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Simpson

[소설-일반]천변풍경 by 박태원(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권)

by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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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저자
박태원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5-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이 펼쳐 보이는 19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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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仇甫) 박태원(1909.1~1986.7)

 박태원 하면 그 자신보다는 그의 작품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속 구보로 더 익숙할 것이다.

그는 경성제일보고 시절 춘원 이광수에게 개인적으로 문학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일본 동경법정대학을 중퇴하고 1930년 「신생」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나왔다.

1933년에는 사회주의 및 민족주의에 반기를 든 '구인회'에 가입하였는데

1946년에는 남로당 계열 문학 단체였던 조선문학가동맹의 중앙집행위원회에 취임했었고,

1948년에는 좌익 인사를 감시·관리하던 보도연맹에 가입해 전향성명서에 서명을 했다.

1950년에는 한국정정이 발발하자 가족을 남겨둔 채 월북하였고,

1956년 남로당 계열로 몰려 숙청당하며 창작금지 조처를 받았다가 1960년 창작 금지 조처가 풀려 작가로 복귀했다.

그의 사상은 참... 오락가락해서 그가 정확히 어떤 쪽이었는지 단정지어 말하기도 참 애매해서 부러 일일이 적어두었다.

 

 박태원은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면 모더니즘 전체에 대해 조망할 필요가 있다. 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중들이 근대의 이데올로기와 일상성에 기대어 자신의 경험과 감각의 의미를 발견했다면,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오히려 그것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근대적 특성이 설명하지 못하는 측면을 표현하려한다. 모더니즘이 난해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일상성과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극단화된 경험과 감각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화된 표현은, 대중에게 '낯설게 하기'의 충격만을 주었을 뿐, 이후의 전망이나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소위 '엘리트 예술'로만 향유되거나, 개인적 차원의 막연한 비판에만 그쳐, 자본주의에 순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박태원도 구보씨를 통해 근대도시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일상성에 대한 타협과 거부의 의미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작품 속에서 구보가 어머니가 원하는 결혼을 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부분과(타협), 어머니가 원하는 또 다른 사항인 취직 대신 좋은 소설을 창작하겠다고 하는 내용(거부)에서 드러난다. 창작에 대한 자의식은 확립하였으나, 그 외의 생활에서는 근대의 일상성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비관적 인식인 것이다. 이는 근대의 이데올로기와 일상성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거기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모더니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천변풍경> 박태원 장편소설 : 천변의 풍경, 일일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이토록 다양한 삶이라니

 <천변풍경>은 박태원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절감했던 모더니즘의 한계를 벗어나고자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구보가 길거리를 거닐면서 나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젊은 부부, 카페의 여급들, 젊은 아낙네 같은 사람처럼 돈을 필요로 하지만, 아직 돈을 주인으로 섬기지는 않는 사람들에게서 일상성의 지배를 벗어날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이다.

 작품해설은 근대적 이데올로기니, 일상성에 대한 타협이니 복잡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소설 자체는 쉬이 읽힌다. 장장 50절에 달하는 짧은 이야기들이 엮여 있는데, 문장의 호흡이 짧으면서도 가볍고, 흥미로운 표현들이 가득하다. 각 절에 붙은 소제목도 소설 속 그것이라기보다는 아파트 반상회에서 오고가는 이야기처럼 생생한 삶의 기운이 느껴진다. '청계천 빨래터'라든지, '소년의 애수'같은,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대강 짐작이 가면서도 피식하게 되는 그런 것들.

 

 그렇다면 박태원이 애초에 목표했던 근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을 <천변풍경>에서는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봐야하는가. 물론 그가 작중 인물들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긴 하지만 그것이 근대적 일상성에 온전히 순응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천변풍경>속 인물은 우선 계급으로 나누었을 때, 중산층 이상의 부르주아와 가난한 서민으로 구별된다. 그리고 근대적 일상성에 대한 태도로 본다면 금전과 욕망을 최우선하는 속물적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박태원은 금전과 욕망을 최우선하는 부류에는 비판적이지만, 그 반대의 부류에는 온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속물의 대표격인 민주사는 부르주아 계층이면서도 첩살림, 마작, 기생놀음 등에 매몰돼 차츰 몰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 사진에서 민주사는, 제 첩이 어떤 학생놈과 놀아나는걸 보면서도 "그럼, 천천히 노다 가시구료"라고 말하며 물러난다. 밖으로 나와서야 그는 금시에 얼굴이 귓바퀴까지 화끈한 것을 느끼며, 끝없는 분노에 자신을 태우고 만다.

 

살아있는 인물 묘사 : 시골에서 온 아이 창수의 금의환향

 작중 인물이 워낙 다양하긴 한데 여기서는 창수 하나만 꼽아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시골에서 올라온 이 창수라는 열네살 먹은 어리숙한 소년은, 약방 주인영감의 첫 심부름이었던 담배 사오기에서 거스름돈을 제대로 받아오지 못해 말까지 더듬으며 잡도리당한다.

 

 그러나 눈감으면 코베어간다는 이 서울에서 그는, 어느새 약삭빠르고 눈치에 밝은 성격으로 변한다. 오 전짜리 백통전 하나를 빠뜨려 벌벌 떨던 시골뜨기 소년은 이제 주인영감에게도 '빌어먹을 놈'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보다도 먼저 서울물을 먹고 살던 다른 소년들도, 창수를 새삼스러이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서술자는 한술 더 떠 '사람의 새끼는 서울로'라는 말을 덧붙이며 마치 고전문학의 이야기꾼처럼 마무리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보여주었던 무심한 듯 거리를 두는 태도 대신 '사는 냄새'가 나서 오히려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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