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by 박태원(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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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저자

박태원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5-04-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소설사상 가장 두드러진 모더니즘 작품으로 인정받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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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더니즘의 원류, 구보(仇甫) 박태원

 박태원은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면 한국 모더니즘 전체에 대해 조망할 필요가 있다. 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중들이 근대의 특성―자본주의에 종속된 개인, 산업화, 기계화 등―과 일상성에 기대어 자신의 경험과 감각의 의미를 발견했다면,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오히려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근대적 특성이 설명하지 못하는 측면을 표현하려한다. 모더니즘이 난해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일상성을 벗어나 극단화된 경험과 감각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은 대중에게 '낯설게 하기'의 충격만을 주었을 뿐, 이후의 전망이나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모더니즘이 소위 '엘리트 예술'로만 향유된 것도 개인적 차원의 막연한 비판에만 그쳐 자본주의에 순응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태원도 구보씨를 통해 근대도시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일상성에 대한 타협과 거부의 의미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작품 속에서 구보가 어머니가 원하는 결혼을 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부분과(타협), 어머니가 원하는 또 다른 사항인 취직 대신 좋은 소설을 창작하겠다고 하는 내용(거부)에서 드러난다. 창작에 대한 자의식은 확립하였으나, 그 외의 생활에서는 근대의 일상성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비관적 인식인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모더니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문학과지성사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박태원 단편선으로 <수염>, <낙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애욕>, <길은 어둡고>, <거리>, <방란장 주인>, <비량>, <진통>, <성탄제>, <골목 안>, <음우>, <재운> 순으로 수록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수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방란장 주인>, <성탄제>였다.

 그중 첫머리에 실린 <수염>은 당시의 모던보이의 모습, 소년을 막 벗어난 청년의 관심사를 명랑하게 그려낸다. 옛 선비들은 무릇 군자라면 뭇사람이 보건 아니건 의관을 정제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한다고 하였다. 즉 예(例)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수염>속 '나'는 외모를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자신의 콧수염이 멋스럽지 않을까 염려하고 제법 자라난 수염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구시대의 선비들과는 달리 예보다 미적 가치를 중시하는 댄디 보이인 것이다.

 

한 문장으로 완성된 소설

 박태원은 소설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기법을 통해서도 모더니즘을 표현하고 있다. <방란장 주인>은 10페이지 남짓 되는 짧은 단편이지만 그 내용이 오로지 한 문장으로만 쓰여졌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소설의 마디마디는 '~하였던 것이, ~왔던 것이요, ~할 것이 아니라' 등으로 연결되어 끊어질 듯 끊임 없이 이어진다. 이는 대단히 급진적인 실험을 한 작품이다. 처음과 끝이 있던 기존 소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문장의 종결도 없고, 작품의 결말도 없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것은 단지 문장의 끝맺음을 의미할 뿐 문제 해결 등의 마무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존재의 변화를 보여주려하지 않는 소설 속에서 '모더니즘'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절감했던 모더니즘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작품을 시도한다. 구보가 길거리를 거닐면서 마주친 젊은 부부, 카페의 여급들, 젊은 아낙네처럼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일상성의 지배를 벗어날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바로 <천변풍경>이다.

 

※천변풍경을 읽었던 기록 → 2014/10/09 - [소설]천변풍경 by 박태원(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권)