 때문에 내 독서열은 꽤 사그라든 상태였고, 심농의 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나를 지치게 만들어 한동안 쉬고 싶었다.

그러던 내가 『누런 개』를 집어든 데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밖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페이지수는 많지만 비교적 가벼운 매그레 시리즈를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 일 하다가 틈틈이 꺼내서 보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다가도, 맥주를 마시다가도 편하게 펼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까지 다 읽었다...만 알코올이 섞인 활자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뒤엉키는 바람에 간격을 좀 두고 기다렸다가 최근에 다시 한 번 더 훑어보았다.


책 뒷면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출판사에서 이렇게 타이프체로 표지 뒤를 꾸민 것은 상당히 영리한 편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잉크가 부분부분 얼룩진 듯한 글씨로 적힌 소설의 도입부를 읽고 있으니, 실제 수사일지를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마치 매그레 반장이 수사를 마치고 바에 앉아 한 잔 하려는 순간을 목격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심농의 작품이 내 추리소설 취향에 과히 맞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감각적인 장치들 덕분에 계속 책장을 펼치게 된다.


공포가 지배하는 콩카르노, 그리고 누런 개

사건은 어두컴컴한 금요일 밤, 콩카르노 시의 길가에서 벌어졌다. 희생자는 포도주 도매상인 모스타구엔. 무골호인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량하고 적이 없는 사나이이다. 매그레 반장은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라미랄 카페[각주:1]를 중심으로 진상을 조사하다가,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는 웨이트리스 엠마를 수상쩍이 여기게 된다.

이후 라미랄 카페에서의 독살 기도 사건, 모스타구엔이 총을 맞던 그 날 밤 함께 카드놀이를 했던 세르비에르의 실종, 그리고 르포므레의 사망 등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그 와중에 그 주변을 맴도는 개 한 마리.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소유인지도 알 수 없는 누렇고 말라빠진 짐승. 매그레가 수사를 하는 내내 이 누런 개는 그의 시선이 닿는 곳 주변을 맴돈다.




  1. 이 작품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콩카르노의 클랭슈 호텔 소유주는, 자신의 호텔을 작중 호텔명인 <라미랄 호텔>로 개명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작가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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