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환상동화 by 오스카 와일드
by 첼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이레]
빅토리아 왕조의 영국문학 대표주자 오스카 와일드. 그의 작품을 읽었던가...? 하는 사람들이라도 동화 <행복한 왕자>는 익히 알고들 있을 것이다. 동시대의 작가로는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으로 유명한 브론테 자매,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로 잘 알려진 찰스 디킨스, <황무지>를 쓴 시인 T.S.엘리엇 등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는 식민지지배와 산업혁명을 통해 유래없는 부를 축적한 풍요로움을 구가했던 시대이나 역설적이게도 문학 사조는 상류층과 중산층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하거나, 하층민에 대한 연민, 속세를 탈피해 끝없는 탐미와 퇴폐를 추구하는 등 당대의 화려한 면과는 대조되게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 중에서도 와일드의 작품은 유미주의, 탐미주의, 퇴폐,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는 내용이 주류이다.
표지의 앞날개에 달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서문. 책을 판단할때 교훈이나 선악의 가치를 배제하고 작품성이 뛰어난가를 기준으로 삼는 건 역시 유미주의자 와일드답다.
<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이하 '환상동화')는 오스카가 단편으로 쓴 동화 아홉 편을 모아서 젊은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더해 현대적인 느낌으로 완성한 책이다. 차례 역시 기존의 배열과 다르게 페이지도 비뚤어지게 표시한 귀여움이 돋보인다. 순서대로 <별아이>,<헌신적인 친구>,<나이팅게일과 장미>,<어부와 그의 영혼>,<유별난 로켓 불꽃>, <왕녀의 생일>,<이기적인 거인>,<젊은 왕>,<행복한 왕자>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각의 동화 내용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만 적어보고자 한다.
위의 일러스트는 <헌신적인 친구>에 담긴 노준구 작가의 작품. 장례식 장면을 담은 그림 세 장이 겹쳐져 있다. 고인을 애도하려고 모인 사람들을 벗겨내고, 무덤가의 흙과 삽, 강아지까지 치우고 나면 그 '헌신적이었던 친구'는 결국 홀로 쓸쓸하게 죽어버린다는 걸 그림의 구조를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다음 일러스트는 <나이팅게일과 장미>의 박혜정 작가 그림. 죽은 나무들을 둘러서 벽이 있는 것이 마치 방 같은 공간인데 웅덩이 주위엔 죽은 새가 가득하고 하늘에는 새 대신 책이 날아다니는 초현실적인 그림이다. 일반적인 동화의 틀을 깨고 현대적인 느낌의 그림들이 와일드의 글과 어우러져 매력을 더한다.
동화의 내용은 음울하고 냉소적이다. 무지했던, 또는 오만했던 인물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는데 결국 모든게 이제 잘 정돈되었다는 안도를 하는 순간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되는 전개도 그렇고(행복한 왕자 역시 왕자 동상과 제비가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 결국 최후를 맞이하니) '착하게 살면 바보, 이기적으로 살아도 어쨌든 다 죽는걸'이라는 메시지가 보여서 영 개운치 않다. 내가 사랑하는 찝찝이 작가들과 일정 부분을 공유하긴 하는데 역시 와일드에 애착이 가지 않는 이유는 인물들에 대한 연민이라곤 느껴지지 않고, 작품 속에 깃들어 있는 냉소주의 때문일 것이다. 옥스퍼드에서 손꼽히는 엘리트였던 그의 천재성이 '모자란 것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 일조했을 법도 하다. 환상동화 말미에 나오는 한 미술 교수의 말이 와일드의 유미주의를 대변해주는듯하다.
"이제 동상은 아름답지 않으니 쓸모도 없습니다."
- <행복한 왕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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