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음식]꿀 Miel(창해ABC북 043)
by 첼시
꿀. 듣는 순간 달콤함이 느껴지는 이 식품은 식물과 동물이 합심해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 중 가장 감미로운 물질일 것이다. 벌들이 꿀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이미 6천만 년 전이지만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들이 꿀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백만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양봉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로, 1845년 이전에는 '양봉'이라는 용어조차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양봉은 의외로 현대적인 학문인 셈이다.
꿀벌들의 꿀주머니 용량은 0.025g이며, 일벌이 꽃꿀을 벌통 내에 저장하기 위해 꽃꿀을 빨아들이고 뱉는 과정을 반복해야한다. 이 단계를 거치면 벌의 분비물인 인베르타아제의 효소작용으로 꽃꿀이 꿀로 전환된다. 일벌이 1kg의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5,600만 송이의 꽃에서 꽃꿀을 수집해야 하고, 그 비행거리는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것과 똑같은 거리인 약 4만 km 수준이다.
꿀은 그 밀원에 따라 독특한 색깔과 맛, 향기, 농도 등을 지니게 된다. 한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아카시아꿀은 투명하고 연한 노란색, 잡화꿀은 황갈색, 밤꿀은 짙은 갈색을 띤다. 유럽에서 주로 나는 로즈메리 꿀은 크림 같은 노란색인 반면, 해바라기꿀은 카나리아 깃털 같은 고운 노란색을 띤다. 대부분의 꿀은 천천히 결정화되고 먹기 편하게끔 액체 상태의 꿀 90%와 미세한 결정이 이루어진 꿀 10%를 혼합해 만든다. 꿀 속의 당류 중 포도당이 과포화 상태인 경우, 과도한 포도당이 결정을 이루기 쉬운데, 이렇게 결정된 꿀은 따끈한 물에 중탕하면 원래대로 액화된다.
꿀벌은 꿀 뿐만 아니라 로열젤리, 꽃가루, 밀랍 등 유용한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로열젤리는 일벌의 머리에 있는 인두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인데, 애벌레가 부화한 후 3일 동안은 로열젤리를 공급받지만, 그 이후로는 여왕벌만 로열젤리를 먹고 자라게 된다.
꿀은 기나긴 역사만큼 다양한 상징성을 띤다. 고대인들은 꿀의 달콤함을 달변과 연관지어 꿀이 언어 표현 능력을 키워준다고 믿었다. 그리스인들은 어린아이의 입술에 꿀을 발라주는 관습이 있었고, 히브리인과 이집트인, 바빌로니아인들도 갓난아이의 양식으로 꿀을 사용했다. 또한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절대자가 낙원을 약속하면서 꿀이 흐르는 땅을 언급한다. 심지어 마야인은 자신들의 신을 거대한 꿀벌 형상으로 표현하고, 신들을 찬양하는 축제에서 막대한 양의 벌꿀주를 소비했다.
꿀벌 역시 인간에게 다양한 영감을 준다. 인간은 꿀벌의 분주한 움직임과 독특한 춤동작, 벌통의 기하학적인 육각형 구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쉴새없이 꿀을 모으는 꿀벌은 근면의 상징이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군거생활을 하는 곤충으로 학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었을 때, 꿀벌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자신이 '민중을 위한 존재'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이번 책은 한국어판 독자들을 의식해서인지 한국 꿀에 대한 언급이 잦다. 한국의 연간 꿀 소비량이 300g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유럽의 꿀 소비량과 견주고 있고, 한국의 토종꿀이 벌집과 함께 판매되는 점,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꿀은 아카시아꿀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판 꿀통이 1.8kg들이 유리병이라는 것까지 적고 있다. 폴 바니에라는 프랑스 양반이 이런 글을 쓰니 뭔가 낯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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