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블렌더로 갈다가 반쯤 말아먹은 찰수숫단자, 수수떡 만드는 법.
by 첼시
우리나라는 붉은 팥이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어 백일상과 생일상에 수수팥떡을 올리는 풍습이 있다.
메밀묵과 함께 도깨비가 좋아한다는 수수떡. 달큰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보통 수수팥경단을 올리는데, 나는 좀더 차진 식감의 떡을 먹고 싶어서 찰수숫단자를 만들기로 했다.
경단은 익반죽한 찹쌀가루를 동그랗게 빚어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고물을 입히는 것이고,
단자는 찹쌀가루를 반대기로 만들어 찐 뒤, 꽈리가 일도록 쳐서 자르거나 빚어, 소를 넣고 고물을 입힌다.
경단과 단자의 차이점 출처는 문제의 <떡> 책... 만드는 방법도 거기서 참조했다.
내가 준비한 재료는 찹쌀 1컵, 찰수수 1컵, 소금 1t, 설탕 1T, 물 4T, 꿀 약간.
찹쌀과 찰수수는 1컵 무게가 대강 185~190g 정도 된다.
불린 곡물을 블렌더에 갈아서 만들었는데 이게 정석은 아니지만 간편하게 만들기는 괜찮았다.
앞에 있는 팥은 팥고물용으로 쓴 것.
팥고물 만드는 방법은
→ 2014/07/19 - [맛/기록] - [떡]두루두루 떡에 써먹을 수 있는 팥고물 만들기
제일 먼저 찹쌀과 찰수수를 불려서 준비한다.
8시간 정도 불려야한다는데 귀찮아서 대강... 4시간만 불렸다.
정석대로라면 방앗간에 가서 불린 곡물을 빻아오는게 맞는데 보통 한 말, 반 말...ㅠㅠㅠ
적어도 됫박 단위인데 그걸 다 먹을 자신도 없을 뿐더러 시루도 마땅찮아서 이렇게 임시방편을 썼다.
찰수수는 물을 여러 번 갈아주면서 불려야 떫은 맛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붉은 물이 우러나오면 새 물로 바꿔가며 네다섯번 정도 갈아주었다.
다 불린 찹쌀과 찰수수는 체반에 밭쳐 물기를 빼고 일단 냉장보관한다.
자고 일어나서 내일 할 요량으로 ㅋㅋ
이렇게 불린 찹쌀과 찰수수는 대강 1.5배 정도 무게가 불어난다(4시간 불린 것 기준).
다음날 아침.
불려서 불기를 빼놓았던 찹쌀을 블렌더에 갈아서 체에 내려야하는데...?
음? 체에 거를 크기가 아니다. 아하하핳하하하하하하 ㅠ 그래서 다들 방앗간에 맡기는군...
에라 모르겠다 체에 거를 수 없는 크기면 체치지 말고 하지 뭐. 라는 심정으로 그냥 밀어붙였다.
찰수수도 블렌더에 싹 갈아버렸다.
찹쌀이건 찰수수건 가루라는 느낌보다는 쿠스쿠스처럼 뭉쳐진 알갱이 같이 바스라지는 질감이다.
어쨌든 하던건 해야하니까 큰 볼에 소금 1t, 설탕 1T, 물 4T를 넣고 고루 섞어주었다.
이대로 만들면 맹맹한 느낌, 크게 짜지도 달지도 않은 곡물의 구수한 맛만 나기 때문에
주전부리처럼 맛난 떡을 원하면 설탕을 2T은 넣어야... 사실 그 정도 넣어도 별로 달지는 않다.
떡가루를 손에 쥐고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펴면 가루가 뭉쳐지는데
이걸 살짝 던졌다가 손바닥으로 받았을 때 덩어리가 두 세 조각으로 갈라지면 물의 양이 적당한거라고 한다.
난 가루가 아니라 부스러기지만...OTL 대강 갈라지는 것 같아서 이대로 하기로 결정.
시루에 면보를 깔고 김이 오르면 간을 한 떡가루를 쏟아붓는다.
이 때 물을 처음부터 붓고 끓일수도 있지만 전기포트로 미리 물을 끓여 부으면 시간이 단축되고 편하다.
면보를 그냥 두고 가루를 올리니 면보가 자꾸 흐트러져서 꼼수로 문구용 집게를(...)... 씻어서 썼다.
면보를 여며주고 물을 끓이면서 찐다.
김이 계속해서 무럭무럭 올라와야하기 때문에 불을 약하게 줄이거나 하지는 말고 중불 이상으로 올려둔다.
물이 졸아붙지 않도록 넉넉하게 부어두고, 뚜껑은 당연히 닫아준다.
찹쌀은 속심까지 무르도록 익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체가 다 익을 때까지 찌는데 50분 가까이 걸렸다.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귀퉁이 두세 군데와 한가운데를 조금씩 집어먹어보았다.
차진 느낌이 나면서 구수하고 밋밋한 맛이 난다. 난 이런 맛 진짜 좋아(영감님 입맛...)!!!
면보를 조심스레 들어올려 반대기를 그대로 볼에 담는다.
신기하게도 면보에 떡반죽이 전혀 들러붙지 않는다.
덜 갈린 입자가 보이는게 꼭 사암 같다. 돌베개 같기도 하고...ㅇ<-<
찰수수 쪄진 냄새가 꼭 코코아가루처럼 달큰하고 고소하다.
이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봤는데... 마일로!
마일로와 비슷하게 코코아와 곡물이 섞인 듯한 냄새가 난다.
반죽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식으면(15분 정도 기다렸다) 위생장갑을 끼고 치댄다.
꽈리가 일도록 충분히 치댄다(고 책에 나와있는데 꽈리가 일도록 치대는게 뭘까?).
손으로 10분 가까이 반죽해서 결이 생기고 군데군데 실처럼 늘어나도록 치댔다.
처음 쪄냈을 때보다 더 차지면서 쫀득한 느낌이 나는데 진득하되 들러붙지는 않는 느낌이다.
이렇게 잘 치댄 돈까스, 아니 떡반죽을 꿀을 바른 도마에 넓게 펴준다.
반죽 위에도 전체적으로 꿀을 골고루 펴발라준다.
칼에도 꿀을 바르고 원하는 크기로 썰어준다.
꿀 덕분에 표면이 끈끈해진 떡에 팥고물을 듬뿍 묻히면 완성!
영감님 입맛인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다. 자극은 커녕 맛의 파동이 거의 1,2에 수렴하는 그런 맛. ㅋㅋ
가루가 아니고 알갱이가 살아있어서 그런지 결집되는 힘이 약해서 베어물기에 부담없고 좋았다.
(이건 내가 만든 떡이라 호의적인 시선으로 봐서 더 그런 것 같다.)
희미한 단맛에 구수하고 맹맹하고 심심하고 차진 떡~ 수수떡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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