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교양-음식]외식의 품격 by 이용재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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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의 품격

저자
이용재 지음
출판사
오브제 | 2013-10-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코스 요리의 시작인 빵에서 마지막인 칵테일까지 18가지 음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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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의 품격>, 이용재, 2013, [문예출판사]

 

'아는 사람'과 약장수를 구분하는 법.

 

언젠가부터 '미식'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보다는 좀 더 맛있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외국에서 새로운 음식, 독특한 식재료와 양념을 접하는 경우도 많아

신메뉴에 대한 거부감도 줄고 다양한 맛에 대한 갈망이 커진 것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가 발달한 것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러다보니 자칭타칭 '재야의 숨은 고수'라고들 어필하는 아마추어 미식가들이 참 많다.

예전에는 일간지, 주간지 등에 칼럼니스트들이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제철 음식, 지방에 숨은 고수 얘기가 대다수였는데

요새는 여기저기 전문가들이 참 많으시다.

낯선 용어 가득한 글로 음식에 훈장이며 리본이며 달아주고 날을 세워서 몰아붙이기도 한다.

가만 보면 이건 흡사 약장수들의 판벌림 같기도 하다.

잘 안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많은데 제대로 알고 먹는 이는 많지 않다.

통닭을 감싼 봉투에 기름이 배어나오듯이 은근한 허세가 글에서 묻어나오곤 한다.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서양 요리의 코스처럼 구성해 식전주부터 전채, 메인,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잘 짜여진 음악 같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아무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외식의 모든 것에 대해

유래부터 시작해서 맛의 원리, 여러 갈래로 응용된 유형, 조리법까지 찬찬히 적고 있다.

메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글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다.

이제는 제대로 알고 먹자는 얘기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정확하게 알고 먹자는 그의 지론처럼 글 역시 정갈하고 청결하다.

본래 글솜씨가 좋은 것인지, 여러번 퇴고한 것인지 글이 참 정제되어 있다(절제 아님).

흔히 파인 다이닝에 대해 논하는 도처의 글들을 보면 온갖 외국어로 점철되어 있다.

'리치한 포뮬러가 주는 센서티브한 텍스처', '오일리하지만 그리시하지는 않은 플레이버'

이런 표현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 이제는 낯설지도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멋부리는 척하려는 어휘들을 다 접어두었다.

전달할 내용만 명료하게 잘 담았다.

 

한쪽 벽은 와인으로 채우고, 직수입한 밀가루니, 어디에서 딴 올리브로 만든 오일이니 하는 업장에서도

시저 샐러드에 발사믹 식초를 범벅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농장과 직접 계약을 해 공정무역으로 수입해 온 원두를 볶은지 5일 이내에 소비를 하느니 어쩌니 하는

로스터리 카페에서도 입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책에도 있는 내용).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기본은 날려먹었다는 얘기다.

바글바글 끓는 뚝배기 속에서 파스타가 울고 있다는 글에

'난 그런 파스타가 뜨끈하니 좋던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취향이 그렇다면 그런 음식을 찾아 먹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파스타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그게 파스타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뚝배기에 들어간 국수다.

 

밤새 다듬이질하고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들어 놓은 하얀 천처럼

책은 술술 읽어내려가기가 참 편한데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뒷표지의 소개글처럼 근본 있는 교양 에세이. 근본이란 단어가 참 와닿는다.

근본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업장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도 그러한 음식을 찾고, 올바른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한다.

조미료 범벅 찌개에 미리 퍼담아 윗쪽은 노랗게 말라붙은 공깃밥에도 불구하고

무한 리필되는 반찬에 인심이 후하다며 장사진이 늘어선 허울만 좋은 음식점들이 참 많다.

 

그래서 외식의 품격 2탄이 꼭 나오길 바라고, 나온다면 한식에 대해 다루었으면 좋겠다.

어름어름 떠도는 어설픈 지식들을 솜씨좋은 재단사처럼 잘 정리해주리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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