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좀머 씨 이야기 by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첼시
<좀머 씨 이야기>, 1991, [열린책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읽었다. '좀머'라는 이름이 하도 독특해서였다.
그리고 그림이 귀여웠다. 흐흐 :P
본가에 갔다가 좀머 씨 이야기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다시 읽으려고 가져왔다.
우리집에 있는 책은 초판 22쇄.
나름 20년 가까이 돼가는 귀하신 몸이다.
책값 4,500원!
세월이 느껴지는 가격이다.
각설하고 책 얘기를 좀 하자면 <좀머 씨 이야기>는 쥐스킨트의 입문서라고 볼 정도로 읽기 편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장 자크 상페의 삽화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 어른을 위한 동화책처럼 일견 따뜻해보인다.
상페는 자신의 작품도 많지만 <내 친구 꼬마 니콜라> 시리즈의 삽화가로도 익숙한 작가이다.
이야기는 한 소년의 눈으로 전개된다.
제목은 <좀머 씨 이야기>인데 막상 좀머 씨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는 중간중간에 양념처럼 등장한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폐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립되거나 닫힌 공간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끊임없이 어딘가를 계속 돌아다녀야만 한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같은 공간에서 교류를 해야하는데 그런 구속감을 그가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리가 너무 빨라 한쪽 다리를 묶어두어야하는 동화 속 기인처럼 그는 쉴 새 없이 걷고 또 걷는다.
어깨를 넘는 굵은 지팡이를 세번째 다리 삼아 땅바닥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거룻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어딘가를 목적지로 삼고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니다. 삶으로부터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그의 공포감은 우박이 내리던 날을 묘사한 꼭지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소년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던 중 여느 때와 같이 무작정 전진하는 좀머 씨를 발견한다.
심상치 않았던 하늘에서는 이미 우박이 내리기 시작해 순식간에 골프공만한 덩어리들이 떨어지고 있는 터였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렇게 우박을 맞다간 죽겠다며 좀머 씨에게 차에 함께 탈 것을 권하지만
오히려 그는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크고 분명한 어조로 내뱉는다.
좀머 씨가 그러건 말건 소년은 짝사랑도 하고(카롤리나 퀵켈만), 피아노도 배우고(미스 풍켈 선생)
자전거 신기록도 세우고 하루하루 자라나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카롤리나를 향한 터질 듯한 마음과 미스 풍켈 선생에게 지독하게 잡도리를 당한 뒤 자살까지 생각하는
어린아이 특유의 맹목적인 사고는 쥐스킨트가 얼마나 심리 묘사에 능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친구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자전거를 달려 돌아오는 길에
좀머 씨가 조용히 호수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그가 자살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실종(사실은 자살하였지만)된 후 몇 주 뒤에야 신문에 그를 찾는 광고가 나고 그제서야 그의 풀네임을 알 수 있다.
막시밀리안 에른스트 애기디우스 좀머.
그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잠잠해지도록 소년은 그날 밤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소년의 성장기를 한적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녹여내어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화사하다.
쥐스킨트 작품 중에서는 제일 밝은 느낌이긴 하나, 역시 나의 찝찝이답게 지독한 집착과 강박증이 은근하게 느껴진다.
그의 섬세한 표현과 우아한 전개 방식에 반해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몽땅 읽게 되었다.
2013/11/03 - [책/작가] - [작가]찝찝이 시리즈 1탄 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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